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모두들 평안하신지요? 저희는 캄보디아에서 맞이한 여름(?) 중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6월부터 시작되는 우기를 맞이하기 직전인 4-5월이 1년중 가장 더운 시기인데 올해는 이상기온 때문인지 유달리 더 덥습니다. 별로 더위를 덜 타는 서양 선교사들까지도 매일 온도계 사진을 찍어서 본인들의 SNS에 올리며 하루하루를 견뎌 내고 있습니다. 기본으로 늘 40도가 넘고, 단 10초만 밖에 서있어도 뜨거운 공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하고 등에 땀이 흥건하게 날 정도의 폭염이라 현지인들도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진료실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하지만, 병원 직원들은 집에 에어컨이 있는 경우가 별로 없고, 있다 해도 전기세 때문에 잘 틀 수가 없어서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캄보디아에 처음 왔을 때, 왜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낮잠을 자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게으른 직원이라고 오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내다 보니 이렇게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밤잠을 설치면서 하루하루 버텨내야 하는 현지인들의 현실을 깨닫게 되어, 직원들의 낮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지금의 폭염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한국 선교사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가, 현지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열심히 자기 방식대로 자기가 배운 대로 가르치고, 때로는 강압적으로 한국인의 방식과 문화를 이식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고보면 저도 현지 의사들과 직원들에 대한 깊은 이해나 앎이 없이 그저 내 기준과 내 생각대로 판단하고 때로는 비난하거나 정죄하며 지내왔던 것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물게 분노의 마음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상대방의 마음이나 생각을 알아보거나 들어보지 않고서는 큰 오해를 하거나 실수를 할 수도 있어서 지금도 늘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예수님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고 하셨는데, 선교사라는 직분에 속아서 부지불식간에 나는 저들을 도우러 온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저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기 쉬운 자리에 제가 서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늘 제가 용서받은 죄인이라는 것을 기억함으로 그저 겸손히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위해서 기도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가장 더운 시기인 이때에 캄보디아에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쫄츠남(캄보디아 설날) 기간이 있었습니다. 공식적인 휴일은 3일이지만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앞뒤로 자체적으로 휴무를 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도시가 텅 비다시피 하는 시기입니다. 이에 맞추어 아이들 학교에서는 2주간의 방학을 하기에 많은 외국 선교사들은 가족들과 함께 인근 나라들로 피서를 떠났고 한국 선교사들 중에도 한국에 다녀오는 가정도 여럿 있었습니다. 저희 가정은 제가 병원에 주로 메여 있다 보니 개인 휴가를 쓰지 않으면 아내가 꼬박 2주간을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집에서 지내야 하는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저희 가정에 정말 큰 선물을 주신 일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모 교회에서 미얀마,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태국 선교사님들을 위한 힐링캠프를 준비했는데 여기에 의료진으로 가족과 함께 참석할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교회 성도들 중 의료인들이 와서 의료 상담 코너를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한국의 의료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오기로 했던 내과의사 선생님이 못 오시게 되면서 헤브론병원에까지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헤브론병원에는 내과의사 선교사가 2명이나 있지만 한 명은 사모님의 건강 문제로 한국에 계시고 다른 한 명은 소속 선교단체 리트릿 기간이라 갈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가정의학과 의사인 제가 내과 의사 대신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서 의료봉사를 하고 아내랑 아이들은 본 프로그램에 참석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갔는데, 여러모로 배려를 해주셔서 저도 본 프로그램에 많은 시간 참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힐링캠프 기간 동안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5년간 캄보디아에서는 이렇게 부르짖어 기도하고 목청껏 찬양할 수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저의 영적 상태와 필요를 아시는 주님께서 저를 긍휼히 여기셔서 귀하고 복된 자리에 불러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몇 달 전부터는 적어도 한 주에 한번만이라도 부르짖어 기도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영적 갈급함이 있어 수요예배에 참석해서 예배를 마친 후 개인기도 시간을 얼마간 갖고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성도라고는 세 명 밖에 참석하지 않는 작은 예배이다 보니, 예배 후 개인기도 시간에도 얼마 후면 저 혼자 남게 되어 마음껏 소리 내어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습니다. 교회에 성도가 적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크지만, 마음껏 부르짖어 기도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이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합니다. 이런 와중에 참석한 힐링캠프에서 마음을 다해 모두 함께 소리 높여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와 회복의 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캄보디아에서도 소수의 사람이라도 함께 모여서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할 수 있는, 영적으로 하나 된 모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현지 의료인들과도 이런 영적 하나 됨을 누리고 경험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꿈을 꿔봅니다.
또한 계속하여 헤브론병원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헤브론병원은 조금씩 자립과 현지인 이양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뜻과 계획이 있어서 지금처럼 규모를 키워주셨는데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해버릴 수 있기에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캄보디아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여러 중소 병원들의 내원 환자 수도 줄고 있고, 그래서 문을 닫는 병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이지만 아직까지도 헤브론병원을 찾는 가난한 환자들이 많이 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싼 진료비 때문입니다. 그런데 직원수가 120여명이나 되다 보니 지속 성장 발전 가능한 모델로 탈바꿈을 하지 않으면 수년 내에 병원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를 포함한 병원 리더십에 주님의 지혜와 능력이 필요하고, 특별히 현지 의료진 리더 그룹과의 긴밀한 소통과 하나됨이 너무나도 중요한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제가 다리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이 병원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앞서 길을 내어 주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한편 아내는 헤브론 까페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시작부터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임 과정에서는 우여곡절이 더 많았기에 별로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 짐작됩니다. 저희 가정이 오는 6월 중순부터 아이들의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짧은 안식월을 가지게 될 예정이라 당분간 아내는 이를 위한 이런저런 준비들로 계속 바쁠 예정이긴 합니다만 그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진로를 예비하여 주시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수아와 영찬이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앞서 잠깐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캄보디아의 날씨가 예년과 달리 너무나도 덥기 때문에 아이들이 번갈아 염증성 피부 질환에 걸리고 있고, 체력적/정신적으로도 쉽게 지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급기야 인내심 많은 수아가 자기는 이제 더 이상은 더워서 뚝뚝을 못 타겠다고 하여 아내가 고심에 빠졌습니다. 근래에 폭염 문제로 차량앱에서 뚝뚝이 아닌 차량 호출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만 차량 호출비는 거의 뚝뚝의 2배나 되기 때문에 좀 애매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집이 한번씩 정전까지 되고 있어 아내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주변지역 전체의 전기 사용량 증가가 원인인데, 저희가 캄보디아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지금까지도 교민 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기 때문에 또 그렇게 될 까봐 노심초사 하는 예기불안이 있습니다. 아이들 방학 전 까지 한 달여 남은 이 시기가 정말 고비인 것 같습니다. 폭염 가운데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 주시고 이 어려움의 시기를 잘 지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기도제목>
1. 이상기온 및 악화된 경제상황 가운데 신음하고 있는 캄보디아 땅에 긍휼을 베푸시도록
2. 선교사라는 직분에 속지 않고 용서받은 죄인이라는 것을 기억함으로 그저 겸손히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3. 깊은 기도의 자리에 은혜가 임하며, 먼저는 내 안에 영적 부흥을 경험하고 더 나아가 현지 의사들과의 큐티 모임과 기도 모임 가운데에도 영적 부흥이 임하도록
4. 병원 리더십에 지혜와 능력을 주시고, 특별히 현지 의료진 리더 그룹과의 긴밀한 소통과 하나됨을 위해 제가 다리 역할을 잘 감당하고, 이 병원의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앞서 길을 내어주시도록
5. 헤브론 카페 섬김을 내려놓게 된 아내의 마음이 회복되고, 향후 섬김도 인도해주시도록
6. 폭염 가운데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 주시고, 어려움의 시기를 잘 지나도록
7.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구원, 처제의 한인 교회 연결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