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만 무성한 나.....
지난 토요일 아들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여름비처럼 앞이 안보이게 쏟아지는 빗길을 아들과 함께
이사할 집을 다녀왔는데 며느리는 예쁜 저녁상으로 맞아 주었습니다.
과일과 차를 마시며 내 손을 다친 이야기 하다 아들이 고1때 자기 손 다친 이야기를 꺼내며 친구랑 싸우다 손바닥뼈가 부러져 깁스를 했고 그 자리가 지금도 불편하다며 그 때 엄마가 치료비를 안주고 친구들이 얼마씩 걷어서 치료비 내줬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하는 아들은 그 때 자기가 다니던 중학교에서 그 고등학교에 간 아이가 단 두 명뿐이라서 텃세가 심했고 아이들이 계속 싸움을 걸어와 방과 후에는 그 놈들과 싸우는게 일이었다며 이런 저런 십수년이 지난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걸려서 안 내려가고 얹혀있는 것 입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본문을 묵상하며
그 체증의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주님께서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그 나무에게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시고 가서 보신 것처럼(13) 주께서 저에게 오셨는데 잎만 무성한 저는 나의 체면이 먼저였기에 깨닫지 못 해 ‘아들아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 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줄곧 학급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엄마인 저는 늘 학교일을 맡아 하게 되고 선생님들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중학생 시절에는 학교 회장단이다 보니 더 많은 일로 학교에 들락거리며 나도 모르게 어깨에 견장이 늘어갔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는 교사로 봉사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상담등 여러 모양으로 봉사하며 내
겉모습의 잎을 풍성하게 하는데 최선을 다 하며 지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 학교에서 저를 부르지 않는 것입니다. 아니 뭐지?? 예전 제 모습의 엄마들을 보며 시기와 질투가 났는데 표현도 못 하고 속으로 곪아 갔습니다.
그러다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손을 다쳐서 붕대로 감고 온 아들의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공업고등학교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놈을 겨우 달래고 꼬셔서 인문계고등학교에 보냈더니 이젠 쌈박질까지 하는 아들이 챙피하고 미웠습니다.
널 그렇게 한 아이 이름 대라며 종주목을 대니 아들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고 내가 학교에 #51922;아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니 그러면 저도 학교 그만 다니겠다고 맞짱을 뜨는 바람에 어쩔 수 없어 꼬리를 내리는 대신 그럼 니가 알아서 치료하든지 말든지 하라고 했던 그 옛날을 주마등처럼 생각나게 하시어 오늘 아침 말씀으로 제게 가까이 오셔서 저의 부끄러움과 죄를 보게 하십니다.
며느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 미안하다고 말 하는 것이 시어머니 체면이 안서는 것이라 여겼기에 그냥 그렇게 지나쳤습니다. 어머니로서 아들을 ,시어머니로서 며느리를 이기고 또 이기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깊숙이 뿌리 박혀있음을 보았습니다.
아들이 그때 얼마나 아프고 외롭고 서러웠을지 두 손 잡아주고 물어봐 주고 사과 했어야 했는데 그 마저도 제 때(13)가 아니었음을 오늘 아침 깨달았습니다. 내내 얹혀있던 내 죄가 얼마나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기고 또 이기고 싶어 하는 중독쟁이 임을 인정하는 아침입니다.
아들에게 카톡으로 묵상을 나눠 주었습니다. 이렇게 늦게 사과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리고 기다려주고 늘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겉치레로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같은 부끄러운 엄마의 고백에
‘자식 낳아서 기르다 보니 엄마 심정 백번 이해한다’ 고 화답해준 아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게 해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