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재 목사는 한국 교회에 큐티 사역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목사는 큐티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오랫동안 평신도 사역자로서 국내외에서 큐티를 안내하고, 큐티 모임을 인도해 왔다. 한 두 사람으로 시작한 큐티 모임은 1,000명 이상 모이는 큰 모임으로 성장했다. 큐티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말씀 묵상 운동이 한국 교회 안에서 체계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2000년 7월 17일에 큐티선교회(QTM)를 창설했다. 김 목사는 큐티 사역을 하면서 신학의 필요성을 느껴 신학 수업을 받았고, 2002년 10월에 우리들교회를 개척해 김 목사의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2003년 6월 15일에 휘문고등학교에서 창립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진정한 영적 지도자는 신앙 공동체 안에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영적 도움을 주고 영향을 미치는 사람에게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영적 지도자의 권위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 목사의 영향력은 큐티 모임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자발적으로 권위가 부여된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목사라는 직분이나 어떤 직책 때문에 권위가 주어진 게 아니라, 큐티 안내자로서 목마른 영혼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중에 그 영적 권위와 능력을 신앙 공동체가 경험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부여하는 권위가 김 목사 사역의 현장에서 나타난 것이다.
말씀의 세계와 자신의 현실이 만나는 큐티
20세기 대표적인 영성가 토머스 머턴은 「시편으로 드리는 기도」라는 책에서 시편으로 기도를 잘 하기 위해선 “자신들의 삶 속에서 이미 시편의 어느 부분의 의미를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편의 의미를 살고 있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시편만큼 인간의 희망과 갈망, 슬픔과 기쁨을 진실하게 표현한 노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편의 의미를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과 자신에게 솔직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깊고 완전한 말씀 묵상은 바로 말씀의 세계와 자신의 현실이 만나는 데 있다.
김양재 목사의 큐티에 대한 안내가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이유만 언급한다면, 그것은 바로 큐티를 통해 수많은 영혼들이 구체적으로 말씀의 세계와 자신의 현실이 만나는 영적 체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삶의 처지가 어떠하든지 말씀 가운데 계시는 하나님을 자신들의 삶 속에서도 살아 계시는 하나님으로 만나는 깊은 영적 체험을 실제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말 가능한가? 김 목사가 어떻게 큐티를 안내하는가, 어떤 목적과 원리로 큐티를 가르치고 큐티에서 무엇을 강조하는가를 살펴봄으로써 보다 구체적으로 잘 파악할 수 있다.
김양재 목사가 말씀 묵상을 실천하고 가르침에 있어서 강조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인간은 100% 죄인이다”라는 것이다. 세리처럼 항상 자신의 죄를 깊이 자각하고 겸비하게 말씀 묵상에 임하는 자세다. 둘째는 “고난이 축복이다”라는 것이다. 김 목사가 강조하는 신앙적 고백은 택한 자에게 있어서 고난이 자신의 죄를 보게 하고 하나님을 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셋째,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고 거룩이다”라는 것이다. 큐티를 통해 행복이 아닌 참된 경건을 회복하라고 도전한다. 이것은 외적 경건이나 종교적 열심을 넘어 끊임없이 하나님을 추구하고 하나님 안에서 참된 자기 발견의 삶을 살아가는 일이다. 넷째, “하나님은 무조건 옳으시다”라는 것이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곳에 임재하시고 살아계시는 하나님의 뜻을 진지하게 구하는 자세와 마음으로 큐티에 임함을 말한다. 이것은 김 목사가 내린 큐티의 정의를 통해 명백해 드러난다. 김 목사는 큐티에 대해 “성경을 구속사적으로 차례대로 읽어가는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속사가 어떻게 자신의 역사가 되고 자신의 삶에 적용되는가”를 생각하면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일이다. 김양재 목사가 큐티를 가르치면서도 다른 큐티 안내자들처럼 큐티의 방법이나 기술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김 목사는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 앞에 어떤 자세로 설 것인지에 대해 많은 기술을 말하고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 중에 일어나 외치는 설교자
김 목사의 설교는 기존의 한국 교회의 대표적인 설교 유형이라 할 수 있는 신학적이고 조직적인 설교들보다 훨씬 쉽고 듣기가 편하다는 특징이 있다. 김 목사의 설교에는 여성 목회자로서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배어 있다. 또 일반적인 전달식 성경 공부나 설교는 주로 정보나 통찰을 주는 데 반해, 큐티식 설교는 자신이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말씀에 부딪힌 반향을 청중들과 함께 나눈다. 김 목사의 설교는 개인의 살아 있는 하나님 체험을 청중들에게 나눠줌으로써 그들의 삶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김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여성 목회자인 김 목사가 여성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면에서 탁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남성 설교자들이 한국 교회 강단에서 보여준 설교나 설교에 대한 접근과 매우 다른 점 중에 하나라는 사실이다. 또한 김 목사는 철저히 청중들의 입장에서 설교를 한다. 청중들이 갖고 있는 고난과 아픔, 혼란, 다양한 문제, 질문 등을 설교자인 김 목사 자신도 똑같이 갖고 있다. 어떤 면에선 청중들의 상황보다 더욱 아래로 내려갔던 자의 자리에서 설교를 한다. 따라서 청중들은 설교를 들으면서 자신들의 문제와 어려운 현실을 대면하고, 그 난제를 풀어 가는 데 필요한 영적 도움을 말씀을 통해 어렵지 않게 체험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 목회자인 김양재 목사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여성들의 아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물론 예전에도 여성 신학자들이나 설교자들이 여성의 문제에 대해 깨우치는 강의나 설교를 했지만, 그것이 한국 여성 기독교인들에게 충분히 이해되고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삶을 변화시키는 큐티(큐티식 설교)
김 목사는 매일 실천하는 말씀 묵상을 통해 변화해 가는 삶을 강조한다. “날마다 말씀을 조금씩 씹어 먹어서”(겔 3:3) 소화시켜 새로운 조직으로 변해 가듯이, 새로운 존재로 자라고자 하는 것이 큐티의 목적이다. 어거스틴이 강조한 것처럼, 사소한 말씀일지라도 행동으로 옮길 때 그 말씀의 의미를 온전히 깨닫는다는 깊은 이해의 수준을 김양재 목사도 강조한다.
김 목사의 큐티식 설교는 성경 본문을 한 절씩 풀어주고 그 깨달음을 삶에 적용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주 중에 묵상했던 말씀 중에 하나를 집어내 그것을 공동체와 나누는 형식으로 전한다. 이렇게 한 절씩 읽고 풀이한다는 것은 성경 말씀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연구한 후 적용함을 뜻한다. 김 목사는 성경 말씀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말씀에 대해 문자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성경 전체를 보는 눈을 강조하면서 말씀 묵상과 통독을 병행할 것과 성경 전체의 틀 안에서 본문 말씀을 해석하고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김 목사의 설교나 큐티의 적용에선 문자주의적 적용은 부정적인 문자주의에서 보이는 어떤 왜곡된 가르침에 얽매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많음을 본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단순하게 믿고 하나님 나라와 영혼 구원을 위해 전심으로 헌신하려는 믿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삶에 비춰 자신의 삶과 모든 인간 관계를 해석해 건강한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성장을 위한 제언
첫째, 본문 해석과 적용의 상관 관계에 대한 문제다. 김양재 목사의 큐티식 설교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적용을 다루고 있다. 우리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큐티에서 적용은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고, 논리를 넘어서는 적용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공동체가 함께 말씀을 듣고 청중들이 그 말씀에 대해 다양하게 적용하는 설교인 경우에 보다 철저하게 본문의 전체 흐름과 본질적 의미 및 숨겨진 뜻을 찾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성경의 흐름 안에서 그 본문의 위치와 삶의 자리를 분명히 하면서 적용하고 체험한 경험이나 체득한 깨달음을 조심스럽게 설교를 통해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지적에는 세상의 어떤 설교자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큐티 자체의 성격이 개인적인 적용이 매우 강조되는 훈련이고 김 목사의 큐티식 설교도 개인적 체험과 적용을 많이 사용해 설교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설교가 더욱 건강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도전을 주기 위해 이 부분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김양재 목사의 핵심적 가르침 중에 하나인 “하나님은 무조건 옳으십니다”라는 믿음의 고백이 성도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이 고백은 신앙인들이 궁극적으로 붙들고 살아야 하는 진리이지만, 이런 고백을 붙들기 위해 우리의 무의식과 내면의 어둠을 진실하게 바라보고 표현하는 자비의 공간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무조건 옳으십니다”라는 진리가 우리의 진정한 신앙 고백이 되기 위해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때로 규범의 날개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말씀 묵상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섰을 때 우리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고 따라서 그 문제로 씨름하며 투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무한한 하나님의 긍휼 안에서 자유로운 존재로 서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항상 앞으로 전진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 멈추기도 하고 ‘못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큐티를 나누는 가운데 부차적으로만 경험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앞에 반응적 자유가 있음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이런 연약한 우리의 모습까지 모두 포용하시는 절대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이것은 “하나님은 옳습니다”라는 것을 믿어야만 한다는 규범의 차원이 아니라 존재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체험을 통해 “과연 하나님은 옳으십니다”라는 고백이 그 사랑에 대한 반응으로 터져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김 목사의 사역 차원에서 말씀이 우리에게 올 때 우리가 그 말씀에 대해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를 알아차리고 인격 대 인격으로서 씨름하도록 초대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럴 경우에 의도하지 않았지만 말씀을 규범으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전통적 말씀 묵상인 ‘렉시오 디비나’의 단계에선 실천에 앞서 ‘관상’(contemplation)의 경험을 강조한다. 이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녹아져 그 말씀에 잠기고 말씀과 우리가 온전히 하나가 되는 영적 경험을 말한다. 이것은 말씀 가운데 임재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체험하고 그분의 임재 안에서 충분히 쉼을 얻으며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충분히 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김양재 목사의 설교에서 적용에 대한 강조는 삶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전과 힘을 준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인간의 노력으로 그것을 온전히 지키지 못할 때 오는 죄책감으로 인해 성도를 하나님과의 관계로부터 소외시킬 위험성이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셋째, 김양재 목사가 언급하는 ‘무서운 하나님’의 이미지를 어떻게 ‘정화’(refine)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김 목사는 ‘무서운 하나님’이 자신의 삶을 통해 체험하고 깨달은 신앙 고백이고 신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김 목사가 말하는 ‘무서운 하나님’의 존재는 결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억압하거나 어떤 힘 및 횡포를 인간에게 행사하려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보고 하나님을 초월적 존재로 인정함을 말한다. 이런 면에서 초월하신 하나님은 인자하신 하나님의 속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 하나님은 인간 영혼의 구원을 위해 비천한 사람들을 부르시는 분이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 있고, 어떤 죄악에 처해 있더라도 우리의 구원을 위해 개입하시는 분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우리가 세상에서 깨어지고 실패하는 삶으로 우리를 이끄실 수도 있다. 주님의 인자가 하나님 속에, 두려움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하나님을 두려운 분으로 제시하는 것이 우리 하나님에 대한 가장 온전한 표현이겠는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성도들이 일반적으로 가진 하나님에 대한 두려운 이미지는 유교 문화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전통 속에서 형성된 엄한 아버지 상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의 영적 현실을 고려할 때, 김 목사가 우리를 보호하시는 아버지와 같은 하나님의 이미지뿐 아니라 보다 여성적이고 어머니와 같은 하나님도 표현될 수 있다면, 우리의 영적 여정에서 훨씬 더 하나님을 온전히 체험하고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가면서
김양재 목사는 설교자로서 참으로 귀한 영적 경험을 통해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다. 이 귀한 체험들을 바탕으로 목회자요, 설교자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김 목사는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과 성도들의 삶이 만나도록 도전한다. 또한 설교자이기에 앞서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워 나가는 사역자이다. 무엇보다 큐티와 사역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역동적인 신앙 생활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로 지금 김양재 목사는 우리들교회뿐 아니라 한국 교회에서 주목받는 영적 안내자로 부름을 받고 있다. 이 부름을 온전히 감당하기 위해선 평신도 사역자로서 영향력을 미쳤던 김 목사가 목회자로서, 나아가 설교자로서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요소들이 있음을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 김양재 목사의 큐티 사역과 우리들교회의 사역이 계속 건강하게 성장하여 한국 교회 안에서 말씀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 안에서 변화가 이뤄지는 놀라운 역사가 더욱 많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 장신대 실천신학교수 오방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