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분들께,
석류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여름 내 무더운 날씨 가운데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곳 알바니아는 가을을 채촉하는 비가 한바탕 내린 후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기 전에 여름 내 있었던 저희들의 이야기를 얼른 들려드려야 할 텐데...’하며 요 몇 주 동안 마음이 급했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찬찬히 읽어보시고, 이곳 사람들과 저희 가족들을 마음으로 그리시며 손 모아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라마잔 금식을 지키는 사람들
6월 말에 유라프리카 권역 선교사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해 2주간 집을 떠나있었는데, 돌아와 보니 팔커 마을에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알고 봤더니 방학이 시작되면서 동네 ‘자미(무슬림 사원)’에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의 아이들을 위한 여름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반으로 나뉘어 각각 매주 2-3일씩 저녁 무렵에 아랍어 교실이 열리는데, 아이들이 아랍어로 쿠란을 읽고, 기도문을 외울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올 여름에는 라마잔 금식월이 끼어있어 사뭇 분위기가 진지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긴 팔 옷과 긴 치마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쓰고 교육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저희 집에 영어를 배우러 오던 예따도 저희가 나눠 준 영어 파일 대신에 자미에서 나누어 준 파일을 끼고 열심히 아랍어를 배우러 다녔습니다.
막상 라마잔이 시작되자 저희들이 알고 있는 주변의 이웃들은 대부분 신실하게 금식을 지켰습니다. 팔커는 북쪽 지역에서 이주한 무슬림들이 집단으로 이주해서 공동체로 살기 때문에 도시 지역보다 라마단을 지키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아보였습니다. 아침 해가 뜨기 전부터 금식을 시작해서 해가 지는 8시에야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초등학교 아이들도 며칠씩 참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매일 밤마다 기도하기 위해 남자들은 자미로 모였습니다. 무슬림들은 라마잔 금식을 통해 자신의 죄가 사해진다고 있다고 믿는데, 아울러 라마잔을 통해 흐트러져 있던 신앙적인 열정과 동질성을 강화되는 것 같았습니다.
왠지 라마잔 동안에는 다른 집을 방문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침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음식 냄새가 옆집까지 나지 않을까, 괜히 음식을 먹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밤늦게 기도하려 모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괜한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저도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희의 무력감을 처절히 느끼면서 하나님께서 이들 안에 친히 역사해 주십사고 기도했습니다. 신실하고 경건한 무슬림 가운데 참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사람들이 나오길, 그들이 스스로의 행위로 깨끗해 질 수 있다는 율법의 지식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친밀한 사랑을 알고 누리는 데까지 갈 수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루키아네 결혼식
알바니아에서 여름은 결혼의 계절입니다. 여름엔 외국으로 일하러 나갔던 가족들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많이 돌아오고 해서인지 주로 여름에 결혼을 많이 합니다. 팔커도 낮 동안은 더위와 금식으로 인해 동네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하지만 저녁만 되면 여기 저기 떠들썩한 음악 소리로 마을이 다시 살아납니다. 도시의 결혼식과 약간 차이가 있길 하지만, 보통 결혼식 1주일 전부터 저녁마다 마당에 크게 음악을 틀어 놓으면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서 축하를 하고 밤늦게 까지 함께 춤을 춥니다.
저희도 그동안 친분이 있던 루키아네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루키아는 마을 보건소에서 일하는 있는 여의사이고, 남편은 팔커학교 선생님인데, 외아들이 결혼하게 된 것입니다. 이선교사가 결혼식 사진을 찍어 주고 싶다고 했더니 결혼식 전야 잔치부터해서, 신랑이 신부 집으로 신부를 맞으러 가는 결혼식 당일, 그리고 저녁에 있는 결혼식 피로연까지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신부가 신랑 집으로 들어올 때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축하하고 춤을 추었는데, 정선교사와 형민이가 한복을 입고 가서 새로운 가정을 위한 결혼 선물로 성경책과 찻잔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번 결혼식으로 인해 처음으로 알바니아 결혼 풍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감사했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춤과 노래를 사랑하는 이들이 어린양 예수님의 혼인 잔치에 기쁨으로 참여하는 날이 올 수 있길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결혼식 이후에도 루키아 가정과 여러 차례 교제하게 되었는데, 루키아 가정이 예수님을 믿고 친척과 이웃들에게 주님을 소개하는 자들로 쓰임 받을 수 있길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야신이 이야기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소개했던 야신이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여름이 되어 그리스에 일하러 갔던 야신이의 부모님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야신이가 한동안 집에 오지 않길 래 왜 안오냐고 했더니, 그냥 쭈삣쭈삣하며 아빠가 외국인 집에 자주 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못가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아이를 통해서 안 사실은 야신이가 우리 집에서 놀다가 무언가를 몰래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야신이가 집에 놀러 오지 못하는 것을 알고, 이번 기회에 야신이에게 예수님을 소개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결국 일 주일이 지난 즈음에 야신이를 조용히 집으로 불러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구슬과 매듭을 묶은 실로 하나님과의 관계와 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고, 요한일서 1장 말씀도 들려주었습니다. 야신이가 순순하게 자신이 물건들을 가져갔다고 고백하길 래 저도 야신이의 잘못을 용서해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죄의 매듭을 풀어주신 예수님에 대해 들려주며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져간 물건을 다시 가지고 오면, 봐서 꼭 필요한 물건이면 선물로 다시 주겠다고 했는데, 그 후로 야신이가 저희 집에 더 이상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야신이가 진지하게 예수님을 영접했는데 왜 다시 오지 않을까... 그 후로도 계속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무슬림인 자신이 얼떨결에 예수님을 주로 고백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부모님이 알고 못 가게 한 것은 아닐까, 혹시 갖고 있던 물건을 돌려주기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주님께서 야신이의 마음에 참된 믿음의 씨앗이 자라게 해주시길 기도합니다. 죄를 용서해 주시고 마음에 참 자유를 주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시길 기도합니다.
갑작스런 한국방문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저희들의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선교사가 여름 내 소화가 잘 안되고 속이 답답하여 힘들어 했는데, 지난 해 이곳에 생긴 한 큰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약을 먹었는데도 속이 불편하고 밤중에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있어 병원에 가서 다시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담낭에 모래가 찬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항생제를 먹고 염증을 가라앉히며 지켜보자는 소견이 있었지만, 혹시 계속 심해질 경우 현지에서의 수술이 힘들다는 주변의 판단에 따라, 지난 8월 29일에 급히 한국에 들어가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수술을 잘 마치고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2주 만에 다시 알바니아로 돌아왔습니다. 경황이 없어 여러 분들께 미처 연락드리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남은 사역기간 동안 가족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름이 가르쳐 준 교훈
올 여름이 참 덥고, 건강으로 인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저희가 선교사로 선교지에 오지 않았다면, 또 팔커 마을에 와서 살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뭔가 사역을 한 것보다 하나님을 더 알게 하신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들이 믿고 섬기는 하나님이 저희의 좋으신 아버지가 되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저희들의 한없는 연약함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을 결코 마다하지 아니하시고, 변함없는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힘과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저희들이 이곳에서 무슬림들의 친구가 되어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 때문인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그 사랑이 그들의 마음에 깨달아져서 하나님을 진정으로 예배하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이 영광스러운 부르심을 향해 달려갈 수 있길 소원합니다.
그럼, 다시 소식 전할 때까지 우리 주님의 은혜가운데 평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2. 9. 24
팔커에서, 나무가족(이동윤/정인혜/형석/형민/형범) 드림
* 기도 제목
1.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도록
2. 첫 텀이 마치는 12월까지 이곳에서 저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온전히 이루어지도록
- 저희 가정이 온전한 예배자로 설 수 있도록
- 이웃들을 꾸준히 방문할 수 있도록
- 하나님이 준비하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 떠나기 전에 마을 아이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특히 11월 3-4일 빌립보 교회 단기팀과 하는 축구교실을 위해)
- 베드리, 루키아 가정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3. 본국사역(안식년)을 위한 준비들을 잘 할 수 있도록
- 12월 18일 입국 예정
- 사역의 마무리, 짐정리, 앞으로의 계획, 자녀들의 준비와 학교적응 등
4. 지속적인 언어의 진보를 위해
5. 알바니아 무슬림들을 위한 배움과 올바른 적용, 선교를 위한 동역들이 이루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