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폴로 소식 7.
“왕이 이르되 내 생명을 모든 환난에서 구하신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라. 내가 이전에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가리켜 네게 맹세하여 이르기를 네 아들 솔로몬이 반드시 나를 이어 왕이 되고 나를 대신하여 내 왕위에 앉으리라 하였으니 내가 오늘 그대로 행하리라.” (왕상 1: 29,30)
또 다시 한 달이 휙 지나갔습니다. 더위와 태풍 가운데 평안하신지요!
지난 8월은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어떻게 성막을 사용해 거룩하신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 영원한 생명의 교제 즉 거룩한 제사의식과 성결 의식을 행할 수 있는가를 가르쳐 주시는 레위기서의 말씀으로, 하루 세 번의 기도시간에 개인과 가정과 교회와 나라들의 죄를 놓고 거룩함의 회복을 위한 끝없는 회개의 기도를 쏟아놓게 하셨습니다. 또한 이 회개의 기도는 8월 22일 저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사역하셨던 조태환 선교사님의 죽음으로 더 간절하고 절박하게 우리 가운데 지속되었습니다.
9월이 되어 열왕기상의 말씀 앞에 서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생존과 번영이 외부적인 조건이 아니라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의 언약, 약속에 대한 자세에 달려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시골 목동에서 왕의 자리로 인도하신 과정이나 여러 험난한 40년간 왕위에서의 과정이나 이제 솔로몬에게 반드시 왕위를 잇게 해야 하는 즉위과정도 바로 그분의 약속에 근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속에 근거한 신앙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힘인 듯합니다. 문득 약속의 말씀을 통해 그 약속을 붙들고 기도하며 씨름했던 경험들을 돌아보며 작년 선교로의 부르심 앞에 저와 가족들에게 주셨던 약속의 말씀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소명으로 부르심은 우리의 행위대로 하심이 아니요 오직 자기의 뜻과 영원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하심이라.” (딤후 1:9)
이 말씀을 생각하면 지난 8월 한 달간은 우리 부부와 곁에 계신 선교사님들과 함께 가장 많은 회개의 기도로 우리의 소명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거룩한 생활로 우리를 부르시는 것(Called us to a holy life)을, 결국 회개를 통해,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 새롭게 점검하며 겸손하게 영적 무릎을 꿇는 가운데 알게 하셨습니다.
3주 전에는 OMF 가족이 보낸 메일 속에, 이곳 마닐라에 있는 신학교(ATS)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계신 미국 선교사님(Lynn)이 이번 학기에 시간이 있어 영어로 저희 부부를 돕고 싶다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바로 연락을 드리고 현재 다니는 학교의 수업이 없는 금요일에 Lynn선교사님 댁에서 하루 5시간 그분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날 수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Lynn선교사님은 남편 선교사님(Russ)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두 분은 미국에서 이곳 필리핀으로 오신지 18년이 되셨고 Russ선교사님은 바로 ATS 히브리어 교수로 동아시아 젊은이들을 가르치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6년 전 눈에 이상이 있어 병원에 들렀다가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다시 검사해 보니 뇌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뇌의 문제는 온 전신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2년 전 부터는 의사소통도 불가능해 지시면서 식물인간처럼 현재까지 2층에 누워 계시다는 것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왜 선교사님이 이번학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를 집에서 도움을 주시려 하시는지 모든 정황을 파악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Russ선교사님을 소개해 달라고 했고 올라가 그분을 뵐 수 있었습니다. 6년을 투병하시며 2년은 침대에 누워 호스로 영양을 공급받아야 했기 때문에 몸은 바짝 여위어 있었습니다. 젊을 때에 수염을 좋아해서 아직도 그 수염을 길러 그림성경에 나오는 성경의 인물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저희는 찬양과 기도를 함께 하고 싶다고 했고 서툴지만 영어찬양과 영어로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Lynn선교사님께 기도제목을 여쭤 보았습니다. Lynn선교사님은 Russ가 하루 속히 주님의 품에 안기기를 바란다고 또한 자신은 Russ가 영원한 천국 문 앞에 가 있는 것이 부럽기까지 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왜 이런 상황과 환경을 주셨는지 하나님께 질문하지 않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두 번째 금요일에도 모든 수업을 마치고 Russ선교사님께 올라가 선교사님이 제일 좋아했던 “오 신실하신 주 내 아버지여”를 저희 부부 목청껏 부르고 천국 문을 두드리는 기도를 함께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때때로 선교사님의 작은 신음소리가 우리의 찬양과 기도와 함께 들리기도 했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선교사님의 눈동자 앞에서 끝없이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고 있는 Lynn선교사님은 매우 편안하게 우리의 궁극적인 약속, “영원한 삶”(Eternal life)을 붙잡고 바라보고 계시는 듯했습니다. 돌아오며 지난날 Russ선교사님처럼 우리 곁에 계시다 홀연히 떠나가신 성도들과 가족들을 떠올리며 이제 막 출발한 선교사 초년생인 저희 부부에게 이 영원한 삶을 붙들라고 응원하는, 그 약속을 상기하라는 소리들을 듣는 듯 했습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이 추석이 지나고, 우기도 지나면 서서히 이 훈련의 때를 정리하며 또 다시 보따리를 싸야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많은 분들을 뵐 수 있는 날이 또한 가깝기에 우리 모든 가족들이 그 날을 소망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9월 한 달도 오직 말씀과 기도로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그분의 신실하신 약속, 영원한 그 약속을 붙들고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2010. 9. 4 신현동, 박귀주, 의민, 의림, 의현 드림.
감사제목:
1) 온가족이 말씀과 기도 가운데 그분의 거룩하심을 좇아 한 걸음씩 한걸음씩 나 아 가게 하신 것.
2) 부부 가운데 말씀과 기도로 깊은 신뢰와 동역의 관계를 갖게 하신 것.
3) 많은 믿음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신 것,(OMF 선교사님들, 한국선교사님들)
4) 믿음의 기도모임이 이곳에서도 결성되게 하신 것.(매주 금요일 저녁)
5) 세 아이들의 학업에 진보가 있게 하시고 학교생활을 만족해하고 기뻐하게 하신 것.
간구제목:
1) 이 땅의 주의 교회들이 회개하며 주 앞에 나아가 주의 거룩하심을 회복 할 수 있도록.
2) 1월초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 창의적 접근지역인 사역지 방문을 소망하고 있는데 그 길을 인도해 주시도록.
3) 첫째 의민이가 내년 10학년, 고1이 되는데 기도하며 그 길을 잘 찾아가고 저희 부부가 지혜롭게 잘 도와주도록.
4) 많은 도움의 손길을 통해, 학교를 통해 지속적으로 영어의 진보를 이루도록. (10월 말 다시 토플시험 예정)
5) 추석기간에 양가 두 분 어머니와 가족들이 외롭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감사와 기쁨으로 잘 보내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