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간, 저희 가정을 알바니아에 파송한 영화교회(서울 서초동) 손훈 목사님과 9명의 성도님들이 알바니아를 다녀가셨습니다. 이번 편지에는 그분들을 통해 하나님이 부어주신 은혜와 격려와 권면들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 원합니다.
이번에 저희를 방문하신 분들을 뵈며, 야곱이 형 에서를 만나 “형님의 얼굴을 뵈온 즉 하나님의 얼굴을 뵌 것 같사오며...”라고 고백한 것과 같이 저희에게 하나님을 만난 것 같은 큰 감격과 기쁨이 있었습니다. 영화교회는 제가(이 선교사)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다니던 모(母)교회이자, 청년시절을 거쳐 신학교 시절 및 파송 전까지 사역자로 훈련받은 곳이기 때문에 제게는 마치 친정과 같은 교회입니다.
팔커 마을 방문
첫 날 오후, 일정이 늦어진 관계로 아이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한 두 시간이 지나 방문 팀과 함께 팔커 마을로 향했습니다. ‘과연 아이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을까, 낯선 무리의 손님들을 보고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내심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차량을 보고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이 반갑게 뛰어나왔고, 교회 분들이 선물로 준비해 오신 물총으로 한바탕 신나게 물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 장로님이 아이들을 몸으로 안고 부비며 이름이 뭐냐고 물으시다가 “이럴게 아니라 운동장에 빙 둘러 앉아 각자 자기소개를 하게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한 아이 한 아이의 소개가 마칠 때마다 장로님은 그분 특유의 톤으로 “박수~”를 외치셨고, 아이들도 목소리를 높여 덩달아 “박수~”하고 즐겁게 따라 외쳤습니다. 이 날 이후 여행팀의 모든 일정 속에 “박수~”는 순간순간 우리로 팔커에서의 만남을 기억하게 하는 즐거운 추임새가 되었습니다.
“지금 눈앞의 한명이 먼 훗날 알바니아를 변화시킬 인물로 자랄 거야.”
이번 방문 팀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저희가 왜 팔커에서 사역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를 확신시켜 주셨습니다. ‘좀 더 효과적인 사역과 많은 열매를 위해서는 도시 한 가운데서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가끔씩 스스로 생각해 보곤 합니다. 그러나 다이티산을 오르면서 집들이 빽빽한 티라나 시내를 바라보고, 반대로 사람들이 많지 않은 외곽의 팔커를 내려다보면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을 찾지 않으시고, 변방의 갈릴리에서 사역을 시작하시며 제자들을 부르셨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가끔 팔커 호수를 보며 갈릴리 호수를 떠올려보곤 했었는데, 이번에 한 분께서 ‘팔커에 마음 밭이 순전한 사람들을 하나님이 예비해 두셨을 테니 믿음의 담대한 배짱을 가지라’는 권면해 주신 말씀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성급하게 열매를 따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럴듯한 열매를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저에게 때때로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덜 가치 있는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단지 이 마을에 교회를 세우는 접촉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제 마음 저 밑바닥에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친정식구들을 통해 저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작아 보이는 이 한 아이가 10년, 20년 후에는 알바니아를 변화시킬, 알바니아에 소망이 될 바로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해!” 네,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팔커 지역의 접촉점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알바니아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하나님이 크게 사용하실 인물들입니다. 한 아이, 한 아이를 그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주님의 안목이 저희에게 날마다 유지되도록, 그래서 한 영혼을 붙들고 영적인 씨름을 끝까지 할 수 있는 저희가 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팔커 아이들을 통해 영광을 받으실 하나님께 “박수~”
“열정이 느껴지질 않아요”
크루야 유적지를 다녀온 마지막 날 오후에 저희는 숙소를 타이티산 중턱에 있는 한 장소로 옮겼습니다. 티라나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무엇보다 팔커 호수와 마을 언저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휴식할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 그 날 저녁에는 그동안 알바니아에서 지내오며 나름대로 고민해오던 것들과 앞으로의 사역 방향에 대해 나누며, 방문하신 분들이 느끼신 점과 조언을 듣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분들이 팔커에서 아이들을 만났던 시간들을 떠올리시며 아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던 점들을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중 한 분은 ‘방문했던 다른 선교지에 비해 왠지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아픈 마음을 담아 저희에게 말씀 하셨습니다.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느끼셨나요?” 라고 묻기도 죄송하여 그냥 묵묵히 그 말씀을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저희에게 주시는 사랑의 또 다른 권면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한 집사님께서 저희에게 계속해서 말씀하셨던 것이 있었습니다. “알바니아를 보고 싶다”고... 하지만, 저는 보여드릴 사역이라고는 팔커 밖에 없다고 하며 생각이 굳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공항 배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생각하면서 집사님의 바램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교제하던 집 앞 과일가게 싸이밀과 그 식구들을 이분들에게 소개해 드릴걸...’, ‘매일처럼 다니며 만나 관계를 쌓는 대학가와 집 주변의 여러 카페의 웨이터들을 소개해 드릴걸...’, ‘팔커에서 만났던 청년들을 찾아 함께 인사할걸...’
저희는 아직 전도의 열매가 맺혀진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아직 함께 예배드리는 성도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들을 소개해 드리지 못했습니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이 나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나에게 어떤 현지인 친구들이 있는지... 내가 어떤 길을 걸어 다니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지 이분들과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머물던 그 장소에 함께 머물고, 자주 만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찾아가 여느 때처럼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면 좋았을 것을...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나를 좀 더 단순하게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맘으로 남습니다.
선교사로서 사람에게 잘 보여 지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두려움은 저희를 경직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나 자신을 포장하지 말고 풀어서 보여주고, 속 마음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삶에 믿음의 배짱을 가지고, 하나님이 주신 마음의 소원을 따라 소신 있게 길을 걸어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교회의 사랑이 남긴 여운들
특별히, 4일간 형석이 형민이는 왕자와 공주처럼 대접을 받았습니다. 여느 단기 팀과의 교제와는 달리 열 분의 교회식구들은 저희 자녀들에게 집중해주셨습니다. 나흘간 형석이, 형민이는 모두 너무너무 행복해 했습니다.
공항에서 배웅을 마치고 학교의 오후 스케줄을 따라 견학 나온 반 친구들과 합류하기 위해 전 날 교회 분들과 다녀갔던 크루야로 형석이를 데리고 갔는데, 형석이가 자기 반 아이들을 눈 앞에 두고 왠지 주저합니다. 저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데, 선생님과 친구들을 눈앞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조르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목사님이 보고 싶어요” 하며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크루야 박물관 앞 계단에 힘 없이 형석이와 앉아 있는데 장로님들이 저희들 옆을 걸어 내려가시는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눈을 비비고 보니 알바니아 사람들이더군요. 저도 순간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눈앞에는 크루야에 소풍을 온 중학교 아이들이 우리를 보며 ‘기네즈(중국인)’라고 수군거리고, 옆으로 지나치는 여자아이들은 슬퍼 훌쩍이는 형석이의 속도 모르고 모자를 들춰보며 장난을 걸어옵니다.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그 아이들에게 웃으면서 대답할 힘이 없습니다. “누가 제일보고 싶니?”라고 묻자 형석이는 “모두 다” 라고 대답합니다. “열분 모두?” 라고 다시 묻자 “응”합니다. 그분들로 인해 자녀들이 교회의 일부로 자신을 깊이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선교지에서 개인적으로 단기 방문 팀을 처음 맞아보는 터라 많은 부족한 점과 아쉬움이 남았지만, 저희들의 연약함을 다 아시고도 사랑해 주시고, 믿고 격려해 주시는 교회 분들을 통해 다시한번 저희들 또한 교회의 한 지체로 이곳 알바니아에 와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고 든든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바라기는 저희가 진실하고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충성함으로 저희를 파송하신 교회의 기쁨과 자랑이 되고, 그로 인해 교회가 선교의 동역자로 하나님 앞에 더 아름답게 쓰임 받을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그럼, 또 소식 전할 때까지 더운 날씨에 강건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1. 6. 1
알바니아에서 나무가족(동윤/인혜/형석/형민/형범) 드림
* 기도 제목
1.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날마다 풍성히 누릴 수 있도록(새벽 시간을 회복하도록)
2. 언어의 지속적인 진보를 위해
3. 팔커의 아이들을 향한 소망이 날마다 더욱더 크고 분명해 지도록
4. 여름 방학기간 동안 팔커에서 토요모임 외에 작은 모임이 생겨나도록
5. 영화교회가 계속해서 선교사를 발굴하고 파송할 수 있도록
6. 김용기 선교사님 가정의 3개월간의 안식월이 재충전과 좋은 회복의 시간이 되도록
7. 쉬프레사 교회가 더욱 머리되신 그리스도에 집중하며, 뜨거운 예배와 사랑으로 깊은 교 제를 누릴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 E-메일: edongyoon@gmail.com (이동윤) / shpresaina@gmail.com (정인혜) * 현지주소: AEP #11 K.P.119 Tirana, Albania / * 현지 연락처: 001-355-69-401-9662(핸드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