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족함이 우리를 살린다.
우스갯소리지만, 평생 이에게 깨물리고 산 연약한 혀지만, 살아가는 동안 이가 빠지는 사람은 있어도 혀가 빠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이 많아서 매일 최고급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돈이 없어서 날마다 그 우유를 배달해야 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도 있죠. 가졌다고, 강하다고 항상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약함이 강함이 될 때가 있습니다. 불을 끄는 순간 희미하게 보이던 지구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태평양 바다에서 비치는 형광빛 해초 군락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우주선 안이 깜깜할수록 어디가 땅인지, 어디가 바다인지가 분명히 보이며, 심지어 바다 어느 곳이 안전한 착륙지인지까지 선명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수동 조작으로 그곳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고, 전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자신들은 비추는 빛을 끄지 않았다면, 정작 자신들이 봐야 할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눈앞에 빛을 끄자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빛이 눈에 들어온 것이죠.
모세는 40년간 사막과 광야를 해매는 동안 덤불에서 타는 불을 수없이 봤을 것입니다. 이것은 적어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단 한 번도 그 불이 제대로 보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80세가 되기 전까지 모세는 자신의 힘으로 그 환경을 넘어서 보려고 힘썼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켜 놓은 이런저런 가능성의 불이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이 피워 놓으신 불이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모세 옆에는 40년 동안 여기저기에서 하나님이 피우신 불이 타고 있었지만, 자신이 피운 불 때문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불이 모두 꺼지자 하나님의 불이 환하게 그의 앞에서 타올랐습니다. 그 불을 보는 순간 모세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고, 하나님께 쓰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도나휴는 이 책에서 차가 사막의 모래 늪에 빠질 때 대처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는데, 그 방법이 무척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순간에 엑셀을 힘차레 밟거나 지렛대로 차를 들어서 빠져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차는 더 깊이 모래 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그순간에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타이어에 바람을 빼는 것입니다.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는 순간 바닥과의 마찰력이 생기고, 자동차가 힘을 받아서 그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타이어에 공기를 더 넣어서 팽팽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지만(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방법을 사용하지만), 오히려 그 팽팽한 공기가 더 깊이 빠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타이어 속에 남아 있는 소량의 공기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들어 내는 주범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은 희망이 하나님을 향한 희망을 방해할 때가 많습니다. 남아 있는 공기마저 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사실 그만한 믿을은 제게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궁금했죠. 아내가 하나님께 받았다고 하며 내세운 방법은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우리의 모든 재정을 하나님 앞에 먼저 드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돈이 부족해서 학비를 구하는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은 돈은 주시지 않고 오히려 있는 돈마저 달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바람 빠진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시켜 주시지 않고, 있던 공기마저 빼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후 자주 듣는 기적 같은 간증이 우리 가정에도 일어났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은 우리 가정을 사막에서 멋지게 벗어나게 해 주셨습니다. 학비 문제뿐 아니라, 부채 문제까지 모두 해결해주셨죠. 희미하게 깜빡이던, 내가 켜 놓은불을 꺼 버렸더니 하나님이 비추고 계신 불이 환하게 보인 것입니다.
야곱에게는 아직도 꺼지지 않은 희미한 등불, 바로 두 다리를 의지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희미한 희망의 두 다리가 그의 기도의 간절함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죠. 배수진을 치는 기도, 사생결단하지 않는 기도는 응답되지 않습니다. 그때 주의 천사가 새벽에 이르러, 그의 기도가 변하지 않자 야곱이 믿었던 다리를 치고 절뚝거리게 만듭니다. 그 순간 자신이 믿었던 두 다리의 등불이 꺼지게 되죠. 그나마 남아 있던 공기 한 움큼이 빠져 버리는 순간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때부터 야곱의 기도는 완전히 새로운 기도로 바뀝니다. 이제는 정말 하나님이 도와주시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야곱의 기도는 그제야 하나님이 원하시는 수준의 간절한 기도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두 다리의 힘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달릴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인 두 다리를 치심으로 오히려 하나님을 환하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야곱은 ‘브니엘,’ 즉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여 보는 복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엘리야는 어떤 순간에 자신의 기도가 가장 간절해지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단 1%의 가능성만 남아 있어도 금세 그 1%를 의지하게 될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가능성을 0%로 만든 후, 하나님을 100% 의지하는 간절한 기도를 올린 것입니다. 하늘에서 불이 내려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힘이 있어야 살기도 하지만, 힘을 빼야 살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힘이 넘치는 것도 큰 복이지만, 힘이 모자라는 것도 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이 차고 넘쳐나 만족한 상태에서 살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부족한 상황이 우리를 살리기도 합니다. 솔로몬은 만족이 그의 인생을 망쳐 놓았지만, 욥은 부족했기에 끝까지 하나님을 붙잡고 승리하게 되었음을 관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를 인도하던 카우보이가 맨 뒤로 말을 몰고 달려오더니 제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지시는 딱 한 가지였습니다. “신사 양반, 힘 빼세요. 그리고 말에게 몸을 맡기세요.” 그리고 그 다음 말이 가관이었죠 “당신 아들처럼 말이죠.”
나의 힘으로 살아 보려고 하는 알량한 힘이 빠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내 힘이 완전히 빠져야 하나님의 힘이 들어올 공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의 현장을 향해 갖고 있던 힘들을 모두 빼는순간, 하나님이 우리 속에서 일을 시작하실 것입니다. 힘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길 바랍니다. 오히려 힘이 없는 그 상태가 우리에게 축복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이 아니라, 힘(Him)이니까요.
인생 여행은 남극 탐험보다 더 길고 험하고 변수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남극 탐험보다는 더 철저히 준비해서 여행을 떠나야 할 것입니다. 인생 여행을 떠날 때도 아문센 남극 탐험대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더 욕심을 내지 않고 가볍게 떠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여행의 준비물입니다. 그 가벼움이 우리의 생명을 살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반면, 늘 감사를 고백하고 행복을 간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최소한의 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많이 지출될 것도 없기 때문에 물질에 대한 염려가 적고, 규모 있게 살아가기에 드릴 헌금도 오히려 넉넉하죠. 풍족함이 결코 더 큰 헌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집이 커지면 짐도 커지죠. 가진 것이 많아지면 걱정거리도 많아집니다. 가볍게 인생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잠언 정거장에 들러서 15시 16분에 떠나는 티켓을 구매해야 합니다.
여행하면서 발견한 것은, 내가 가져간 짐을 결코 다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짐을 챙겨서 떠나려고 합니다. 100년도 못 다니는 여행에 천 년짜리 짐을 싸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예수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마 11:28,30).
“나의 하나님이 그리수도 예수 안에서 영광 가운데 그 풍성한 대로 너희 모든 쓴 것을 채우시리라“ (빌 4:19)
채우실 하나님을 믿고, 성경의 약속을 의지하고 오늘 길을 나서는 사람의 짐은 가벼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면 내가 챙겨야 할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그 분량도 줄어들게 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크기와 내 짐의 분량은 정확히 반비례합니다.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남들만큼 갖지 못했다고 모자란 것이 아닙니다. 필수품과 사치품을 구별할 줄 안다면, 여행을 떠날 자격을 갖춘 것이 분명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