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폴로 소식8
“가을의 기도”
한 차례 장대비가 쏟아지고 난 동네는 파파야, 망고나무, 바나나 나무 가득
물기로 젖어 있습니다.
날짜가 10월 중순인데 이곳은 싱그러움이 여전합니다.
지금껏 가을이 없는 계절을 산 적이 없어서 바깥풍경과
달력의 날짜가 잘 매치가 안 됩니다.
뭔가 이때는 계절 때문에 늘 좋은 일이 기다리는 듯한 설레임으로
변해가는 나뭇잎을 관찰 했었는데, 여름만 있는 나라는 모든 나무가 상록수입니다.
서서히 만추로 접어들 때마다 낙엽이 주는 겸허한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한편으로는 눈 내리는 겨울 숲을 기대하던 날들이 먼 날 같습니다.
모처럼, 집에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딸과 저 둘만 있으니 이런 가을타령도 해보네요.
남편과 두 아이는 옆집 아이들과 집 옆에 있는 ‘페이스 아카데미’
(미국 선교사님들이 운영하는 선교사 자녀학교)에 축구하러 가고,
저와 의민이는 토요일 오후의 고요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틀 전에 중간고사를 치른 아이들이 한숨 돌리는 주말입니다.
바이올린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선교지의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는
딸의 꿈이, 국어선생님에게 도전이 되었다고,
며칠 전에 학교에 갔더니 들려주시더군요.
지금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얼마 뒤에 ‘페이스 아카데미’에서 초청 연주
(합창제 순서 한 가운데)를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시험기간이면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공부하는 딸이 기특하기도 하면서
건강이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늘 그런 건 아니니까 괜찮지만 저 아이에게 열정을 주신 하나님이,
본질에 충실한 10대로 잘 준비시키셔서
마음껏 당신의 뜻대로 쓰시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의현이는 스스로 공부해서 최고점수를 받고는 신나있고,
의림이는 전교부회장으로 이 작은 학교를 섬기는(^^)
어린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4월, 계절 학기부터 시작된 APNTS(나자렌 신학대학원)수업이
10월 말에 끝이 나고, 11월 16일 토플시험을 보면
영어훈련의 일단락이 지어질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공부는 하지만 조금 여유를 가지고, 마무리 작업을 해야겠죠?
지난 시간 내내 동아시아 신학생들이 모인
그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는지,
1주일에 두 번 있는 채플시간마다 하나님께 감사를 올려드렸습니다.
특히나 <귀납적 성경연구>와 <성경 해석학>수업을 하신
미국 교수님 두 분의 철저히 준비된 성실하고도 독창적인 수업을 통해서,
앞으로 사역지에서 현지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통해 섬겨야할지
참 많은 인싸이트를 얻었습니다.
또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 중, 미얀마 학생들의 불타는 학구열과,
미얀마 문화를 소개하는 날에 보여준 진지한 태도는,
교육으로 모든 역경을 뚫은 우리나라의 옛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4%밖에 복음화가 안 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복음의 일꾼이 되도록
헌신적으로 섬기시는 이곳 교수님(미국에서 파송된 선교사님들)들을 보면
신앙의 체화된 힘을 봅니다.
오랜 기도와 진정한 본질을 향한 역사 깊은 고민이 대대로 숙성되어져가면서
그러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면......,
자녀들과 제자들을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저절로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좋은 학교를 통해서 영어를 익히게 하신 하나님은
또 저희에게 있는 것도 나누게 하셨습니다.
저는 이번 학기부터 1주일에 한 번 한국아카데미(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중고등부 아이들과 <고전문학 읽기>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8명의 아이들과 톨스토이, 고골리,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데
아이들의 태도가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주일학교에서는 유초등부 스무 명의 아이들과 주일마다 함께 하며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을 가르칩니다. 네 살 박이 꼬마부터 6학년 까지 있는데,
아이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서 참 감사하게 됩니다.
남편은 중고등부를 섬기고 있고, 식사 후엔 함께 청년부모임을 갖습니다.
그리고 한 명의 말레이시아 중학생이 일주일에 한 번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저희 집에 옵니다.
이 때 남편은 영어로 레슨을 해줍니다.
선교사 자녀인데 교사가 없어서 오래 동안 기도했다고 합니다.
마치 자신의 소년시절 같다고, 남편은 즐겁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한국 아카데미 교사 선교사들과의
기도모임을 인도하면서 합심하여 기도한 제목들이 속속 응답되는 기쁨을 누리며,
어제부터는 다시 다음 스텝을 놓고, 또 여기에 보내신 목적을 놓고,
또 몇 가지 간절한 기도제목을 놓고 작정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일상으로 기도하지만, 또 작정하며 기도할 때엔
또 남다른 은밀한 기쁨이 있는 것을 경험했기에 다시 “가을의 기도”를 시작 했습니다.
오늘 기도노트에 빠뜨려선 안 되는 기도제목들을 적으면서
머잖아 또 감사의 동그라미가 쳐질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기도하는 가운데, 기도를 바꿔 가게 하시는 것도
기도를 들으신다는 증거인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식으로의 응답을 떠나서, 좋으신 하나님을 깊이 생각하며
고요히 교제하는 이 시간이 땅에 있는 성도들이 누리는 특권 같습니다.
시편16편의 말씀처럼요......
지난 7개월 내내 하나님이 선하신 분인 것을 이곳에서 더 깊이 알아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기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동아시아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좋은 것들을 넘치게 주시는 것을 봅니다.
선교는 다만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목도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예배하지 않을 수 없는 하늘 아버지의 선하심에 감격하는
그 일 외에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조금씩 녹색이 연하게 보여 지는 시각이네요.
제가 사랑하는 계절이 넘실대고 있을 그곳,
그곳에 계신 그리운 분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읍니다.
보이지 않지만 기도 속에서 뚜렷이 보기를 소망하며,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웁니다.
샬롬~~
2010.10.16. 안티폴로에서
신현동, 박귀주, 의민, 의림, 의현드림
감사제목
1.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하심을 감사.
2. 자녀들과 제자들과 이웃들에게 받은바 풍성한 사랑을 나누게 하신 것 감사.
3. 체화된 신앙의 힘을 보고 느끼며 일상 가운데 추구하게 하심 감사.
4. 선교사님들과의 기도 가운데 뜨거운 은혜주심 감사.
5. 자녀들이 단 마음으로 Q.T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게 하심 감사.
간구제목
1. 영어훈련, 타문화적응 훈련을 끝까지 잘 받고 목적을 이루고 돌아가도록.
2. 11월 16일에 있을 토플시험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도 주시도록.
3. 섬기는 청소년들이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을 잘 돕도록.
4. 세 자녀가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자신들의 길을 잘 발견해가도록.
5. 작정한 “가을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더 깊이 만나도록.
6. 사역지로 파송될 때까지 모든 면에서 잘 준비되도록.
7. 두 분 어머니와 형제들이 하나님 안에서 구원의 기쁨을 풍성히 누리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