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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단독] 김양재 목사 “낙태 아픔 서린 건물, 저출생 극복 위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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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둘도 많다'는 표어를 내세우며 강력한 산아제한이 시행된 1970~1980년대 산부인과에서는 낙태가 횡행했다. 김양재(73) 우리들교회 목사의 남편도 산부인과 의사로 수많은 낙태 수술을 집도했다. 그러던 남편이 1987년 간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김 목사에게는 남편의 병원 건물만 남았다.
김 목사는 최근 이 3층 건물을 교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산을 막고자 생명을 앗아간 기억이 있는 이 장소가 이제는 출산율을 올리고 탄생을 격려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며 '저출산 문제 극복에 써달라'고 했다.
김양재(73) 목사./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는 지난 7일 오전 성남시 판교 우리들교회 예배에서 이 같은 기부 사실을 신자들에게 알렸다. 김 목사는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하는데 이혼율은 오르고, 낙태로 쉽게 아이를 포기하며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가 됐다'며 '매일 입으로만 저출생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여러분께 말씀드렸는데 행동으로 회개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설교가 끝난 뒤, 본지 인터뷰 요청에 김 목사는 '언론에 구구절절 알리는 건 옳은 일이 아닌 것 같다'며 한사코 거절하다 저녁쯤 돼서야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 목사는 '기독교인으로서 남편이 낙태 수술을 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 한편에 있었다'며 '열악한 환경 등을 이유로 낙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도와 저출산을 극복하자는 생각에 건물을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길을 걷는 아들딸 역시 김 목사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한다. 교회는 사회복지재단 한사람을 만들어 이 건물을 기부받은 뒤 한부모 가정을 위한 시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시선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출산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인 예비 미혼모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모태 신앙인 김 목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진 두 자녀를 낳고 기르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36세가 되던 해 남편이 세상을 떠나며 졸지에 가장이 됐다. 서울대 음대 피아노과를 나온 그는 피아노 강사 등으로 일하며 자녀를 키웠다.
신학을 공부한 적도, 목사가 되려고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성경 공부를 하다 2002년 자신의 집에서 기도 모임을 시작했다. 함께 묵상하며 각자의 삶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기도 모임 방식에 위로를 받았다는 이들이 소문을 내며 순식간에 참석자가 불어났다. 서울 휘문고 체육관을 빌려 예배를 드리다 2012년 판교에 교회를 세웠다. 현재는 여성 목회자로는 이례적으로 출석 교인만 약 2만명을 이끌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 신도들을 만나면 '꼭 결혼을 하고 생명을 많이 낳아 길러달라'며 당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우리 교회 청년들로만 따지면 출산율 2명은 거뜬히 넘을 것'이라며 웃었다. 결혼·출산 등을 주제로 한 책만 10권 넘게 썼다. 김 목사는 '저출산으로 나라가 소멸할 위기'라며 '나라가 없으면 예배를 드릴 사람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은퇴가 얼마 안 남았는데 저출산 극복 캠페인을 벌이며 나라에 힘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
김 목사는 건물의 시세에 대해서는 '위치나 가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함구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매섭게 오르니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더 견고해졌다'고 했다. 김 목사가 기부한 건물은 경기 광명시의 한 상업 지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 사이 건물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 지역 상가 건물은 현재 수십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 목사는 '한국 기독교가 점점 젊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지 못하고 요란하다는 얘기까지 듣게 된 것은 희생이라는 우리의 본질을 잊었기 때문'이라며 '나라의 근간은 가정이고 가정의 근간은 한 생명이다. 나라와 가정, 생명을 위해 희생하는 교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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