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분들께,
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지금쯤 한국은 꽃샘 추위도 어느 정도 누그러지고 꽃들이 한창 피어나는 아름다운 계절이 왔겠지요? 이곳 알바니아도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을 뒤로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누리는 사람들로 거리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 번 기도편지에 이사를 위해 기도부탁을 드렸었는데, 그 후로 소식을 전하지 못해 어떻게 되었나 많이 궁금해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이들 염려하고 기도해 주신 덕분에 지난 1월 24일에 저희 가족은 이곳 팔커 마을로 드디어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편지에는 지난 두 달 동안 팔커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기도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팔커 우리 집
이사 후 처음 한 달은 추운 날씨와 집에 물이 잘 안 나오는 것, 그리고 잦은 자동차 고장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차라리 따뜻한 봄에 이사를 할 걸... 자동차를 바꾼 다음에 이사할 걸...’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오히려 힘든 적응의 시간을 통해서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에 대해 더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이곳에서 어떻게 겨울을 나야 하는지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난 1월에 있었던 쉬프레사 교회의 40일 새벽기도 시간을 통해 김 선교사님 부부 외 여러 지체들의 기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저희들에게 큰 영적 지지가 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정이 팔커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집 주인의 동생이자 여러 번의 방문으로 친분이 있던 베드리 가정이 많이 도와주었는데, 비를 맞으며 장작을 함께 사다 날라주고 패주는 모습을 보며 많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며칠 밤 동안 바람이 심하게 불어 지붕의 기와가 틀어졌었는데, 옆집 베니의 도움으로 함께 지붕에 올라가 틀어진 기와를 다시 맞추고 나서는 집에 비가 덜 세어 감사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고장난 펌프를 한 달 만에야 고치고 집 안에 수도와 더운 물이 콸콸 나오게 되어 기뻐했던 일... 왠만하면 새 것으로 사서 쓰는 저희와 달리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고쳐 쓰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작은 것 하나부터 이들의 삶 속에서 지혜를 배우고 닮아가야 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소바(난로)를 지펴야 난방도, 더운 물을 데울 수 있는데, 처음엔 불 피우는 것이 서툴러 한 시간 넘게 시름할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참 귀한 진리들을 묵상할 수 있었습니다. 도끼 자루를 직접 깎아 도끼 날을 끼워 나무를 패야 했고, 한 백번은 땀이 나게 팬 것 같은데 고작 한 아름도 안되는 나 무로 하루 쓸 장작을 대기 힘든 때도 많았지만 단순한 삶 속에서 오히려 많은 감사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와 마냥 신이 났습니다. 그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늘 “뛰지마, 조용해!” 소리를 달고 살았는데,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는 집이 생겨서 얼마나 좋아하는지요. 처음엔 이전 집에 가자고 조르던 형범이도 얼마 지나자 ‘팔커 우리 집’ 하며 웃는 모습을 보며 저희 마음도 참 행복했습니다.
사역의 작은 변화들
학교 교실을 빌려 조촐하게 가졌던 지난 크리스마스 모임 이후에, 추운 날씨 때문인지 토요일에 청소년 또래 아이들이 잘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희를 기다리는 몇몇 어린 아이들 때문에 계속 같은 시간에 아이들을 찾아가 만났는데, 같은 동네 이웃이 되었다며 찾아와 대문을 두드리며 집 구경을 시켜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돌려보내며 앞으로 어떻게 사역을 해 나가야 할 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 키다의 영어교실
그러던 중에 영어를 잘 하는 키다 자매가 이곳 아이들을 위해 영어 교실을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이곳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관심이 많고, 현재 과외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지만 학원까지 거리도 멀고 비용 부담도 있어 저희가 영어 교실을 열면 아이들 교육에 도움도 되고, 부모들과도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베드리의 두 딸과 저희 집에서 영어 교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통해 배우려는 열정이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라고, 아울러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는 기회가 되어 복음을 나누는데 까지 갈 수 있길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 팔커 가정예배
저희 가정은 그동안 쉬프레사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왔는데, 이사하고 3월 들어서면서 팔커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저희 가정만 드리는 예배이지만 하나님이 저희를 이 땅에 예배자와 중보자로 세워주신 것을 감사하며, 저희와 함께 하시고, 도우시는 하나님을 아이들과 함께 찬양 드릴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예배가 어설프고, 찬양만 하면 춤추고 빙글빙글 도는 형범이로 인해 분위기도 어수선하지만 나름대로 순서를 정하고 기도와 말씀, 헌금, 광고 등 각자 역할을 맡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먼저 저희 자녀들이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을 깊이 경험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 팔커 사람들도 저희와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는 날이 속히 올 수 있길 기도해 주십시오.
- 이웃들과의 만남과 말씀 나눔을 위한 준비
팔커로 이사하고 나서 주로 토요일에 방문하던 때와는 달리 생활 가운데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이곳에서 기회가 되는 대로 이웃들을 계속 방문하고 관계를 쌓으려고 합니다. 주로 집안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부녀자들을 위해서는 정 선교사가 낮 시간에 방문하고, 오후에 일을 마치고 주로 동네 카페에모여 커피를 마시며 교제하는 남자들은 이 선교사가 만나려고 합니다. 특히 토요모임에 나왔던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하여 부모들과 교제하는 것도 중요한 관계의 다리입니다. 얼마 전 오랫동안 중동에서 사역한 한 선교사의 세미나를 통해 무슬림 관심자들을 위해 어떻게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성경 공부를 해야 하는지 좋은 지혜를 얻게 되어 감사했는데, 실제로 이들의 언어로 말씀을 준비하고 전하는 것이 저희들에게는 가장 큰 도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들과 교제하며 복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이들과 하나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언어적인 준비와 조력자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텃밭을 일구며
요즘 각 집마다 주변에 있는 텃밭을 가꾸느라 일손들이 바쁩니다. 저희 집 마당 옆에도 작은 텃밭이 있는데 무얼 어떻게 심어야 할지 몰라 미처 손을 못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집 일을 마친 베드리와 아내 비올차가 와서 포도나무 가지도 치고, 밭을 일구는 방법을 알려 주길래, 서툴고 힘이 들어도 틈나는 대로 밭을 일구었더니, 드디어 얼마 전 감자랑, 양파, 마늘, 상추, 호박을 심고, 밭 한 켠에는 다른 선교사님이 한국에서 가져왔다며 건네 준 열무와 얼갈이 배추 씨앗도 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은 담 너머 이웃집을 기웃 거리며 곁눈질로 배워야 하는 초보 농사꾼이지만 우리도 밭에 이것 저것 심었다고 자랑도 하고, 아침마다 형범이랑 밭에 나가 물을 주고, 어느 새 뾰족이 나온 새싹들을 바라보며 뿌듯한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와 같이, 부족한 저희들을 통해 하나님이 친히 심으시고, 기르시고, 거두실 이 땅의 열매들을 마음 속에 그려보며 기대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의 마음에도 동일한 기대와 소원을 품께 하시길 바라며, 지금은 밭을 일굴 때라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어 때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여러 분들의 기도를 힘입어 끝까지 인내하는 저희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소식 전할 때까지 은혜 가운데 승리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2. 3. 29
팔커에서, 나무가족(이동윤/정인혜/형석/형민/형범) 드림
* 감사 제목
- 오랫동안 함께 교제하던 영화교회 이종훈 집사님의 방문(2월 23-28일)으로 하나님이 많 은 위로와 격려를 주심을 감사합니다.
- 여러분들의 헌금과 독일 이주엽 형제님의 도움으로 좋은 중고차를 새로 구입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 기도 제목
1.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도록
2. 주변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 꾸준히 가정들을 방문하여 관계를 맺고, 복음에 열려 있는 예비된 사람들을 만날 수 도록
- 특별히 베드리 가정을 축복해 주시고 지혜와 사랑으로 그들을 섬길 수 있도록
- 이웃집 자나에게 자녀를 허락해 주시도록
- 얼마 전 CCC 모임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루띠를 잘 돕고 양육할 수 있도록
3. 함께 동역하는 키다 자매에게 은혜를 부어주시고, 영어교실을 통해 아이들의 필요를 돕 고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4. 팔커에서의 예배를 통해 저희 가정이 예배자와 중보자로 잘 세워질 수 있도록
특히 자녀들이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도록
5. 지속적인 언어의 진보가 있도록(사역언어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6. 알바니아 무슬림들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선교를 위한 동역들이 이루어지도록
* E-메일: edongyoon@gmail.com (이동윤) / shpresaina@gmail.com (정인혜) * 현지주소: AEP #11 K.P.119 Tirana, Albania / * 현지 연락처: 001-355-69-401-9662(핸드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