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품팔이 사모들

사진출처-하노이한인소식지yoon ha
물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7월의 햇볕을 만나자 한증막의 기운을 뿜어내며 도시 전체를 불가마로 만들고 있는 한 여름날의 오후, 어떤 중년의 베트남 여성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김언니 저를 모르시겠어요?” 나에게 있어 가장 괴로운 순간입니다. 한국 사람을 못 알아볼 때도 미안하지만, 베트남 사람을 못 알아 볼 때는 더더욱 미안해서, 마치 죄를 진 것 같습니다. 내가 섬겨야 할 이 백성들을 소홀히 했다는 자책감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불가마 속에 축 늘어져 있는 나의 뇌 신경을 서둘러 잡아 당겨 내 앞에 서있는 이 중년의 여성에게 집중시켰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마, 이게 누구니? 네가 흐엉아니니?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 소식도 한번 없이,”
20대에 헤어진 그녀가 40살이 되어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20대의 그 아름다웠던 얼굴은 온대 간데 없이,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 그래서 내 나이랑 비슷한 얼굴을 해가지고 나를 찾아온 것입니다. 목사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말은 풍문에 들었으나 내 사역이 바쁘다 보니 한번 만날 생각도 못하고 같은 도시 안에서 15년을 무소식으로 보낸 것입니다.
흐엉은 20살때, 보트를 타고 홍콩으로 이주하여 그곳 난민촌에서 23살까지 살다가 복음을 접하고 크리스챤이 되어 1993년에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온 보트피플입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고국을 버리고 간 사람들에게는 일자리의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초기사역은 홍콩난민출신 기독교인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주는 일이었습니다. 영어가 가능한 사람은 한국회사와 외국NGO에, 그 외는 한국가정의 가사도우미로. 흐엉은 일정기간 우리 집에서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배운 다음에 어떤 한국가정에 가사도우미로 일을 하면서 틈만 나면 전도하며, 기도하며 성경을 읽으면서 신앙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수도 못 치게 하는 하노이 전통교회의 예배가 맞지 않는다며 몇 명의 해외파 기독교인들과 함께 뛰쳐나와 지하교회를 세웠고,, 새로운 교단을 만들어서, 그곳의 리더와 결혼을 하여 목회자 아내의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Giang(장)은 어떻게 지내니? 투이는? 프엉은?” 장, 투이, 프엉은 홍콩 난민촌에서 막 돌아왔을 때, 집 얻을 돈이 없어 더불침대 하나에 6명이 함께 살았던 시절의 멤버들입니다. 흐엉을 만나자 저 기억의 뒷 편에 숨어있던 90년대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 그때 그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반가움에 들떠서 떠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수다가 뜸해질 쯤에 흐엉은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김언니, 저 일자리 좀 구해주세요.”
“왜? 사는게 어렵니?”
“네, 아이가 3명인데 교육비가 없어요. 성도들도 다 가난해서 겨우 먹고 사는 정도여서 사례비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벌어야 해요.”
“그럼, 무슨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는데?”
“그냥 가정부 같은 것….”
“네가 목사 사모라는 것을 알면 한국 사람들이 불편해서 너를 채용하지 않을거야.”
이것이 북부베트남의 실정입니다. 흐엉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모들은 노점상을 하며, 날 품팔이를 하고, 가정부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베트남 기독교 역사에서 처음으로 <벳남사모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생활고와 민생고에 찌들어 있는 북부 벳남의 사모들을 위해 한국에서 실력 있는 강사를 초청하여 풍성한 말씀 잔치를 열었습니다. 아프칸사태 때, 피를 말리는 순간을 기도하며 버틴 사모님이 강사로 소개되자 여기저기서 나도 기도했노라며 마치 낯선 땅에서 피붙이를 만난 듯 그렇게 기뻐했습니다. 북쪽 산악지대에서 16시간을 달려온 사모도 있었습니다. 말씀과 교제에 목말랐던 벳남의 사모들은 생전 처음 가져보는 사모들만의 시간을 신기해하며 기뻐했습니다. 또한 말씀의 세계가 이렇게 넓고 깊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며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베트남의 사모들은 남편 뒷바라지에, 자녀 양육에, 교인들을 돌보며, 게다가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이번 벳남 사모세미나는 복음의 사각지대에서 메말라가고 있는 사모들에게 정서적으로 영적으로 지적으로 쉼과 안식과 위로와 회복과 각성을 제공한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올해는 9월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심다니엘(심상준) 김보라 올림
제1회 베트남 사모 세미나
일 시 : 2011년 11월 14~15일
장 소 : 항자교회 2층 소강당
강 사 : 양미희 사모 / 황지영 박사
참석자: 베트남 사모 23명
섬김이: 한국사모스탭 8명/ 베트남 스탭 2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