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샬롬, 캄보디아는 4월이 일 년 중에 가장 더운 시기인데 올해는 유난히 더 심한 폭염으로 많은 현지인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태국전쟁 여파에 이란 전쟁 여파가 더해지며 경제적 고난까지 커져 여러모로 안타까운 상황인데, 부디 주님께서 이 땅을 긍휼히 여겨주시길 간구합니다.
이번 한 달은 병원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축하와 격려, 위로를 주고 받는 시간이 많아 감사했습니다. 저는 생일축하 받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카톡에 생일 알람이 안 뜨도록 설정해놓고 지내는데, 어떻게 제 생일을 알았는지 현지인들로부터 몇 차례나 생일 축하를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약 한달 전부터 수요기도모임에서 멤버들의 삶 나눔과 개인 기도제목을 듣고 이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추가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당 10여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나눔 시간이지만 은혜가 큽니다. 이 지체들에게 맛있는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며 격려하고자 하는 마음을 주셔서 퇴근 후 저녁식사에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깜짝 생일 축하 케이크를 준비해오는 바람에 오히려 제가 축하를 받는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꽤 비싼 케이크를 십시일반 돈을 모아 준비했을 것을 생각하니 큰 부담감과 함께 그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점심 의학공부 시간에는 갑자기 강의실 불이 꺼지면서 의사 한 명이 케이크를 가지고 등장하여 강의 도중에 현지 의사들로부터 깜짝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참 유통성이 없는 저이다 보니, 내 생일보다 중요한 것이 공부이니 일단 강의를 계속 하되 조금 일찍 마치고 같이 케이크를 먹자고 하며 곧바로 강의를 재개했습니다. 그러나 시간 조절을 잘 못해서 오후 진료가 시작되는 2시가 다 되어서야 마치게 되어 결국 케이크는 같이 먹지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케이크를 집으로 가져왔는데, 딸과 아내로부터 엄청난 구박을 받았습니다. 같이 먹고 싶어서 준비해온 케이크를 집으로 가져오면 어떡하냐면서 아예 그날은 놀기로 하던가, 굳이 강의를 할거면 시간을 더 충분히 남겨놓고 강의를 마쳤어야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얼마나 정신교육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레지던트들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담은 대왕 피자를 사주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으로 소동을 마무리하게 되었지만, 축하해준 이들의 마음이 참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현지인들로부터 계속 생일 축하를 받게 되어 한동안 몸 둘 바를 모르고 지낸 한 달 이었습니다.
지난주 큐티 나눔 시간은 잊을 수가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큐티 말씀이 여호수아 21장이었는데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고 각 지파가 땅을 나누어 가진 후, 레위 사람들이 48개의 성읍을 부여 받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도를 살펴보니 레위 사람들에게 할당된 48개의 성읍들이 온 이스라엘 땅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사장 지파인 레위인을 한 곳에 모으지 않고 전국에 흩으신 이유가 각 지방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곳에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도록 돕는 역할을 함으로써 이스라엘 전체를 거룩하게 유지하기 위함이었듯이, 지금 이곳이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장소이기에 이곳에서 매우 작은 역할과 섬김을 감당하고 있는 작은 자이지만 그 부르심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레지던트들이 3년 수련 과정을 마친 후 헤브론병원에 남고 싶지만, 대다수 의사들이 헤브론병원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하나님께서 헤브론병원 뿐만 아니라 너희들이 가게 될 모든 장소가 바로 하나님께서 너희를 통해 회복시키고 싶어하시는 바로 그곳이라고 격려했습니다. 저의 고백을 듣고 난 이후에 소그룹 리더로 잘 섬기고 있는 S의사가 당신의 역할과 섬김이 결코 작지 않다고, 매번 말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같이 성경 말씀을 읽어가자고 북돋워주며 기도모임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말 중요하고 핵심적인 섬김이라며 저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칭찬을 칭찬처럼 듣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는 저라서 그 자리에서는 그저 살짝 웃고 말았지만, S의사의 말을 통해 하나님께서 저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신다는 마음이 들어서 홀로 있을 때 감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작은 자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귀히 여기시며 조금씩 다듬어가시는 그 손길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달에 진료실에 만난 환자분들 중 몇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 분은 캄보디아의 꽤 유명한 사역지에 1년간 섬기로 오셨는데 리더십과의 갈등으로 생긴 두통, 심계항진, 호흡 불편감 등의 증상으로 내원하셔서 결국 입원까지 하셨습니다. 검사 결과에는 이상이 없음과 신체화 증상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드렸더니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공황 증상을 경험한 분들을 몇 차례 봐왔던 터라 환자분을 충분히 공감하고, 증상 완화를 위한 약 처방과 함께 몇 가지 권고를 드렸습니다. 퇴원하실 때 표정을 보니 많이 이해받고 격려받아 고마워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프놈펜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지방에서 사역하신지 27년이나 되신 84세 노부부 선교사님입니다. 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하셔서 검사 결과를 잘 설명드리고 필요한 약도 처방을 해드렸습니다. 대화 도중 두 분의 결혼 이야기와 향후 생의 마감도 캄보디아에서 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매장지까지 준비해 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놀라워하며 정말 대단하시다며 진심으로 존경의 표현을 했었는데, 두 분도 마음이 기쁘셨는지 제 전화번호도 물어보시고 또 헤브론 카페에서 직원에게 닥터 리가 좋아하는 음료가 뭐냐고 물어보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진료실에 넣어주시고 가셨습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선교사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했고, 이분들을 만나게 하시고 삶의 이야기들을 듣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자격 없는 자가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치료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도 하나님의 큰 자비와 긍휼 때문에 가능한 것임을 알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든 관계가 이런 인격적인 관계가 되면 참 좋을 텐데, 정작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는 이런 인격적인 관계가 참 쉽지 않고, 그래서 아내는 병이 나고 아들은 아빠와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를 꺼리는 것을 보면, 아내 말대로 저는 아직까지 남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지 않아 싶습니다. 제가 가족들과도 인격적으로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기쁜 소식 한가지는 아내가 이전보다는 컨디션이 다소 좋아진 것입니다. 얼마 전에 수아가 아내한테 엄마는 얼마나 회복되었냐고 질문을 했는데 아내가 50%정도라고 대답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도 반이나 회복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약 용량을 올리면서 전혀 없던 의욕도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을 그렇게 안 듣던 제가 이제 조금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많은 동역자분들이 저희 가정과 아내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주고 계심을 알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한가지 기도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수아가 다음달이면 고등학교에서의 첫 1년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5월 한 달간 기말고사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을 터인데 잘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수아와 영찬이가 6월 초에 방학을 시작하자 마자 두 곳의 사역지로 비전트립을 가게 됩니다. 한 곳은 낙후지역 아이들을 위한 영어캠프, 다른 한 곳에서는 문화 사역을 하게 됩니다. 수아와 영찬이 모두 집을 떠나 사역지에 가서 숙식하며 사역하는 것도, 학업과 병행하며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것도 처음이라 하나님께서 지혜와 건강을 주셔서 이 과정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경제적 어려움과 폭염 속에 고통받고 있는 캄보디아 땅과 영혼들을 지켜주시도록
2. 주님 안에서 여러 지체들과 서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하며, 제가 더 많은 위로와 격려로 현지 의사들과 환자들에게 주의 사랑을 흘려 보내도록
3. 제가 가족에게도 잘 공감하고 섬기는 남편과 아빠로 성장해가도록
4. 아내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그리고 수아와 영찬이가 남은 학기를 잘 마무리하고 비전트립 준비도 잘 해가도록
5. 헤브론병원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김우정 선교사님의 건강 회복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