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폴로 소식10.
다시 짐을 싸며.....
이틀 전부터 다음 훈련을 위해 짐을 싸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은 배편으로 먼저 보내고, 빌린 피아노도 돌려주고, 집안 구석구석 구분 된 짐들을 놓고,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로만 식사를 준비하며
하나의 훈련이 종료되었음을 실감합니다.
훈련만 끝났지, 외국어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안고 닷새 뒤에 저희들은 귀국합니다.
열 달 동안 기도해 주신 그 힘으로 저희들 모두 건강하게 돌아가게 된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추운 날씨 가운데, 또 날씨보다 더 맵게 여겨지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도 주님이 지켜주실 것을 저희도 늘 기도했습니다. 실지로 같이 겪지 않기에 때로는 마음이 더 무거워서 기도 속에 탄식하곤 했습니다.
어제는 의민이가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방학을 하면 기숙사의 아이들이 부모가 있는 선교지로 주로 떠나기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같이 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생부터 고등학교 졸업생까지 한 자리에서 식을 하는 이 조그만 학교에서 세 아이들은 하나님을 더 알아간 은혜의 때를 보낸 것 같습니다. 열흘 전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의민이는 근처에 있는 50년 된 미국 선교사 자녀학교(Faith Academy)에서 아빠와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합창제 가운데 찬조 출연으로 15분 정도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많은 필리핀 사람들과 클래식에 목말랐던 한국 교민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여기는 거의 고전음악의 불모지와 같은 곳이기에 위로가 되었나 봅니다.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밤 12시까지 연습하고, 연주 직전까지 반주자인 아빠에게 쉬지 않고 다시 맞추어 보기를 요구했는데, 넉 달 동안 전혀 레슨을 못 받고 독학을 해서 연주를 한 딸을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께서 막상 무대에서는 큰 평안 가운데 서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가게 하셨습니다. 이 일 후에 의민이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감사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의림이와 의현이도 최선을 다해 한 학기를 보내서 많은 열매가 있었고,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떠나는 것을 더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거의 현지인 수준으로 까만색이 된 의현이는 마지막 며칠은 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다가 중학생들과 함께 하교를 하곤 했습니다. 그래도 한국 가면 또 놀 형들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삼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언어훈련도 감사했지만, 여기에서 중고등학생들과 깊은 만남을 가진 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감을 찾고자 고민하는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비전과 열정을 도전하는 일만큼 감사한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우리가 만난 하나님을 음악을 통해, 문학을 통해, 또 따뜻한 밥상으로 도울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국어로 이들과 교통하듯이 현지어로 그들과 교통하는 것이 저희들의 꿈입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이 길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돌아갑니다.
어제 밤에는 마지막 구역예배를 저희 집에서 드리며, 교사 선교사님들과 히브리서를 함께 묵상하며 기도를 하는데, 히브리서 구절구절이 믿음의 소망을 심어줘서 큰 힘을 받았습니다. 여전히 부족함이 있고, 불완전하고, 어떤 경우는 많은 부담을 안고 살아야하는 우리의 삶 가운데, 단.번.에. 희생제사가 되신 그리스도의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을 묵상하는 것만큼 강력한 충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흘 뒤부턴 그리운 얼굴들을 볼 수 가 있네요.
여전히 이 땅은 전쟁의 소리와 고통의 소리가 있지만,
가장 높은 곳에서 지극히 낮은 우리를 위하여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예수를 감격으로 맞이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갈망하는 성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동안의 기도와 사랑에 깊이 감사를 드리며.....
2010. 12.22.
안티폴로에서 신현동, 박귀주, 의민, 의림, 의현 드림.
<감사제목>
1. 필리핀에서의 언어훈련 동안 하나님을 더 알게 된 것.
2. 세 아이가 감사로 학교생활을 하게 하신 것.
3. 중고등학생들과 믿음의 교제를 나누게 하신 것.
4. 합심한 구역 기도모임을 통해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을 더 풍성히 경험하게 하신 것.
5. 중보기도를 해주시는 신실한 지체들을 주신 것.
6. 두 분 어머니가 강건하시고, 평안 가운데 거하게 하신 것.
7. 동아시아 친구들과 교제하게 하신 것.
<간구제목>
1. 목동에서 GMTC기간 동안 하나님이 원하시는 훈련을 잘 받도록.
2. 사역지에 가기 전까지 지속적인 영어 진보를 위한 지혜를 주시도록.
3. 더 깊이 말씀 보고, 더 깊이 기도하며 주님과 매순간 동행하도록.
4. 세 아이가 어디서나 하나님과 교제하며, 은혜를 누리고 나누도록.
5. 파송되기 전까지 모든 면에서 잘 준비될 수 있도록.
6. 두 분 어머니의 지속적인 강건함과 평안을 위하여.
7. 주님의 뜻을 구하고, 실현하는 가정, 교회, 조국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