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지난 한 달간도 평안하셨는지요? 이제 고국의 동역자님들은 막 추석 준비를 시작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고 즐거운 시간들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저희 가정은 안식월이라는 거창한(?) 이름 하에 너무 비장한(?) 각오로 고국 방문을 하고 와서인지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영찬이의 알레르기를 시작으로 전 가족이 다 한번씩 병치레를 하였습니다. 그 후 저는 다시 병원 출근을 시작하였고, 아이들은 바로 개학을 하여 정신없이 보내다가 월말에 안과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단기팀이 다녀가고 이제서야 한 숨 돌리며 동역자님들께 전해드릴 소식들을 정리하게 되네요.
이번 달에는 저희 가정에 분수령이 되는 참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안식월 때 했어야 하는데 시간 부족으로 미처 하지 못했던, 지난 사역을 돌아보고 다음 사역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저희 가정은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으로 올 때, 소속 선교단체가 없는 채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러 선배 선교사님들께서 모두 선교단체에 속해서 선교지로 나올 것을 권해주셨었고, 선교단체 없이 사역할 경우에 염려되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많이들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선교단체 없이 1기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난 5년이 넘는 1기 사역을 돌아보니 선배 선교사님들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 상황을 글로 정리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글로 써보니 1기 사역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잘 구분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2기 사역의 방향성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를 간단히 나누자면, 긍정적인 면은 지난 1기 사역이 헤브론병원의 이해와 현지 직원들, 특히 의사 및 간호사와의 라포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과 주로 중간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개인적인 기질과 은사에 잘 맞아 헤브론 조직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평가 내용이 더 많았습니다. 현지 적응 기간 없이 도착 다음날부터 바로 풀 타임으로 사역을 시작하였고, 초기 현지 언어 공부도 사역과 병행하면서 하다 보니 기초 단계까지만 겨우 마치게 되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결국 부재중인 남편과 아빠로 인한 아내와 자녀들의 소진,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현지 언어 구사 수준의 미진함으로 인해 사역 및 일상 생활에서 여러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고, 영어를 잘 못하는 직원과는 소통이 어려워 라포 형성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 선교사로서의 본질적인 업무보다는 잡다한 행정일들이 많아지면서 선교사로서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잦아졌고, 어쩔 수 없이 점차 상위 직책을 맡게 되었지만 그에 걸맞는 재능이나 은사가 없는 관계로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고 오히려 현지 리더십을 세워가는 것이 지체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분에 넘치는 과중한 업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각종 행사와 팀 서빙 등으로 인한 잦은 회식과 티타임이 건강 악화를 불러오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평가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금 저의 부르심을 재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격 파송 전 비전트립 기간(2018년 1-2월) 중 1개월 동안 헤브론병원에서 지내면서 하나님께서 주셨던 마음(현지 의사들을 향한 마음, 훌륭한 기독 의료인으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지금도 여전히 동일하게 제 안에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것이 지난 1기 사역의 원동력이자, 하기 싫고 재능도 없는 행정일들을 그나마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게 했던 원동력 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사역 형태가 과연 현지인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예수님의 제자와 같은 기독의료인 양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기존 사역을 재정비하고 의사 선교사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아침 큐티 소그룹 모임과 수요 점심 기도 모임에 더하여, 현지 의사 대상 성경공부 혹은 책 나눔 모임을 주 1회 정도 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행정업무가 현지 리더십에 어느 정도 이양이 되어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최소 주 2회 정도 현지 레지던트들 대상 일차진료 교육도 진행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종 행정업무가 현지 리더십에게 순적히 위임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선교사로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2기 사역을 위해 선교단체에 가입하기로 결정을 하여 현재 인터서브와 OMF 두 곳을 탐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추후 허입 선교단체가 결정이 되면 해당 단체에서 추천하는 훈련 및 언어 공부를 추가로 더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헤브론병원 사역에 너무 큰 지장을 주면 곤란하므로 가능한 천천히 한 걸음씩 허입 과정을 밟아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해 가족 중에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사역 중단 또는 철수하는 일을 초래하게 될 수 있으므로 과로와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노력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최근 제 인생 최고 몸무게를 경신했고 검진 결과도 좋지가 않습니다. 겨우 식이 조절은 시작 했는데 운동 시간 확보가 여전히 너무 어렵습니다.
지난 1기 사역 평가와 향후 사역 방향성에 대해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나누는 것은, 동역자님들의 관심과 기도가 저희에게 너무나도 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1기 사역기간 동안 함께해 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리고, 늘 저희 가정을 긍휼히 여겨주시고 격려해주신 동역자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향후 2기 사역도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시는 복된 여정이 될 수 있도록 동역자님들께서 저희와 동행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눈먼 자를 다시 보게 하는 귀한 사역, 백내장 수술을 중심으로 한 개안 수술로 전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을 섬기고 있는 Vision Care 팀에서 어제까지 한 주간의 사역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갔습니다. 무려 142명의 환자들이 수술을 받았는데, 매일 저녁 7시까지 수술을 하고 정리하고 나면 8시가 넘을 정도로 큰 수고와 헌신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안과 의사가 세 분이나 오셔서 외래 진료도 하루 종일 봐주시고 의사 대상으로 강의로 해주셔서 현지인들에게 더 의미 있고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와 아내도 약 20년 전에 Vision Care 팀에 속해 중국의 시골 마을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 오신 안과 의사 중 한 분이 그 때 같이 섬겼던 분이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약하고 계신 의대 선배님도 이 팀에 오셔서 처음으로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제가 월급도 없이 후원금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여러 가지로 염려해주시고 또 제가 아내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이 팀을 통해 시력을 찾은 환자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주님을 바라보는 삶을 살아 갈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은 8학년과 5학년 새학년이 되어서 학교 생활을 잘 시작했고, 아내도 여전히 뚝뚝으로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고 여러 집안일을 감당하며 학부모 위원회 섬김, 단기팀 섬김까지 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파송교회 모 장로님의 후원으로 등하교용 차량 구입 비용의 상당부분이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는 15년이 넘은 중고차량 조차도 1만불이 넘는 기이한 나라이기에 아직 좀더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기도편지에 나누는 것이 동역자님들 마음에 혹여나 불편함을 드릴까 염려도 되지만, 저희의 상황과 마음을 솔직히 나누는 것이 동역자님들께 예의라고 생각하고 또 구체적인 기도의 역사를 믿기에 솔직하게 나눕니다. 늘 저희의 타이밍보다 하나님의 타이밍이 베스트임을 알고 믿기에 그저 하나님의 때를 기쁨과 감사함 가운데 잘 기다리기를 소망합니다.
9월 중순에는 참 기대되는 W교회 의료선교팀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토요일에 원데이 세미나 형식으로 헤브론병원 의사들 대상으로 통증치료에 대한 강의와 실습을 진행하고, 간증을 포함한 큐티 강의로 큰 은혜를 전해줄 예정입니다. 이 귀한 사역을 통해 헤브론병원 의사들이 영적으로 성숙하고 의사로서 의술도 향상되는 복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큐티 강의 통역을 담당하는 M직원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M직원은 평소 W교회의 큐티 교재로 큐티하며 많은 은혜를 받고 있기에 이번 사역에 기꺼이 통역을 자원하였습니다. M직원이 통역을 잘 감당하고 본인에게도 큰 은혜의 시간이 되며, 향후 통번역의 은사를 복음 전파에 사용하는 길이 열릴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사랑을 담아,
이치훈, 정주영, 수아, 영찬 드림
<기도제목>
1. 기존 사역을 재정비하고 의사 선교사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할 수 있는 2기 사역이 되도록
2. 현지 의사 리더십이 잘 세워지고 각종 행정업무가 현지 리더십에게 순적히 위임될 수 있도록
3. 선교단체에 탐색 및 허입 과정의 인도하심을 위해
4. Vision Care 팀의 개안 수술 사역을 통해 시력을 되찾은 환자들이 후유증 없이 회복되고 하나님을 바라보는 영적인 눈도 열릴 수 있도록
5. 가족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그리고 이를 위한 등하교용 차량 구입을 위해
6. W교회 의료단기팀의 통증을 주제로 한 원데이 세미나가 잘 준비되고 현지 의사들에게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특히 큐티 강의에 풍성한 은혜가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