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일 목요일
마가복음 15:1-15
“네 말이 옳도다”
가장 의로우신 분이 법정에 서셨다. 그분의 죄를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자들은 칠흑 같은 밤에 재판을 시작하였다. 횃불을 밝힌 산헤드린 공회는 거짓 증인들로 휩싸였다. 환한 대낮에 해도 될 판결을 서둘러 종교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무엇이 바쁘다고 한 밤중에 재판을 열었단 말인가? 무리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합법을 가장한 역사상 가장 불의한 재판이었다.
사법권이 없었던 식민지 유다의 종교지도자들은 당시 총독이었던 빌라도에게 예수를 넘긴다. 세상의 힘을 빌어 자신들의 정적을 죽이는 일에 앞장 선 것이다. 그들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빌라도가 이제 눈을 뜬 새벽이었다. 그의 사저에 때 아닌 세상 법정이 세워졌다.
이른 아침에 한 사람을 부당하게 죽이기 위해 민중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민심은 겉잡을 수없이 소용돌이 쳤다. 자신들에게 자유와 빵을 주리라 믿었던 예수가 결박당한 채, 그들 앞에 섰을 때, 그들은 배반당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믿었던 만큼 실망도 컸다. 스스로 종려나무를 깔고 자신들의 옷을 벗어서 길에 깔았던 자들이었다. 호산나를 외쳤던 그 목소리로 오히려 예수를 죽이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주님께서 철저하게 버림 받으셨다. 하나님을 잘 믿는다고 그래서 가르치던 당시 종교지도자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허다한 무리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따랐던 민중들이 등을 돌렸다. 심지어 지난 삼년동안 동고동락했던 제자들마저 도망치고,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주님은 홀로 좁은 길에 남겨지신 것이다.
한 마디 변명도 하지 않으셨다. 무죄를 주장하지도 않으셨다. 주님께서 스스로 걸어가신 길이었다. 법정에서 피고인들은 죄를 가볍게 하기 위해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자신이 죄가 없음을 증명해야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아우성치며 고소하는 무리들을 향해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빌라도가 한 마디를 거들었다.
“빌라도가 또 물어 이르되 아무 대답도 없느냐?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으로 너를 고발하는가 보라 하되” 마가복음 15:4
주님께서는 이때에도 묵비권을 행사하셨다. 죽기 위해 법정에 서셨는데 달리 할 말이 없으셨다. 세상 죄를 지시고 묵묵히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신 것이다.
이사야는 이 장면을 미리보고는 기록에 남겼다.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이사야 53:7
빌라도의 결정은 민심에 따른 그릇된 판결이었다. 그는 시종 정의를 외면했다.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 정치적으로 판결을 이용한 것이다.
가롯 유다의 잘못된 판단. 그리고 시기와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들을 향한 정당한 질책을 외면하고 주님의 입을 막고자 했던 종교지도자들, 그리고 한 사람의 생명보다 자신의 입지를 더 생각했던 불의한 정치지도자 빌라도와의 합작품이었다. 주님의 죽음은 피해갈 수 없는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