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순례길을 출발하며………..신반석, 샤론, 의민, 의림, 의현
1월의 마지막 날. 겨울 새벽의 어스름을 뚫고 달려와 배웅 나온 이들과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싱가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던 아침. 근 한달 가량을 수많은 만남과 일들로 인해 가지기 어려웠던 혼자 있는 시간이 비행기 안에서 주어졌습니다. 두 딸이 함께 앉고, 아들과 아빠가 앉고 맨 뒷자리는 저의 자리였는데, 유일하게 제 옆자리만 6시간 반 동안 비었습니다. 나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시는 주님의 선물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륙을 위한 질주가 끝나고 구름 위로 비행기가 떠올랐을 때, 이 첫 발을 떼는 듯한 우리의 이륙을 위해 기도의 엔진을 쉼 없이 가동시켜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끝이 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에서 눈을 떼고 성경을 펼치자 딸이 넣어 둔 책갈피가 바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가복음 5장 35절인데 “걱정 말고 믿기만 하여라” 라고 쓰여있었습니다.
회당장 야이로가 어린 딸이 죽게 됨을 보고 예수님의 발 아래 엎드려 간곡히 구하는 모습에서 시작되어, 사람들의 불신과 대조되는 예수님의 믿음에 찬 외침으로 마침내…..잠에서 일어나 걷게 되는 소녀! 유난히 젊은 사람이 많은 나라, 소년과 소녀가 무수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마치 야이로의 딸처럼 잠들어 있는 나라, 그곳에 우리가 주님 발 아래 엎드려 간곡히 구하는 야이로가 되어 들어갑니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현재 때문에 많은 낙심과 슬픔과 눈물이 따르겠지만 믿음, 그 유일한 이유 때문에 결국은 일어나서 걸으며 주님의 은혜를 받게 될 그 땅의 사람들을 향해 날아갑니다. 걱정하지 않고 믿기만 하겠다고 다짐하며 이 말씀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남중국해를 지나 호치민을 경유할 때는 기온이 영하 72도라고 모니터에 게시되었습니다. 시속 856km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 동안 받은 은혜를 기록하고 기도하는 제 마음의 온도는 영상 72도였습니다. 남편이 음악치료학을 공부하고자 함께 독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문학으로 같은 일을 할 꿈을 꾸던 20대의 저의 모습이 성에 낀 조그만 창으로 스쳤습니다. 모태신앙으로 자라 대학생 때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 주님께 제 삶을 드리기로 기도 한 그 날 이후부터, 놀라운 일은 4영리 소책자의 동그라미 그림처럼 질서 있게 제 삶에 펼쳐졌습니다. 귀한 교회를 만나 공동체 안에 녹아 든 신앙인으로 자라가고, 그 속에서 남편을 만나고, 독일에서 공부하며 타문화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워가던 20대, 귀국해서 대학에서, 또 시각 장애인 학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남편 옆에서 세 자녀의 엄마가 되어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집을 열어 지체들과 사랑을 나누던 30대, 셋째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대학원에 들어가 특수교육을 공부하고 특수교사로 장애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를 소망하며 준비하던 40대 초반…. 그 때 하나님께서는 저와 남편을 또 가난과 절망 가운데 있는 동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하셨습니다.
짐 엘리엇이 부르심 앞에 흥분해 있는 동료에게 보낸 편지에, 강한 바람과 지진이 가고 세미하게 들려오는 음성에 YES! 라고 응답할 수 있기까지 기다리라고 한 그 말의 진의를 알아가는 데 2년의 준비 기간이 지나갔습니다. 필리핀에서, 목동 선교훈련원에서, 그 후의 선교관에서의 생활을 통해 우리 앞에 닥친 일의 비중을 차분히 알아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우리를 하나님의 선교의 동역자로 불러 주신 것으로 인해 진정한 감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가속의 비행기처럼 펼쳐지는 감사의 기억 속에서 6시간의 Quiet Time이 신속히 날아가고, 멀리서 싱가폴이라는 작은 나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필리핀이라는 열대의 공항으로 처음 도착하던 2년 전의 밤 12시와는 달리, 싱가폴 공항에서는 국제본부의 스위스 출신 O.C담당자의 친절한 가이드로 스콜이 내리는 오후의 쾌적한 싱가폴과 첫 인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40여분을 달려 도착한 본부 입구 벽에는 Have Faith in God 라는 커다란 글씨가 한자와 나란히 쓰여져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매 강의 앞에 멤버들이 모두 간증을 합니다. 각자의 삶 가운데 하나님과 동행한 이야기들을 하는데, 들을 때마다 놀랍습니다. 저희도 지난 금요일에 저희들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150년 된 OMF의 Perspectives와 가치가 녹아 든 강의와 프로그램들을 통해 날마다 은혜를 충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일주일 뒤면 저희가 기다리고 기대하는 그 땅으로 갑니다.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다”는 허드슨 테일러 가의 믿음의 결의를 더 굳건히 하여, 그 땅에 발을 딛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일상을 살아가며 그들을 사랑하며 그들과 같은 사람으로 빚어져 가기까지, 주께서 우리 가운데 하실 일을 오직 믿음으로 기대하며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Have Faith in G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