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안에 사랑하는 동역자님들께,
모두들 평안하신지요? 캄보디아는 4월말까지 더위의 정점을 찍고 5월 말 우기철에 들어서면서 더위가 조금씩 꺾이고 있습니다. 수돗물이 뜨거워 야채를 씻을 수 없고, 실내를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내가 달구어짐을 막기 위해 에어컨을 틀어야만 하는 어이 없는 상황이 드디어 끝이 보인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되는 요즈음 입니다. 기도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뜨거운 캄보디아 땅을 조금은 식혀줄 수 있는 이 비가 개인적으로는 참 좋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신실하게 내려주셨던 선하고 자비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심령에도 은혜의 단비를 충만히 내려주시길 소망합니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참 많은 미팅과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헤브론 간호대 수료식, 헤브론병원 레지던트 수료식, 4기 유방암 환자를 위한 함암제를 기증해주는 Max Foundation 팀과의 미팅, 선천성 심기형 환아들의 심장수술 재개를 준비하기 위해 방문하신 S교수님 팀 및 심장수술시 필요한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엔지니어 팀과의 미팅, 진료부 회의, 실행위원회 회의, 항암치료실 준비팀 회의, 신입 레지던트 선발 인터뷰, 1년차 레지던트 S의사 결혼식 참석 등등.. 하루하루 참 숨차게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에너지 레벨도 낮고 미팅이나 회의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왜 내가 이렇게 살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어떤 어떤 미팅이나 행사는 참석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아무리 의미 있는 모임이어도 제가 깊이 관여하게 되는 미팅이나 회의를 하고 나면 기가 다 빠져나간 느낌이 들 때도 자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것은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제게 감당할 힘을 주신 것과, 제 내면을 들여다 봤을 때 어떤 명예심이나 인정욕구 때문에 모임이나 회의에 참석하거나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금이나마 병원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환자들에게 유익이 있고, 현지 의사들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주님께서 허락해주시고 공급해주시기 때문에, 나의 재능, 은사 그리고 관심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일들임에도 하루하루 감당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주님께서 부르시고 세우신 자리에서 끝까지 순종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병원에는 산적한 문제들이 많고, 어떻게 하나하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특별히 Max팀과의 미팅 중에 듣게 된 S의사의 고백은 제 마음에 큰 안타까움과 무력감을 주었습니다. S의사는 외과 의사는 아니지만 현재 외과 외래진료실의 책임자를 맡고 있는 훌륭한 친구입니다. 이 의사가 유방암 환자들이 헤브론병원에 처음 내원하여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치료를 받는지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 너무 많은 환자들이 한참 진행된 상태의 암으로 내원을 하다 보니 의사로서 해줄 것이 없는 것에 대한 자괴감, 때로는 너무 많은 환자들을 빨리빨리 봐야 되다 보니 이들이 제대로 케어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을 볼 때 절망감이 든다고 했는데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깊이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국가 자체가 암 예방 교육도 안 되어 있고, 검진도 활성화 되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당연히 병을 키워서 올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밀려드는 환자를 하나하나 잘 돌보기 보다는 그저 쳐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이 친구를 시스템도 잘 갖춰주지 않으면서 너무 힘든 자리에 홀로 세워 큰 부담을 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현재로서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저 너무 힘들면 내게 알려달라고만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지혜와 분별의 은혜를 주셔서, 현지 의사들이 마음 편히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주시거나 세워주시도록, 병원의 리더십이 이를 위해 비둘기 같이 순결할 뿐만 아니라 뱀 같이 지혜로울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헤브론병원이 소아심장수술을 재개함에 있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그간 헤브론병원에서는 하나님께서 여러 돕는 손길들을 보내주셔서 다수의 소아심장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 동안 팀 방문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이 사역은 멈추게 되었고, 몇몇 환아들을 한국에 보내서 수술하는 정도로만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팀 방문은 가능해 졌지만, 문제는 심장수술을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이 헤브론병원에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팀이 전적으로 모든 것을 준비해 와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과, 동일한 소아심장수술을 열심히 잘 하고 있는 병원이 캄보디아에 이미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헤브론병원의 발전을 위해 선택과 집중이 꼭 필요한 지금, 더 이상 소모적이고 방문 팀 의존적인 소아심장수술은 진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말도 일리가 있기에 하나님의 마음과 뜻은 정말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민이 되며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누고 기도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 가정의 안식월 일정에 대한 것입니다. 어느덧 캄보디아에 온지가 만 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저희 가정은 파송교회만 있고 파송선교단체는 없는 상황인데, 만약 저희 가정이 국제 선교단체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아마 올해가 안식년을 보내게 될 해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병원 사정으로 현재로서는 안식년을 가질 수는 없고 짧게 안식월만을 보내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감사하게도 파송교회인 에브리데이교회에서 안식월을 보낼 수 있도록 허락해주셔서 6월 중순부터 4주간 파송교회를 방문한 후, 2주간은 한국에서 저희 부부의 건강검진 및 자녀들 병원 진료, 양가 부모님 방문을 하고 7월 마지막날에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파송교회에서 머무는 4주간은 감사하게도 숙소와 차량을 제공해주신다고 하는데, 모두 성도님들의 헌금으로 이루어진 섬김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송구한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항공료 및 생활비로 꽤 많은 비용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 재정도 잘 채워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시간이 짧다 보니, 선교사의 번아웃 예방이라는 안식 기간의 일차적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일정이라 오히려 안쉴월이 되진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가 더 많이 힘들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저희 가정의 형편을 부디 긍휼히 여겨주시고, 저희 가정이 건강한 몸으로 기쁨과 감사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그리고 영육이 회복하는 시간이 되도록, 안식월을 잘 보내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함께 축복해주시고 기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랑을 담아,
이치훈/정주영/이수아/이영찬 드림
<기도제목>
1. 제가 주님의 은혜와 공급해주시는 힘으로, 주님께서 부르시고 세우신 자리에서 끝까지 순종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2. 현지 의사들이 마음 편히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람을 예비하여 주시고 병원 리더십에 지혜와 분별의 은혜를 주시도록
3. 소아심장수술 재개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도록
4. 6월 중순부터 안식월을 가게 되는데, 여러 일정(선교보고, 건강검진, 아이들 진료, 양가 부모님 인사 등) 가운데 주님께서 순적하게 인도해주시고 항공료, 체류비 등 필요한 재정도 채워주시도록
5.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구원(아버지, 형님 내외, 장모님)과 건강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