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4일 화요일
사도행전 27:27-44
“또 하나의 세월호와 바울”
사도 바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라시 항을 떠난 지 열나흘 날이 지났다. 276명이 승선할 정도로 대형범선이었지만 태풍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질 못한 채 표류를 계속하였다. 자정 무렵까지 이리저리로 쫓겨 가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지만 사공들은 육지에 가까운 것을 직감하였다. 두 번이나 물길을 재는 등 노련한 일등 항해사들이었다. 그러한 그들이 자신들만 살고자 야반도주를 계획했다. 닻을 내리는 체하고 거룻배를 바다에 내렸다. 그러나 영적으로 깨어있는 바울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죄수의 신분이었지만 이미 배의 주도권을 가진 선장의 모습이었다.
언뜻 세월호가 연상되었다. 미수에 그쳤지만 이천년 전에도 이준석 선장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책임져야할 사공들이 자신들의 목숨만을 보전하기 위해 배를 버리려고 했다.
바울은 백부장과 군인들에게 마지막 생명선과도 같은 거룻배를 버리도록 했다. 이제 그들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가 된 것이다.
구원의 여망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죽기를 기다리며 식음을 전폐할 때 바울은 “우리가 한 사람도 죽지 않고 한 섬에 걸리리라”는 말씀으로 소망의 빛을 보여준다.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연이어 터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온 나라를 공황에 빠졌을 때, 뼈저리게 안타까웠던 것은 지도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자신들의 몸을 던져 희망의 불씨를 지폈던 의료진들로 인해 다소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275명이 절망 속에 있을 때, 오직 한 사람만이 소망을 이야기했다. 풍랑 이는 바다보다 더 깊은 절망 속에 빠져있는 자들을 독려하며 음식 먹기를 권했다. “너희 중 머리카락 하나도 잃을 자가 없으리라”는 확신 가득한 말로 격려하였다. 하나님의 완벽한 보호를 선포한 것이다.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하매 그들도 다 안심하고 받아먹으니 배에 있는 ‘우리의 수’는 전부 이백칠십육 명이더라.”
배에 있는 사람의 수라고 하지 않았다. ‘우리의 수’라고 했다. 이들은 이제 바울과 함께 하는 공동체였다. 그들은 풍랑 속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다. 바울은 풍랑 속에서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한편 바울은 굶주려 있는 자들에게 음식을 먹도록 함으로 상륙할 때 필요한 힘을 비축하도록 인도했다.
“그 남은 사람들은 널조각 혹은 배 물건에 의지하여 나가게 하니 ‘마침내’ 사람들이 다 상륙하여 구조 되니라.” 사도행전 27:44
마침내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졌다. 모두가 구원에 이르렀다. 그들은 완전한 절망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체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