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동역자님들의 삶 가운데 어떤 은혜의 흔적들이 남아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가정도 한 해를 돌아보니 참 파란만장한 시기들을 보냈었고 그 가운데 몇몇 위기들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의 기도와 격려 그리고 우리 주님의 자비와 긍휼이 이 가정을 보호하고 지켜주셨음을 고백합니다. 올 한해는 유난히도 아내가 힘들어 한 해였고 이는 사실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 저의 세심한 배려와 주님의 회복의 은혜가 모두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저희 가정은 몇 가지 일들로 아이들의 짧은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한국에 나와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더운 나라에서 지내다가 오랜만에 겨울에 나와서인지 수아를 시작으로 아내 그리고 저까지 고열을 동반한 호흡기 감염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수아는 회복추세이고 아내도 이제는 고열까지는 아니지만 연말연시를 가족들이 고통 중에 보내게 되니 안타깝고 서글퍼집니다. 오랜만에 장인장모님 그리고 처제까지 만나서 장모님 칠순 가족모임과 더불어 장인어른 생일잔치까지 해야 하는데 가족들이 골골하니 죄송스럽기만 하고 혹여나 전염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치유와 회복의 은혜를 구합니다.
12월은 헤브론병원도 정말 바쁜 시기입니다. 지인 의사분들이 원데이 세미나 차 두 팀이나 다녀가셨고 또 크리스마스를 맞아 오전 진료만 하고 오후에는 전 직원이 모여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고 지난 토요일에는 이동진료까지 다녀오는 스케줄이 있었습니다. 가족 모임 때문에 크리스마스 행사와 이동진료 준비만 하고 직접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특히 이번 크리스마스 행사 때는 직원들 두 세명이 간증을 하기로 해서 참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Y의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친구를 볼 때마다 자라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에 감격하게 됩니다. 참으로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에게 강권적으로 베푸시는 거듭남과 견인의 은혜가 놀랍기만 합니다. 현지 의사들과 직원들이 복음을 듣고 거듭나는 새 생명의 역사가 계속되도록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번달 원데이 세미나는 힘은 들었지만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이비인후과 O선생님과 한림대병원 H교수님이 함께 오셔서 어지럼증 강의 및 진단 기기(안진검사기)를 기증해주셨고, 갑상선유방외과 J선생님은 세 번째 초음파 세미나를 섬겨주고 가셨습니다. 매년 새로운 레지던트 의사들이 들어오고 또 한번의 교육으로 숙달되기란 불가능해서 기초적인 의학 교육도 반복 교육이 필요하고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매년 초음파 세미나를 준비해서 꾸준히 찾아주시는 J선생님의 방문은 의미가 큽니다. 특별히 이번 방문 중에는 현지 의사가 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들어오는 큰 감사의 시간이었다는 고백을 들으면서 저 또한 참 기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캄보디아에서의 시간을 돌아볼 때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것이 없는 것 같아 좌절감이 들 때에도, 제 안에 하나님께서 심어놓으신 현지 의사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발견하며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마음이 식어지거나 혹은 변질될 때가 제가 이곳을 떠나야 할 때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J선생님의 초음파 세미나 중, 실습 시간에 환자 역할을 했던 젊은 간호사에게서 갑상선암이 발견되어 곧바로 입원을 하여 외과 L선교사님에게 수술을 받게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정기검진이라는 개념 조차 희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번에 J선생님의 초음파 실습 때 발견이 되지 않았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이 안됩니다. 이 간호사는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속을 듣고 외래 수간호사도 초음파 검사를 하여 갑상선암이 발견되었는데 크기가 작아 수술은 하지 않고 일단 추적 관찰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들의 건강 회복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현지 의사들과 직원들을 향한 변치 않는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지내셨던 외과 L선교사님과 K선교사님 부부가 이제 7년의 섬김을 마무리하고 이번 달에 철수를 하셨습니다. 가시는 마지막 날 까지 앞서 언급된 젊은 간호사 갑상선암 수술을 해 주고 떠나셨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교사님 내외셨고 또 가장 많이 의지하는 분들이셨기에 이제 이분들이 헤브론병원에 안 계신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1년에 한차례 한국에 다녀오시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주말과 공휴일 모두 아침 회진을 도시면서 입원환자들을 돌보셨고, 해박한 성경 지식과 성숙한 신앙으로 아침 큐티 시간과 토요일 창세기 성경공부 시간에 현지 의사들에게 복된 은혜를 나눠주셨으며, 아침저녁 환자 브리핑 시간과 강의시간을 통해서 탁월한 의사로서 큰 가르침을 주셨던 L선교사님의 부재는 정말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K선교사님은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섬김의 자리인 회계 부서에서 손이 부르트도록 꼬질꼬질한 현지 돈을 한 장씩 세어가며 오랜 시간을 보내셨고, 깨어진 가정의 직원들에게 참 어미와 같은 존재로 늘 섬기며 지내셨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순수하신지 제 앞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눈물을 보이신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저 또한 제 속 마음을 내어 비출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 중의 한 분이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이제 안 계신다고 하니 너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현지 의사들이 L선교사님께 배워왔던 신앙과 의학을 더 이상 배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헤브론병원에는 한국인 의사 선교사가 단 네 명(정신과, 가정의학과, 심장내과 2) 뿐입니다. 주 이틀 섬기고 있는 미국 소아과 의사와 홍콩 소아외과 의사도 있지만 아무래도 영향력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잘 아시는 주님께서 헤브론병원에 필요한 장단기 의사 선교사들을 보내어주시도록 함께 손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소망하기는, 개인적으로는 신앙과 인격이 더욱 예수님을 닮아갔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말씀과 기도에 더욱 시간을 들이고 자기부인과 순종의 삶을 살아가기를 힘쓰고자 합니다. 가정에서는 아내가 불안과 염려로부터 자유하며 회복되기를, 그리고 수아와 영찬이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그로 말미암아 인생의 목표와 진로가 발견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유치원생일 때 캄보디아에 와서 어느덧 2025년 새해에는 수아가 고등학생, 영찬이가 중학생이 됩니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수아 영찬이의 고등학교, 중학교 생활이 순적하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새해부터는 출석하는 한인 교회에 아이들로는 수아와 영찬이, 그리고 1학년 어린아이 한 명, 이렇게 총 세 명만 남게 됩니다. 작은 교회다 보니 원래도 아이들이 몇 명 없었는데 그나마 고3들은 진학을 위해 다른 나라로 가고 중고등학생들은 새해부터 또래가 많이 다니는 한인교회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지금 출석하는 교회를 계속 다닐 계획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교회 생활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헤브론병원은 설립자 김우정 선교사님께서 건강을 회복하시면서 다시 병원장으로 복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지혜와 분별의 은혜를 주셔서 헤브론병원을 잘 이끌어가실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하 진료원장으로 세워지는 B선교사님(정신과), 행정원장으로 세워지는 K이사님, 그리고 새롭게 부원장으로 세워지는 세 명의 현지 의사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소통과 화합이 중요한 화두가 될 새해인데, 저는 부원장으로 세워지는 세 명의 현지 의사들을 돕는 자리에서 기존의 역할과 섬김을 지속하게 됩니다. 특히 세 명의 현지 의사들이 잘 성장하여 앞으로 헤브론병원을 잘 이끌어가는 헌신된 리더로 준비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전 세계가 혼란하고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절망하기 보다는 주님의 통치를 기대하고 간구하며, 분노하기 보다는 주님의 자비와 긍휼을 구하는 마음으로 이 어려움의 때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우주 만물의 통치자 되시고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 되시는 주님의 은혜와 평강이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과 상처 많은 땅 캄보디아 그리고 우리들의 가정과 심령 가운데 차고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을 담아,
치훈/주영/수아/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새해에도 현지 의사들과 직원들이 복음을 듣고 거듭나는 은혜가 있도록
2. 현지 의사들의 신앙과 의술의 성장을 도울 장단기 의사 선교사들을 보내주시도록
3. 원데이 세미나를 통해 현지 의사들이 더욱 실력 있는 의사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그리고 원데이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의학 분야의 가르침을 주는 방문팀들을 계속해서 보내주시도록
4.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두 젊은 간호사의 건강 회복을 위해
5. 저의 신앙과 인격의 성장, 아내의 회복, 그리고 얼마 후면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는 영찬이와 수아의 신앙과 학업을 위해
6. 헤브론병원에 새롭게 세워지는 리더십들을 위해, 특히 부원장으로 세워지는 세 명의 현지 의사들이 헌신된 리더로 잘 성장해갈 수 있도록
7. 혼란한 조국 대한민국과 경제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캄보디아 땅에 주님의 통치와 평강이 임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