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선교단체에서 글을 하나 써 달라고 해서 보낸적이 있는데 그것을 한번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글 속에 우리의 고민 , 기도 제목이 담겨 있습니다.
기도해 주실때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치 하나도 포기하지 못한 선교사란 책이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내가 섬기는
선교지도 사랑하지 못하는 좀 팔불출 같은 선교사이다. 선교사는 당연히 자기가 파송받아 섬기는 나라를 자국인 한국보다 더 사랑해야 한다는데 나는 아직 그러지를 못한다. 나는 요새 내가 요나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이 나라가 밉기 때문이다.
오래 살수록 정이 붙어야 하는데 자꾸 싫어지니 우선에 하나님 앞에 송구스럽고
또한 이곳 사람들 앞에서도 좀 부끄럽다. 왜냐하면 적어도 겉으로는 내가 이 나라가 좋다는말을 하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부터 진정으로 이 나라를 사랑해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지금까지는 내 정열과 열정으로 이 나라를 섬겼다면 이제부터는 진정
아가페의 사랑으로 이 나라를 품고 섬겨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요즘 우리 선교사들은 내가 섬기는 이 나라를 카작흐스탄이라고 부르지 않고
카가즈스탄이라고 부른다. 카작흐스탄은 카작흐 민족의 땅(나라) 이란 뜻이고 카가즈스탄은
종이의 나라란 뜻이다. (카작흐어로 카가즈는 종이). 이 나라는 그야말로 종이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이(서류) 없으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하다 못해 우리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때도 이 이삿짐이 내 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종이(증명서)를 가지고 가야한다.
그래야 가는 길에 교통경찰에 붙잡혀도 벌금을 물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1년에 한번씩 선교사로 활동해도 좋다는 종교활동 허가서를 받는다. 그런데
그것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너무 많고 그것을 준비해서 제출하는 과정과 절차가 너무
우리를 괴롭게 한다. 나를 한국에 있는 모 교단이 파송을 했고, 그 교단이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설립인가를 받았다는 법인설립 허가서를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영문과,러시아어(공용어), 카작흐어( 국어) 3개국어로 번역해서 이 나라 공증
사무소에가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그번역비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한 문서당 한국돈으로 4만원이다.( 3문서 이니까 12만원) 제출 서류는 그 외 또 있다. 우리가
1년 동안 어떤 구제 활동을 했는가를 문서로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그것도 우리가 대충
지어내어 보고 했다간 큰일이 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구제 활동을 했는지 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구제활동 목록에는 언제, 누구(어느 기관)에게 얼마의 금액을 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하고 그것이 교회의 공식 행정서류(쁘로따꼴)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반드시 알게 해야 한다. 그것이 미덕이고
이 땅에서 잘되는 길이다. 구제했다는 서류외에 내가 설교나 강의 자료로 참고한 책 한권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여기에 내가 우리 교회에 소속한 목사임을 증명하고, 우리 교회 이름으로 목사활동을 허락해 달라는 청원서를 내어야 한다. 그리고 난뒤 며칠을 기다리면
종이 한 장을 주는데 그것이 소위 종교활동 허가서이다. 이 종이 없이 설교했다간 당장
#51922;겨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다)
한번은 다른 교단 선교사님 한 분이 필요한 모든 서류를 다 제출하고 난 뒤,월요일에
종교활동 허가서를 준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약속만 받은것이지 그 종이를 손에 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받은 줄로 믿고 주일날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도 했다.
그런데 아뿔사, 그날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직원이 불쑥 나타나서는 휴대폰으로 그가 설교하는 것 예배 인도하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가버린 것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정신적으로 많은 곤욕을 치르다가 비싼 종이(죠지 워싱턴의 화상이 담긴 지폐) 몇십장을 주고는
겨우 추방을 면할 수 있었다. 종이 없이 하루 전날 설교했다고 그는 그의 피와 같은 그
비싼 종이를 허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류에 얽힌 에피소드는 또 한가지 있다. 이 나라에서는 공증 서류에 공증을 했으면
반드시 그 서류를 흰 실로 꿰맨 후 그 위를 흰 종이를 풀로 붙여 공증사무소 직인을
찍는다. 그런데 한국 공증 방식은 다르다. 그냥 공증된 서류의 상반부를 사무용 호치켓으로
찍어 내어 준다. 그대신 서류의 첫장에 금색깔이 나는 노란 딱지가 붙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서류가 정당한 공증 절차를 겪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 공증
사무소와 기관에서는 서류가 실로 기워지지 않았고 그 위에 종이가 풀로 붙혀지지 않았고,
그 위에 직인이 찍혀지지 않았다고 서류를 접수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우리는
피말리는 서류 공수 작전을 펼쳐야만 했다. 속달로 그 서류를 한국으로 보내어 외무부에 가서 소위 아포스틸이라는 외무부 서류 인정 도장을 찍어 와야 했었다. 내가 이곳에서 이미
십수년을 선교사로 일을 했고 그동안 내가 제출한 서류만도 한케비넷을 가득 채웠을테니
좀 사정을 참작해 달라고 읍소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새 종이를 정해진 기한 안에
가져 오라는 것이다. 이 해프닝 때문에 가뜩이나 없는 내 머리카락이 아마 수백개나 더
빠졌을 것이다.
또 하나 선교사들을 괴롭히는 종이 한 장이 있다. 비자라는 종이이다. 그 위에 글자
몇자 적혀있고 도장 하나 찍혀 있는 그 종이 한 장이 무엇인지, 그것을 바꿀 날이 다가오면
선교사들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식구들을 데리고 장거리 여행을 가야 하고, 그것 한 장이 없다고 눈물을 삼키며 사역지를 떠나는 선교사들도 계속 늘고 있다.
요즘 이 나라에서는 한국으로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한국에서 만들어 온 각종 서류들을 우리에게 번역해 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그
한국말로 된 서류를 정확히 이 나라말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말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번역을 해줘도 소용이 없다. 자격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멀리 다른 도시로 가서 이 나라 사범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했다는 종이(증)가 있는 사람에게
가서 비싼 돈을 내고 받아 와야 한다.
얼마전 국제 기준에 맞는 새 도로를 닦는다고 한국의 꽤 유명한 도로건설 업체가
이곳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3년 안에 40 킬로의 길을 닦는다는 조건으로 들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업체의 직원들은 불과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탈진 상태가 되고 말아 버렸다. 그 이유도 종이 때문이었다. 건설장비를 옮길 때도, 설치할 때도,
자재를 싣고 오고 갈 때도 종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종이 한 장 받는데
어떤 때는 일주일, 한 달, 몇 달이 걸려 버리니 어찌 그들이 건설 공기를 지킬 수
있겠는가? 그 건설공기를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라는 카작흐스탄이 아니라 카가즈(종이) 스탄이다. 종이가 사람들을 지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나라만 카가즈스탄일까? 이 온세상이 카가즈스탄이
아닐까? 달러도 종이요, 증권도 종이다. 요즘 달러 시세, 주식시세로 온 세계 경기가 춤을
추지 않는가? 이 종이 때문에 사람들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심지어 목숨도 끊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카가즈스탄이다. 그래서 카가즈가 필요 없는
하늘나라가 더욱 그리워진다. 끝
기도제목
1) 이곳에서 25키로 정도 떨어진 " 찰달라 " 지역에 짓고 있는 개척 교회 및 수양관 공사가 잘 지행되도록.
이곳에는 외국에서 역이민 해서 들어와 사는 이주 카작인 지역입니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와 겸하여
이곳에 수양관 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재정 문제에 하나님의 선한 손이 나타나시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2) 우리 교단 선교사님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다 떠나시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남아 있는현지인 사역자들을 잘 지도하며 그들을 한데 묶어 노회
조직하는일을 잘 마칠 수 있도록 기도 바람.
3) 교회 부설 병원 ( 선한 사마리아인 병원)이 선교 목적에 부합되게 쓰임 받도록, 경영에 지혜를 주십사
고 기도 바람.한국에서 자격증 가진 침술사, 또는 내과 의사가 단기 선교사로 오실 수 있도록. 그런분이 계시
면 참으로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습니다.
4) 7월 말에 있을 청년부, 장년 수련회 위해서, 한국에서 초청한 강사가 비자가 거절되어 못오게 되었음.
자체적으로 하지만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은혜가운데 수련회가 진행되도록.
수련회 제목은 부흥의 불 타오르게 하소서 입니다.
5) 여름철 저희 부부의 영적, 육적 건강을 지켜 주소서.
감사합니다. 하 영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