[로뎀나무] 소망의 두레박을 길어올리며
화사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가족 등록을 했던 혜옥 자매가 서너 주 동안 안 보이더니 직장암 말기라는 기도 제목을 안고 다시 나타났다. 서른일곱에 아직 미혼인 꽃같은 자매가 암이라니.
암 선고를 받은 후에도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 같지 않았다. 수술을 하고 장루를 달고…. 자매는 시간마다 장루를 꺼내 소변을 받아내는 훈련을 받았다. 그런 자신을 ‘날마다 두레박을 내리는 여자’라고 표현하며 환하게 웃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며 매일 교회 홈페이지에 진솔한 말을 나누며 은혜를 끼치더니 올해 다시 암이 전이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암 투병 기간에 혜옥 자매는 우리 교회의 은혜덩어리였다. 하나님의 성전인 육체를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고 고백하며 처녀로서 하기 힘든 간증을 했다. 죄 가운데 있을 때는 그것이 죄인 줄 몰랐는데 ‘육체로’ 치시니 죽을 때까지 숨기고 싶었던 죄를 털어놓는다며 예수님의 육체적 죽음을 이해하게 됐다고도 고백했다. 그렇게 간증을 시작하여 날마다 회개의 두레박을 길어 올리고 은혜의 샘물을 나누던 혜옥 자매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 하나님 품에 안겼다.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내 앞에 어려운 일 보네/주님 앞에 이 몸을 맡길 때 슬픔 없네 두려움 없네/주님의 그 자비로운 손길 항상 좋은 것 주시도다/사랑스레 아픔과 기쁨을 수고와 평화와 안식을”
떠나기 전 주일 가족 찬양 시간에 자매가 하나님께 올린 찬양이다.
그녀는 진정한 평화와 안식을 이 땅에서 누렸던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암은 그 평안을 방해하지 못했다. 혜옥 자매가 완치돼서 살아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여준 평안과 기쁨은 이미 천국이 우리 가운데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미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에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암이라는 고난을 말씀으로 정복하고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리면서 승전고를 울리던 그녀의 모습은 우리들교회의 모든 성도 마음속에 보석처럼 각인되어 있다. 소망 없는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를 향해서 자매를 통해 날빛보다 더 밝은 천국을 보여주시고 증거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김양재(우리들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