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많은 분들의 염려 가운데 캄보디아에 다시 복귀해서 어느덧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아이들은 이번 달에 개학을 했고 아내는 정신과 의사의 지시대로 휴식을 취하되,어느 정도의 건전한 집 밖 활동은 도움이 된다는 권고에 따라,활동과 휴식의 밸런스를 찾고자 시도 중입니다.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소진된 아내를 돕기 위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면서 아이들 픽업 및 라이드를 돕고 있고,최대한 아내가 부탁하는 일들을 들어주며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늘 깨달음이 늦은 저이기에 이런 변화도 결국에는 큰 일이 가정에 벌어지고 나서야 불가피하게 대처하게 되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로 후회스럽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입니다.캄보디아에 와서 가정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그것을 저는 알지 못했고 또 아내의 말을 들을 귀조차 없었기에 가정을 돌보지 않고 부재중 남편과 아빠로 지냈던 것이 결국에는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을 지금 수습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이렇게 미련하고 어리석은 인생이지만 저와 가정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지금도 불쌍히 여기시며 큰 자비와 긍휼로 함께 하시는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아이들 픽업과 라이드 등을 하며 지내다 보니 지난6년간 뚝뚝을 타고 이 일들을 해왔던 아내가 그저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이렇게 두 자녀를 돌보면서 집안일도 다하고 맡겨지는 사역과 예민한 남편까지 눈치 보며 챙겨야 했으니,그 동안 육신에 병이 나지 않고 지낸 것이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단한 삶이었던거 같습니다.더 큰 일이 생기기 전에 조금이나마 제가 각성하고 돌이킬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앞으로도 제가 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좀더 배려하고 좀더 도우며 몸과 마음이 지친 아내를 잘 보살필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병원에 복귀해서 큐티 소그룹 멤버들과 몇몇 직원들과는 제 가정의 상황을 나누었는데,레지던트N의사는 결혼 후 남편과 소통이 잘 안 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하면서 제 상황을 잘 이해해주었고 그래도 캄보디아에 머물며 계속 섬겨주어 고맙다는 말을 제게 해주었습니다.그리고S간호사와M직원은 이야기를 듣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이들의 말과 행동으로 위로 받으며,자격 없는 자에게 베푸시는 주의 은혜가 참으로 큼을 느꼈고,제가 섬기는 자가 아니라 도리어 섬김을 받는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 송구한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병원에 머무는 시간은 줄었지만 감사하게도 제가 가장 행복해하고 보람 있게 느끼는 시간들은 변함없이 지속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수요 점심 기도회는 계속되고 있고 기도회 전에20분간 함께 신앙서적을 읽는 시간도 지속하고 있습니다.이제 두 번째 책도 어느덧 마무리할 시기가 되어서 다음 읽을 책을 어떤 것으로 정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지난 주일에 우연히 만난C선교사님 통해서 제자양육을 위한 도서 시리즈가 캄보디아어로 다 번역되어 지금 한국에서 인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서 다음 책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신앙 서적을 읽는 이유가 개인의 신앙 성장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향후 다른 영혼들을 말씀으로 섬길 수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해가기 위함인데,이 일들을 성령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그리고 금요일 점심시간에 십여 명의 레지던트와 함께 기본적인 의학 공부를 하고 있는데,이 시간을 인도하기 위해 먼저 책을 읽고 더 보충할 내용들을 찾아 정리하며 지내다 보니 오히려 제가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일차진료에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의학 지식을 함께 나누고 공부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며 시작한 모임인데,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인 공부가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인도하는 저를 위해 그리고 이 시간을 통해 현지 의사들이 일차 진료의로서 더 성장해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틀 전에는3년의 수련 과정을 마친 세명의 레지던트들을 축하하며 떠나보내는 수료식이 있었습니다.이 친구들이 헤브론병원에 지원해서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3년의 시간이 흘러S의사는 헤브론병원에 남게 되었고B의사는 호주 혹은 한국으로의 유학을 준비 중이며P의사는 개인 클리닉에 취직을 해서 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모두 성실하게 병원 생활을 잘 감당해준 친구들인데 이들의 소감 중에 공통된 고백은 하나님께서 헤브론병원으로 인도해주셔서 감사하고 헤브론병원에서 하나님을 알아가게 되어 감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모두 기독교에 대해 전혀 모르던 친구들이 매일 아침 큐티 시간을 통해서 성경 말씀을 읽고 또 들으며 진실한 신앙이 생긴 것 같아 참 기쁘고 감사했습니다.헤브론병원에서 이렇게 신앙 생활을 잘 하는 것 같다가도 헤브론병원을 떠난 친구들의 소식을 들어보면 다시 세상 속으로 떠내려간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헤브론병원을 떠나서도 진실된 신앙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헤브론병원을 위해서도 계속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현지 리더십이 세워져야 하고,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발맞추어 변화와 발전을 도모해야 하고,안정적인 재정 수입 시스템이 갖춰줘야 하는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현지 의사 리더십 중 한 명인L의사가 병원의 비전에 대해 제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며 얼마 전에 찾아왔었습니다.안타깝지만 제가 더 이상 깊이 있게 병원의 행정적인 일들에 관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을 나누면서 저의 솔직한 마음과 생각을 이야기 했습니다. H의사, L의사, S의사 등의 현지 리더십이 나보다 더 낫고,현실의 상황에 맞게 대처도 잘 할 것이라 믿는다.현재의 상위 리더십에서 하루빨리 너희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해주길 바라고 혹시라도 그때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최대한 돕도록 하겠다며 신뢰와 응원의 마음을 전했습니다.제가 더 헌신적으로 병원을 섬기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한편으로는 저의 무능함과 상황적 여건 등이 현지 리더십을 더 빨리 세우도록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제가 능력이 많은 자였으면 아마 이것저것 제가 다 손을 대면서 독불장군처럼 이끌고 가려고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그저 지금의 병원 상황 가운데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인도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하게 됩니다.이를 위해서 함께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아와 영찬이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수아는 고등학교 학업과 입시 준비에 있어 다소 부담감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스스로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그러나 둘째 영찬이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갑자기 어려워진 학업 내용과 과도한 미디어 노출 때문 인데,중학교부터는 구글 클래스룸이라는 온라인 기반의 수업을 하고 숙제도 그 안에서 다 해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 인터넷에 오랫동안 접속이 되어 있게 됩니다.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튜브 등을 클릭하게 됩니다.부모로서 관심을 갖고 잘 지도하며 영찬이에게도 집중과 절제의 마음을 주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마지막으로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구원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이치훈,정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 제목>
1.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아내의 회복을 위해,그리고 제가 아내를 더 배려하고 잘 도울 수 있도록
2.수요 점심 기도회,책 나눔,금요 점심 일차진료 스터디를 통해 현지 의사들의 신앙과 실력이 자라갈 수 있도록
3.이번에 레지던트를 수료한 세명의 의사들이 각각 부르신 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의사로 세워지고 또 신앙 생활도 지속해갈 수 있도록
4.헤브론병원의 현지인 리더십이 잘 세워지고,산적한 현안들이 하나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 가운데 잘 해결될 수 있도록
5.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수아와 영찬이의 학업과 미디어 절제를 위해
6.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건강과 구원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