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폴로소식 9.
너희는 나에게 거룩할지어다 이는 나 여호와가 거룩하고 내가 또 너희를 나의 소유로 삼으려고 너희를 만민 중에서 구별하였음이니라. (레위기 20:26)
11월의 필리핀은 여전히 무덥고 푸른 열대의 자연이 가득합니다. 동네 길가에는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짧은 팔과 반바지를 입고 지나가면서 아직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집집마다 달려있는 화려한 성탄장식이 문득 겨울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렇듯 환경과 문화의 차이로 인해 무덥고 푸른 숲에서 애써 겨울을 떠올려야 하듯, 요즈음 묵상하고 있는 레위기를 통해서도 성도는 이 땅에서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지만 분주한 일상가운데 거룩하신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 영원한 생명의 교제를 애써 고의적으로(?)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저희는 드디어 TOFLE시험을 치루고 다음 Step을 위한 준비와 이곳에서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성적이 오른듯하지만 아직도 자신 없고 부족한 영어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에서 먼저 영어를 공부하면서, 사역지에 갔을 때 현지어를 어떻게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지 배우게 하신 것을 감사하게 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역지를 답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현지어를 익히기 위한 언어과정과 비자문제, 사역의 방향성, 아이들의 학업 등으로 방문이 필요하지만 여러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창의적 접근지역에서의 비자문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부분을 두고 정보를 모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학교에서 베트남사람 네 명을 학장님 소개로 만나게 되어 함께 대화를 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처음 만났는데도 마음에서부터 동포를 만난듯한 무언가를 저희 둘 다 느꼈다는 것입니다. 장애사역의 필요를 다시금 그들의 표현으로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12월 21일 세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마닐라 한국아카데미 학기가 종료되면 12월 27일 한국으로 들어가 1월 12일부터 6월 7일까지 목동에서 GMTC(한국해외선교사훈련센터)훈련을 받게 됩니다. GMTC입소일 전까지는 방배동에 있는 OMF 게스트하우스에 머물 예정입니다. 내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첫째 의민이에 대한 거취문제는 무엇보다 의민이 자신이 기도와 말씀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께서 인도해 가시는 지를 경험하도록, 그리고 이 일을 하나님께서 행하셨음을 고백하도록 오랫동안 함께 밤마다 작정 기도하다가 며칠 전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의민이는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올 때 막연하게 마닐라 한국아카데미에서 공부하기보다 페이스 아카데미나 국제학교 같은 곳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전셋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시일이 걸리면서 마닐라 한국아카데미를 알게 하셨고, 세 아이가 존경하는 한국아카데미 교장선생님과 연락이 닿게 되어 이제는 이곳에서 공부하게 하신 하나님께 의민이는 너무 감사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으로 인도하셨다는 것을 두 학기 보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다음과정에서는 자신의 생각으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선택을 하고 싶고 어느 곳으로 인도하셔도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결정의 부족함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하기에 열악한 환경이라 할 수 있는 한국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음악대학에 진학하는 개척자가 되고 싶다고 해서 아내와 함께 믿음으로 반응해 주었습니다. 저희 또한 세 아이 모두가 한국아카데미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행복해 하며 MK(선교사자녀)로의 출발을 안정된 틀에서 할 수 있어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향후 3년 후 바이올린으로 국내대학 진학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몇 가지 해결해야할 것이 있지만 학교 측과 논의하면서 해결하고 이곳 마닐라 한국아카데미에 남는 것으로 진로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선교사 자녀의 삶이 가족, 부모, 친구들과 떨어지는 훈련 또는 외로움과 불안정한 틀이 있지만 이러한 환경을 넘어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먼저 경험하며 부모의 신앙고백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고백으로 자신을 거룩하게 구별하여 다음 선교에 준비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와 기도, 말씀묵상으로 영적교제를 함으로 인해 육적자녀에서 영적자녀로, 또한 육적부모에서 영적부모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어제는 한국 선교사님들을 위한 세미나가 집 근처 현지인 교회에서 열렸는데, 20년 사역하신 선교사님이, 세계 전체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이슬람교의 놀라운 진격을 알려주셨습니다. 무섭게 진지한 기도를 하루 세 번, 혹은 다섯 번 자신들의 신에게 바치는 그들의 모습을 세계 곳곳에서 목도하신 경험을 들려주시며, 우리가 더 강력한 기도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증거 하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겠냐며, 유럽 교회가 문을 닫는 이유도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기도의 소통이 결여된 것이 가장 큰 원인임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해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
이제 대강절이 시작되는군요. 빛 되신 우리 주님이 모든 어둠을 몰아내시고, 겨울이 있는 곳이나 없는 곳이나 눈이 있는 곳이나 없는 곳이나 골고루 주님 오심을 참되게 기념하게 하시고, 그 이름을 믿고 구원을 얻는 그 일을 지속적으로 행해 가시도록 잘 준비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성도님들께도 2010년 대강절에 대강절 말씀읽기와 다시 오실 우리 주님을 묵상하는 거룩하고 복된 시간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추운 그곳에서 그랬듯이 이곳 열대에서도 헨델의 메시야를 대강절에 들어야겠습니다.
감사제목:
1. 말씀묵상과 기도를 통해 풍성한 그분의 은혜와 사랑을 경험한 것.
2. 영어 TOFLE 시험을 집중해서 공부 할 수 있게 하신 것.
3. 세 아이들 모두가 영적으로 육적으로 잘 자라게 하신 것.
4. 주변에 믿음의 이웃들과 많은 사랑을 나누게 하신 것.
5. 의민이의 길을 많은 분들의 기도를 통해 기쁨과 감사로 결정하게 하신 것.
간구제목:
1. 12월 27일 GMTC훈련 위해 귀국하게 되는데 필리핀에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2. 동아시아 영혼들을 향한 사랑을 지속적으로 불타게 해 주시도록.
3. 사역의 방향과 출발을 위한 준비가 온전한 기도 속에서 이루어지도록.
4. 의민이가 홀로 이곳에 남아 바이올린 레슨을 오고 갈 때 도움의 손길을 예비해 주시도 록,
이 아이에게 굳건한 믿음과 지혜를 주시도록.
5. 조국 한반도에 평화를 열어가는 지혜를 리더들에게 주시고 한국교회들이 영적역사성을 가지고
깨어 기도하며 거룩하고 성결해져 가도록.
아래 글은 독일에서 태어나 거기서 유아세례를 받고, 지난 추수감사절에 필리핀에서 입교를 받은 첫째 딸 의민이의 신앙고백입니다.
신앙 고백서
지난 15년 동안 내가 만난 하나님은 인자하시고 사랑이 넘치시는, 그리고 화 내지 않으시는 자상한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다. 나에게 한 번도 화내신 적이 없으신 너무나 인자하시는 분이 내가 15년 동안 만난 하나님의 모습이셨다.
나는 모태 신앙으로 강한 믿음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 집안의 거룩한 분위기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 매 주마다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일주일에 3번 정도 드리는 가정예배와 말씀 묵상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어렸지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 단지 부모님의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모님을 통해서 나에게 주신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지금도 어리지만)가족이 줄 수 있는 사랑은 넘쳐흐르도록 받았고,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 학교에서의 학업과 친구들, 선생님들과도 항상 즐겁고 밝게 지냈다. 이런 감사한 것들이 예전에는 단지 환경의 감사함으로 다가왔지만, 지금은 이런 것들이 단지 환경의 감사한 것들만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각각 사람들에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자하신 모습으로, 풍성한 은혜로, 기적을 통해서 나타나시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무섭고 엄격하신 모습으로 나타나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게 사랑과 인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것 같다. 좋은 환경과 좋은 사람들을 주심으로서 하나님의 모습을 알게 하시고, 만나게 하신 것 같다.
사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하나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거나 고민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이미 먼저 하나님에 대해서 알려주고 가르쳐 주시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언제나 곁에 계셨기 때문이다. 또 어려운 일들도 없이 항상 편안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간구하는 일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 또한 다 믿음의 부모님 그리고 가정과 교회 속에서 고민 없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구들의 어려운 환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다른 모습을 보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나와 하나님과의 둘만의 친밀함은 별로 없었다. 이런 부분이 모태 신앙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 느끼는 장점이자 단점일 것이다. 이런 것을 단점으로 생각해서 하나님께 기적과 뜨거운 성령의 불을 내려달라고, 또 놀라운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을 경험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도 많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의 신앙생활 또한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것이고, 축복을 내리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신앙생활에서 다이나믹하거나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는 것은 많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각자에게 다른 방법으로 만나주시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환경과 분위기의 신앙으로 살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나의 모습을 보았을 때, 어린 시절의 믿음의 환경 속에서 부모님과 교회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특별한 고민 없이 산 것이 쌓이고 쌓여서 현재 지금 나의 신앙까지 자랄 수 있었다고 믿는다.
하나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좀 더 하나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이 돼서부터인 것 같다. 예중에 떨어지고 바이올린과 나의 비전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바이올린을 통해서 더 하나님을 알도록 하셨다. 예중을 떨어지고 나서 부모님께서는 공부를 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바이올린을 더 공부하고 싶었고, 하나님께서 예중을 떨어뜨리셨지만(?), 바이올린을 더 공부할 수 있는 길들을 열어 주셨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는 하나님께 나아가서 기도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고, 따라서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족의 하나님, 우리 부모님의 하나님이 아닌 나의 하나님으로 나를 만나주셨다. 물론 정확히 그때부터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시작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사명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본 때인 것 같다.
중학생이 되어서 하나님과의 둘만의 교제가 시작 되었다면, 중학교 3학년, 지금의 때는 하나님과 더 친해지고, 진지하게 나의 비전에 대해서 생각해본 때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우리 가족이 선교의 꿈을 가지고 영어 훈련을 위해서 이곳 필리핀으로 오게 된 일을 통해서 나는 나의 먼 미래의 비전과 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기도로 하나님께 물어볼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졌다. 한국에 있었을 때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꿈에서 전문인 선교사라는 꿈으로 바뀐 것 또한 그 응답의 증거일 수도 있다. 필리핀에 오게 되어서 마닐라 한국아카데미 라는 곳에 입학하게 되었다. 많은 선교사 자녀들과 또 하나님을 믿는 일반 자녀들이 함께 다니는 선교사 자녀 학교인데, 한국 학교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주일에 한 번씩 드리는 채플시간, 매일의 말씀묵상, 그리고 믿음의 선생님들과의 수업시간은 나로 하여금 현재 신앙에서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이런 학교의 시스템 뿐 만 아니라 믿음의 친구들을 만남으로 그 아이들의 하나님을 향한 열려있는 마음과 행동들 또한 나에게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더 하나님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 계기이기도 했다. 많은 친구들의 비전 또한 하나님께 쓰임받기 위해 일하는 의사나 선교사라는 것 또한 한국 학교에서는 듣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이런 많은 새로운 환경과 문화로 인해서 나 또한 하나님 앞에서 새로운 다짐을 하게하고 하나님과의 교제에 더 힘쓰게 되었다.
물론 환경은 나의 신앙에 모든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어려운 환경을 통해서도 만나주시고 역사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의 환경 속에서 나를 성장하도록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정해놓으신 나의 성장의 시점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이 진정으로 이루어지려면 말씀묵상 시간뿐만이 아니라 삶 속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신앙이 성장 한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사람이 바뀌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이 변화 된다기보다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변화시켜 주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고 나 스스로가 선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자기 전에 기도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왜 나는 변화되지 못할까?’ 라는 것이다. 변화되기 위해서 행동을 먼저 하기보다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생활 하는 것이 계속되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도 자주 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매일의 말씀묵상과 그리고 삶의 예배와 주일의 예배를 통해서 조금씩 나를 변화시켜 나가실 것이라고 믿는다. 다이나믹한 하나님과의 만남을 기대해오고 기도도 했었지만, 이제 내가 느끼는 것은 하나님께서는 각자에게 다른 방법으로 만나주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의 삶 속에서 조금씩 나를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