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는,
지난 며칠 동안의 봄기운에
콧구멍을 벌렁거리다가,
엉덩이를 들썩거리다가
봄바람이 나서 몸살이었는데
오늘은,
봄 기운은 무슨,
하루 종일 눈이 내려서
정해진 시간마다 성실하게
미쉬콜츠 하늘을 깨끗하게 닦아주던
정교회 예배당의 종소리마저
때 아닌 봄 눈에 파뭍혀서
하루 종일 하얗게 누워있습니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속에
저희도 하얗게 주저앉아서 책을 읽었습니다.
"길은,
누가 여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야 생겨납니다."
오늘 읽은 김재동 씨의 책에 나오는 구절로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신 신영복 님이 한 말입니다.
엊그제, 수요일(12일)에는 우크라이나 집시촌에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Miskolc(미쉬콜츠)는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이렇게 4개국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로 4개국 모두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면 국경에 도달합니다.
집시선교를 위해서 이곳에 부임한 이후 헝가리, 슬로바키아, 루마니아의 집시촌은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집시촌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혹시나"하면서 갔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집시촌으로 들어가는 길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포장이 안 된 길이라 도로 전체가 진창으로 자동차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럴지라도 그곳에도 길이 나 있었습니다.
그런 진흙탕 길을 덜컹거리며 한참을 들어가니 어제 본 듯한 낯익은 얼굴들이 하얀 웃음으로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 끝,
아!
초라하긴 하지만 그곳에도 집시족이 모이는 작은 예배당이 있었습니다.
예배당 앞 마당엔 진흙 투성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가득했구요.
그 아이들에게 준비해 간 초콜렛 빵을 나눠준 후 초라한 예배당에 들어가서 손을 모았습니다.
집시촌 가는 길,
그리고 집시촌 예배당!
그 길을 다시 되돌아 나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길"이신 주님이 시작하셨고,
그 뒤를 따라 "그 길"을 걸었던 수 많은 사람들.
사도 바울, 윌리암 캐리, 허드슨 테일러 ....
그리고 아! 우리 나라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였던 로버트 토마스.
그분들 이외에도 수많은 선배 선교사님들이 함께 걸었기에 생겨난 길.
"그 길"에 저희가 서 있음이 감사였습니다.
"길은,
누가 여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야 생겨납니다."
II.
존경하는 김양재 목사님!
유럽 KOSTA에서 뵐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부족한 저희를 많이 챙겨주셔서 행복했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바르샤바 집회를 잘 마치셨는지요?
여러가지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으셨는데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지난 연말에 기도편지를 드리고 두 달 반이 지나서야 또 소식 전합니다.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또한 정기적인 선교헌금으로 후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거기다가 올 8월에는 단기선교팀까지 보내주시기로 하셔서 너무 기쁘고 큰 격려가 됩니다.
덕분에 저희 사역이 봄바람에 새순이 움트듯 파랗게 파랗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지난 2개월 동안 있었던 저희 사역에 대해서 보고드리며 기도 부탁드립니다.
1. 다섯 번째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있었던 일들 중 가장 기쁜 소식입니다.
저희가 섬기는 어느 집시촌으로 가는 길에 Boldva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 마을 역시 여늬 헝가리 시골 마을과 다름없이 마을 한 쪽에 집시(로마니)족들만 모여사는 정착촌이 있습니다.
공산정권 시절에 정착촌을 만들어 집시족을 강제적으로 모여 살게 한 게토(Getto)입니다.
그곳에 700여 명의 집시들이 살고 있는데 그곳을 지나 다닐 때마다 늘 마음에 부담이 있었습니다.
엊그제 다녀 온 우크라이나 집시촌과 별로 다를 바 없이 열악하고 가난한 마을입니다.
그나마 우크라이나 그 집시촌에는 교회라도 있었지만 이 마을에는 교회조차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마음에 부담을 갖고 그 마을에 교회가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명을 받고 신학교에 들어가던 날부터 교회를 세우는 일을 사명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교회를 개척했고,
헝가리에 온 지 4년째가 되는 지금까지 다섯 군데 집시촌에 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선교사역이 있고, 다양한 선교 정책이 있지만 저희는 교회 개척이 사명이요, 교회 개척이 은사인지라
이곳에 부임하면서부터 교회 개척을 선교사역의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다행히 하나님께서 저희 마음과 은사를 보시고 지금까지 5개의 집시촌 교회를 개척하게 하셨습니다.
저희가 집시촌에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함께 동역해 주실 헝가리 목사님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역은 다 저희가 감당해도 설교만큼은 저희 헝가리어 실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서요.
다행히 하나님께서 사무엘 목사님을 동역자로 붙여주셔서 네 번째 교회까지는 개척하여 섬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엘 목사님이 다섯 번째 교회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기도하던 중 Boldva 마을에서 헝가리 교회를 담임하고 계시는 카로이 목사님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 마을 700여 명의 집시족들을 위한 교회 개척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동역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할렐루야!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그렇게 해서 지난 2월 첫 주에 다섯 번째 교회의 개척예배를 드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교회 개척을 위해서 맨 먼저 예배 처소가 필요했습니다.
카로이 목사님께서 그 마을 문화회관이나 학교 교실 등을 예배 처소로 빌릴 수 있는지 알아보셨습니다.
이미 개척한 4개 마을은 회관이나 학교 교실 등을 빌려서 예배 처소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은 그것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도하던 중 전에 카로이 목사님 교회를 가끔 방문했던 에리카 자매님이
자기 집을 예배 처소로 오픈하겠다며 우선 자기 집에서 모이자고 했습니다.
그 마을 700여 명의 집시족 중 유일하게 교회에 다녀본 적이 있는 자매님입니다.
하나님의 예비하심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에리카 자매님 집에서 2월 첫 주에 개척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집은 자기 딸과 아들 등 3대가 모여서 사는데 그 집 가족을 포함해서 20여명이 모였습니다.
에리카 자매님의 딸 부부가 사는 가운데 칸,
방 한 칸에 화장실과 부엌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는 그 비좁은 방 한 칸에 50여 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영적으로 다들 얼마나 굶주렸던지 모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모습.
저희의 찬양인도로 함께 뜨겁게 찬양하고 기도한 후 카로이 목사님께서 설교를 해 주십니다.
그런 다음 설교 말씀을 붙잡고 함께 기도하고 또 목청껏 찬양하고 예배를 마칩니다.
예배 후에는 저희가 준비해 간 간식을 나누며 교제하구요.
이렇게 다섯 번째 집시촌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현재 이 교회에 가장 절실한 필요는 예배 처소입니다.
매주 50여 명이 모이는데 에리카 자매님의 집이 너무 비좁아서 곧 옮겨야 합니다.
이 교회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다른 네 군데 집시촌 교회도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는 Miskolc와 이곳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세 마을,
Lak, Hegymeg, 그리고 Abod 마을에 세워진 교회는 건강하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Miskolc 교회는 저희가 동역하는 초등학교 교실을 빌려서 예배를 드렸는데
그 동안 숫적으로 많이 성장하여 그 학교의 작은 체육관으로 예배처소를 옮겼습니다.
예배 처소가 넓어지니 예배 분위기도 좋고 숫적으로도 부흥되고 있습니다.
Hegymeg이나 Abod는 집시족이 그리 많지 않기에 숫적인 성장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성도들의 믿음이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저희를 위해서 스스로 간식을 준비할 정도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Lak 마을은 어떤 때는 아이들까지 150명 이상이 출석할 정도로 많은 성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지난 겨울 그 추운 날씨 속에서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열심히 교회에 나오는 모습이었습니다.
Lak 교회는 그 마을 문화회관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난방이 안 되는 곳입니다.
겨울철이면 마을 행사가 없어서 문화회관을 비워두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그 회관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는데 난방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 내내 난방도 없이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회관에서 멀리 떨어진 산 기슭 집시촌에 살면서도 추위를 무릅쓰고 그 먼 길을 달려옵니다.
그렇게 와서 열심히 예배 드리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면 손이 시려서 기타를 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저희 역시 더욱 열심히 찬양 인도를 하고 그들을 섬기게 된답니다.
처음에 이들 네 교회를 개척할 당시만 해도 예배 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잡담을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예배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자기들끼리 돌아가며 저희를 위해서 차와 다과 등 간식을 준비하고
예배 후에는 예배당 청소까지 하는 등 교회를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모습으로 성장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고 기특한지 모릅니다.
3. 네 명의 신학생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대로 저희는 <10-10 프로젝트>라는 비젼을 갖고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10-10 프로젝트>는 저희가 은퇴할 때까지 10개 이상의 집시촌 교회와 10명 이상의 집시족 목회자를 세우는 것입니다.
아무리 교회를 개척하여 세웠다고 할지라도 현지인 목회자를 세워서 교회를 맡겨놓고 떠나지 않으면
그 교회들은 선교사가 떠난 다음에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10개 이상의 교회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명 이상의 집시족 목회자를 키워서 교회를 맡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게 한 다음 저희와 같은 집시선교에 대한 비젼을 갖고 있는 후배 선교사 가정을 후임으로 세워서
이 사역이 계속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사역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현재 다섯 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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