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샬롬! 동역자님들 모두 주님의 은혜 가운데 새해를 시작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저희도 캄보디아로 복귀한지 어느덧 3주가 지났습니다. 캄보디아에 돌아와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니 이곳이 나의 고향 같고 이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평안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마음이 편하면 안되고, 함께 하는 가족들, 특히나 아내의 마음도 평안해야 함께 전진할 수 있을 터인데, 계속해서 저와 아내의 회복과 가정의 평안함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캄보디아-태국 간 국경 분쟁은 일단 멈춘 상태입니다. 하지만 군 병력이 아직 분쟁 지역에 포진해 있어 집으로 가는 길이 바리케이드로 막혀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란민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태국에서 일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강제로 캄보디아로 돌아왔지만 일자리가 없고, 태국과의 무역 단절로 물자가 부족해져 물가는 올라가며, 전쟁과 온라인 사기/납치/감금/살인 등의 소식으로 관광객도 줄어들면서 캄보디아의 경제 상황은 무척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니 폐업하는 가게나 매장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인지 헤브론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수도 이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열왕기하 9장 말씀에 이스라엘 왕 요람이 예후를 보고 평안하냐 물으니 예후가 대답하기를 ‘네 어머니 이세벨의 음행과 술수가 이렇게 많으니 어찌 평안이 있으랴’라고 하는데, 이 땅의 작금의 어려움이 우연처럼 보이지가 않습니다. 나라에 정의와 공의가 바로 설 때 백성들이 평안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에, 이 땅에 정의와 공의가 바로 세워지도록 계속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제 저는 오늘부로 헤브론병원의 진료부원장이라는 직책을 내려놓고 한 명의 평범한 의사 선교사로 돌아가게 됩니다. 자격 없는 자가 교육수련부장으로서 2년, 진료부장으로 2년 그리고 최근 3년을 진료부원장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지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차기 원장으로 섬겨줄 것을 원하셨고 또 기대하셨지만, 그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 자이기에 꽤 오래 전부터 고사해 왔었습니다. 여러 리더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 결정이 헤브론병원이 더욱 발전하는 길이자 저와 가정도 사는 길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제가 병원을 걱정하는 모습과 여러가지 일들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던 모습을 봐왔던 M 직원이 어제 아침에 시원한 커피 한잔과 함께 쪽지 한 장을 건네주고 갔습니다. 그 쪽지에는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겠네요"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이 쪽지를 읽는데 참 여러가지 마음들이 떠올랐습니다. 가장 먼저는 지난 시간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충성되이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는데, 하나님 앞에 송구스런 마음이 컸습니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신실함)이라 하셨는데, 제가 좋아하는 섬김(신앙 관련 영역과 의학공부 관련 영역)에서는 그러하였지만, 그 외의 다른 섬김(행정 관련 섬김과 정책 결정 및 진행 등)의 영역들에서는 그러지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든 마음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제 아무 타이틀도 없어지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었습니다. 제가 원해서 내려놓는 것인데, 참 간사한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명예욕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욕망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도 분명하게 명예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결재도 하지 않고 운영위원회나 실행위원회, 진료부 회의 같은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그저 한 명의 의사 선교사로서 작지만 소중한 섬김의 자리에만 있게 되었습니다. 수 년 동안 그렇게나 원했던 모습인데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M직원의 말대로 분에 넘치는 병원 걱정과 스트레스를 버리고 더 집중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며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럴싸해 보이는 타이틀은 없지만, 하나님 앞에 바르고 정직하게 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현지 의사들과 환자들을 더 깊이 사랑하고 섬길 수 있도록, 이를 위해서 함께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항암치료 중이신 김우정 선교사님의 건강 회복을 위해, 새롭게 세워지는 헤브론병원의 리더십을 위해서도 계속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도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은, 현지 의사들의 교회 정착에 대한 부분입니다. 7년 전 캄보디아에 와서 주말에는 나부터 회복되고 은혜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설교 말씀이 좋은 한인교회를 찾아 정착해서 주일 예배를 드리며 지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현지 교회 주일 예배를 참석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헤브론병원에 와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의사들이 여럿 있지만 지역 교회에까지 연결되어 주일성수를 하는 의사들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3년 수련을 마치고 헤브론병원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신앙과도 멀어지는 친구들이 대다수인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지 의사들이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서도 계속해서 다닐 수 있는 건강한 현지 교회가 어디일까 찾게 되었고,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현지 교회 한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라기는 헤브론병원에서 예수님을 영접했지만 아직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의사들 중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의사와 함께 현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예배 후에는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성경 공부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늘 깨달음이 늦고 일의 진행도 더딘 저이지만, 이 마음도 주님께서 주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위 꿈과 소망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된 영혼을 만날 수 있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수아와 영찬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자 마자 연이은 스포츠 행사로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영찬이는 축구 팀이지만 엄지 발가락의 성장판 골절이 아직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뛰거나 공을 찰 수 없기에 경기는 못하지만 늘 팀과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팀 훈련 때는 공을 주워와 코치에게 전달해주는 일을 하고 경기 때는 벤치에서 그저 응원만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았는데 마음이 짠했습니다. 자기도 공을 발로 뻥뻥 차고 싶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애처로웠지만, 한번도 빠지지 않고 팀과 함께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다쳐서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모습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여리고 섬세한 영찬이를 위해, 특별히 발가락 성장판 골절의 온전한 치유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수아는 고등학교 여자 농구 B그룹(축구로 치면 2부 리그)에 속해서 뛰었는데 학교 간 토너먼트에서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수아는 운동신경이 탁월한 편은 아니지만 늘 열심히 뛰고 특히 친구들을 격려하는 것과 수비를 잘 하는 편이라 매번 농구 코치에게 뽑혀 B그룹에 속해서 뛰고 있습니다. 이 팀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탁월한 플레이는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열심히 뛰는 모습과 팀플레이 가운데 감동과 은혜가 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운동을 정말 뛰어나게 잘 하는 친구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졌을 가능성이 크기에, 수아가 이렇게 팀에 속해 기쁨과 슬픔을 친구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올해에 수아 학년에서 좋은 친구들이 많이들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또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늘 부족하고 교육의 질도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움이 있는데, 하나님께서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이 학교와 학생들을 지켜 보호해주시도록, 신앙과 실력을 겸비한 선생님들과 좋은 친구들을 보내주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구원과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아내를 비롯한 저희 가족의 마음의 평안과 현지에서의 건강 및 안전을 위해
2. 캄-태 국경분쟁의 여파가 회복되고, 이 땅에 정의와 공의가 바로 세워지도록
3. 제가 한 명의 의사 선교사의 자리로 돌아가 본래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도록, 특히 현지 의사들의 신앙 성장을 잘 도울 수 있도록
4. 김우정 선교사님의 건강 회복과 새롭게 세워지는 헤브론병원의 리더십을 위해
5. 예수님을 영접했지만 아직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현지 의사들과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는 건강한 현지 교회가 연결되도록
6. 영찬이의 발가락 골절 회복과 수아 학년에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올 수 있도록
7.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구원과 건강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