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없으므로(호세아4:1~19)
병원 생활 열 하루 째를 접어듭니다.
제가 병원에서 환자를 간호하던 기억의 맨처음은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폐 결핵으로 대수술을 두 번이나 하며
병상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부터입니다.
무자비하게 때리던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해 버린 엄마를 대신해 다섯 동생들을 돌봐 가면서
병원으로 달려가 아버지의 병간호를 해야 하는 날들이
일년 가까이 되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12살 꼬마가 대체
그 생활을 어떻게 견디며 지냈을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후로도 시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들락거리고
남편의 교통사고와, 뇌경색, 심근경색, 손목절단 사건으로
끊임없이 병원을 들락거리는 상황이 이어져오니
웬만한 주사도 놓을줄 알고 영양제 투여를 위한 혈관주사도
놓아주며 사이비 간호사 정도는 되었나 하는
꼴 같잖은 거만한 마음이 내게 있다 싶었는데
어제 여지없이 아직 너는 멀었다 하시는 사건을 주셨습니다.
양 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주의 은혜와 지체님들의 중보기도로 잘 마치고
회복하여 가는 중인데 아프다고 계속 진통제를 요구하는 남편을 보며
낮에는 가게로 달려가 손님과 씨름하고 저녁이면 병원으로 와서
밥과 약과 간식을 챙겨 먹이고 씻기고 하며 밤을 새우고 하다보니
언제 이 상황이 끝나려나 하는 염려도 되고 나는 더 힘든데
저걸 좀 못 참나 히는 생색이 올라오고
이제 관절 꺽기 재활 치료를 해야하는 중요한 큰 과정이 남았는데
저렇게 약해서 어쩌려나 싶은 생각이 들고보니
갑자기 지치고 낙심되는 마음이 확 밀려 왔습니다.
입으로는 본인과의 싸움이 남았다고 하면서도 진통제만 찾아대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웁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저희들을 주께서 보시기가 안타까우셨는지
어제 앞 병실 환자께서 복도를 다니시다가
우연히 저희 병상까지 발걸음을 하셨는데
두 달전 무릎 수술을 받고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선배 환자 였습니다.
남편의 상태를 보시자 마자 달려들어 느슨하게 맨 보조기구를
비명소리 나게 꽉꽉 조여 매어 주시고 이제 꺽기 훈련할 때
각도를 몇 도를 해서 단번에 해야 한다,얼음주머니를 절대 빼지 마라
안그러면 염증이 생겨 재수술 한 환자도 내가 봤다 등등
폭포수 같은 조언과 잔소리들을 쏟아놓고 가셨습니다.
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면서 남편을 쳐다보니
그의 얼굴이 슬슬 굳어갑니다.
수술 후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도
지식이 없어 망하는 것처럼 두 사람 다 행할바를 알지 못하니
이건 완전히 하나님이 지켜보시다가 안되겠다 싶으신지
보내주셔서 폭풍 훈계를 해주신 천사였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거봐라 하면서 의기양양하여
선배환자께서 시켜주신 대로 남편의 무릎에 얼음주머니를 얹고
끈을 묶고 꽁꽁 싸매어주며 아프다며 칭얼대는 남편을 혼을 냈습니다.
멸망할 것을 알지 못하고 죄를 지으며 지식이 없어 망해가는 백성에게
훈계 하시는 여호와의 말씀은 사랑의 훈계 같습니다.
번성할 수록 범죄를 더하는 죄인임으로 잎사귀와 가지들을 다 쳐내시며
꺽으시고 자르시고 다듬어 오시는 망함의 사건들이
징계가 아닌 사랑이셨음을 날로 더욱 깨달아 갑니다.
아무것도 남은 것 없고 붙잡을 것이 없도록 흩어버리셨는데도
지금도 불쑥 불쑥 올라오는 자존심들과 생색병들이
지식이 없어 망해가는 백성인 제 모습인데
이렇게 너 그거 아니야 이렇게 해야 돼 하시면서 또 가르치시는
주의 훈계와 가르침이 있어 남은 그루터기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고통스런 재활치료를 앞두고 은근히 두려워하는 남편을 보며
아무리 먹이고 씻기며 병상을 지켜줘도 그 아픔을 똑 같이 느끼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음에 이 순간들이 어서 속히 지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제게
네가 지식이 없어 망하겠다고 또 훈계하시는 주의 음성을 듣습니다.
주님!
도와주소서!
저희가 미련하고 우매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