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 그리스도인 가장(家長) 
주일 아침 교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얼굴이 있다. 서글서글한 눈매의 H집사님은 주차 안내로, 운동장 청소로 사시사철 한결 같이 교회를 섬기는 분이다. 부인 역시 교회의 신실한 일꾼으로 부부가 함께 섬기는 믿음의 가정이며 경제적으로도 축복을 주셔서 모든 성도가 부러워하는 가정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한때 크게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던 그가 부도를 맞았다. 땀 흘려 만든 사업체가 없어지고 가족 같은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는 상황에서 그는 많은 갈등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 외환위기가 터졌고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고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을 하고 보니 사장으로서 본인 명의로 집을 등록해놓은 사람이 그밖에 없더라고 했다. 당시 많은 사업주들이 자기 살 집은 지키겠다고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놓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은혜로 그의 회사가 구제금융 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는 교회를 열심히 섬기며 힘든 사람들을 도우면서 일했다. 매일 말씀을 묵상하고 공예배와 교회일을 우선으로 삼고 살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전보다 더 든든한 사업체로 회복되어 곳곳에 믿음의 기업임을 선포하고 있다.
돈을 벌어 나르는 것이 남편과 아버지 역할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요즘이다. 서점에 가면 부자가 되라는 매력적인 제목의 책들이 눈길을 끈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타협하고 싶은 유혹이 수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믿음의 가장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내 가족이 잘되는 길은 가장이 먼저 하나님을 신뢰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H집사님이 본인만 살겠다고 부도가 났을 때 집의 명의를 옮기고 재산을 숨겼다면 사업이 회복되었다고 해도 그것은 자랑스러운 성공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크리스천 사업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 중심을 보시고 그를 살리셨다.
삶의 우선순위를 하나님의 나라에 두고 말씀의 원칙을 붙들 때 하나님은 우리의 의식주를 책임지신다. 무엇을 입을까, 먹을까가 문제가 아니다. 내 삶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만큼 헌신하는가가 문제다. 그것이 흔들릴 때 내가 요동하고 내 가정과 사업이 요동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양재(우리들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