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땅 이야기 17.
안녕하십니까? 이곳에 도착해 처음으로 소식을 드립니다.
저희는 저희 18주년 결혼 기념일인 3월 1일에 마지막 정거장인 싱가폴을 떠나 새 땅에 도착했습니다. 두 사람이 그분의 언약가운데 세워져 이제 다섯 사람의 풍성한 새 언약공동체가 되어 이곳 새 땅에 오게 됨을 감사했습니다. 2년 동안 이 땅을 밟기 위해 기다리며 준비해 왔기 때문에 비행기가 착륙할 즈음, 이 곳을 바라보던 저희의 마음은 그 동안 지나오며 바라보았던 독일, 필리핀, 싱가폴과는 다른 감격과 감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 아이들은 공항에서 잠시 머물 장소로 이동하며 자신들의 기대와 달리, 춥고 어둡고 많은 먼지와 복잡한 오토바이 소리가 있는 풍경에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도착하는 첫날 바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비어 있어 이곳에서 전기장판과 이부자리를 빌려 온 가족이 고요히 무릎을 꿇고 감사하며 짐을 풀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다음날 3월 2일 세 아이들은 통학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는 한국학교에 전입을 했고 저희는 3개월 동안 비어있던 이 집을 청소하며 5일 뒤 한국에서 2년 훈련의 과정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짐들을 받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손때 묻은 물건들 보고 만지며 많은 위로와 안정감을 받는 듯 했습니다. 이곳의 3월 날씨는 한달 동안 약 이틀 햇빛이 있었고 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어 기후에 적응하는 것과 빨래 말리는 일이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때론 전기장판과 다리미로 말리며 빛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2주 후부터는 현지어를 배우기 시작해 자전거를 타고 두 사람이 동네를 지나다 보면 집이나 다양한 곳에서 제사를 지낸 후 부적 같은 것을 태우는 공동으로 쓰는 큰 화로를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빌린 집에도 한쪽 구석 책장 위에 국화꽃과 부적, 과일 그리고 향이 남아 있었고 천장에는 촛불에 그을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며칠 후 집 주인에게 그것을 치워 달라고 말 했더니 주인 아저씨와 손에 국화를 든 주인 아주머니가 함께 방문을 했는데, 의민 엄마는 그 꽃을 자기에게 주려고 가져온 것으로 알고 받으려 하자 주인 아주머니는 그 꽃과 가져온 과일로 다시 제사 지내는 곳으로 가져가 제사를 정성껏 드린 후에 모든 물건들을 치웠습니다. 조상신을 섬기는 이곳의 문화를 옆에서 지켜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60, 70년도의 우리 나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가난하지만 가족간에 친밀한 관계가 남아있고 부지런하며 생활력이 강하고 야채와 과일은 한국에 비해 싸지만 모든 공산품들은 귀합니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사소했던 물건도 찾아 보기가 어렵고 때론 가치 있게 다가 오기까지 합니다. 어린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어느 곳에서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강직한 표정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사회 제반 시설과 질서나 규범은 약해 보입니다. 며칠 전에는 이 나라 개천절을 맞아 공휴일이라 온 가족이 한국에서 가져온 자전거와 이곳에서 중고로 구입한 두 대의 자전거로 함께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은 후 밖에 나와 보니 함께 엇갈려 가며 매어놓은 세대의 자전거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말로만 듣던 일을 저희가 경험한 것입니다. 그 동안 언어훈련장으로 이동하거나 새벽 시장을 보기 위해 사용되던 요긴한 교통수단을 한 순간에 다 잃어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세워놓은 곳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고 경비가 옆에 있어 저희를 도와주기 까지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세대의 자전거를 다 잃어버렸습니다. 모두가 말없이 충격 속에 집으로 돌아왔고 결국 막내 의현이는 침대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답답하면 한국에서 가져온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했는데 그것이 사라져 버려 마음이 많이 아팠나 봅니다. 하지만 그날 아침에 온 가족이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읽으며 나누었던 그분의 이야기가 떠올라 다시 모여 그 내용을 나누며 손을 잡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과 이유를 서로 나누며 자전거는 잃어버렸지만, 우리 마음에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리 중 누군가가 다치지 않은 것으로 감사를 드렸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들이 함께 마음과 손과 무릎을 모아주신 그 힘 때문입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비자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 다행히 국경을 넘지 않고 6월 1일 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넘어야 할 높은 산이지요. 그러나 우리에게 넘어야 할 높은 산과 건너야 할 깊은 강이 남아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더욱 그분을 의지하고 믿고 따르는 그분의 자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약하지만 그분은 강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날씨와 문화에 잘 적응하고 새 땅과 이들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언어를 즐겁고 겸손하게 배우며 비자에 대한 어려움을 잘 해결해 갈 수 있도록 강한 손과 무릎으로 저희를 그분께 올려 주십시오. 그것이 목마른 우리에게 필요한 샘의 근원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러하듯이……..
저희도 여러분 모두를 위해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마음으로 만나기를 힘쓰고 있습니다. 평안을 전하며…..
2012년 4월 4일
신반석, 샤론, 의민, 의림, 의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