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전신갑주]
이성훈 목사
엡 6:10~17
심리학자들이 한 그룹에는 의사 가운을 입히고 다른 그룹은 평상복을 입혀서 집중력 시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의사 가운을 입은 학생들의 집중력과 주의력이 현저하게 높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착용자 인식이라고 하는데, 착용하는 옷이 우리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연구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라고 합니다. 감금된 바울은 24시간 자신을 지키는 로마 군인의 갑옷을 보며 깊이 묵상했고, 그 결과가 오늘 본문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입어야 하는 하나님의 전신 갑주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끝까지 서게 합니다.
10절의 끝으로는 끝까지라는 의미로, 바울은 끝까지 주 안에서 강건해져라!라고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동태입니다. 우리의 힘이 아니라 주 안에서 주님의 능력으로! 강건해질 수 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으라라고 당부합니다. 성도의 인생은 전쟁입니다. 혈과 육의 전쟁은 현상일 뿐이며 본질은 세상 권세 잡은 악한 영들과의 영적 전쟁입니다. 마귀의 간계는 너무도 치밀하고 교묘하여 우리가 대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적 전쟁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와 부활로 사탄의 모든 권세를 물리치신 이미 이긴 전쟁입니다. 따라서 이겨서 빼앗는 #039공성전#039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점령하고 계신 구원의 성을 지키기만 하면 되는 #039수성전#039입니다. 내 자리에서 끝까지 서서 버티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영적인 전쟁입니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지만,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고 각자 내 자리를 잘 지켜야 합니다.
둘째, 내가 맞춰야 합니다.
로마 군인임을 바로 알 수 있는 표시는 허리띠였는데, 어디를 가든 이 벨트를 차고 다녔고 모든 전신 갑주 중에서 가장 먼저 착용했다가 가장 나중에 풀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바울이 진리를 허리띠에 비유한 이유는 성도의 삶에서 모든 일이 진리로 시작해서 진리로 끝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한 것 하나 없는 우리의 생각을 단속하고 우리의 말과 행동을 진리로, 말씀으로 결박해서 묶어 두어야만 우리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들이 그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전신 갑주의 본체인 호심경은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비유합니다. 주님이 100% 옳으시기에 내 옆에 두신 꼴 보기 싫은 남편, 무시가 되는 아내, 내 뱃속에서 나왔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녀들, 존경할 수 없는 부모에게 이 사람이 나보다 옳습니다.라는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옳다는 의를 완전히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의를 덧입는 영적 무장입니다.
15절에 평안의 복음이 준비한 신을 신고라고 하는데, 값없이 받은 구원을 통해 평안을 누리며 주님이 보내시는 그곳에서 믿지 않는 가족과 이웃에게 평안의 복음이 전파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쌓인 고집 하나 꺾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 힘으로는 할 수 없기에 하나님의 전신 갑주에 나를 맞추는 훈련을 해야 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날마다 하는 큐티입니다.
셋째, 내가 가져야 합니다.
사탄은 날마다 우리에게 불화살을 쏘아댑니다. 의심, 불안, 두려움, 미움, 분노, 우울, 낙심, 절망, 쾌락, 중독, 집착, 폭력 등 사람과 사건, 생각과 감정을 통해 온갖 공격을 합니다. 이 불이 우리를 삼키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방패가 바로 믿음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택하셨고 지금도 나를 돌보시고 인도해 가신다는 믿음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구원의 투구입니다. 구원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고 모든 일을 구속사적으로 해석할 때 우리의 삶이 사탄의 모든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고 합니다. 우리를 공격하는 사탄에게 반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바울은 믿음의 방패와 말씀의 검과 구원의 투구를 지금 당장 가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전쟁 상황을 잊고 나중에라고 합니다. 사탄은 바로 이 순간을 노립니다. 그래서 우리는 #039바로 지금#039, 말씀을 들을 때 #039즉시! #039 방패와 검을 들고 투구를 쓰고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입어야 합니다.
오늘 군인, 전신 갑주 이야기가 나오니까 군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공군사관학교 교수요원으로 입대했습니다. 4개월 훈련을 받는데, #039나는 가르칠 사람이니까 당연히 공부하게 해주겠지#039라고 생각하고 책이 잔뜩 든 가방을 가지고 갔습니다. 저는 첫날부터 교관한테 찍혔고, 각개전투 같은 훈련에서 교관의 시범을 보고도 헤매고 있으니, 난생처음으로 #039바보#039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열 받아서 교관을 째려봤다가 얼차려만 더 받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나가는 날, '해방이다.' 하고 있었는데, 제1연평해전이 터져 언제 나갈지 모르는 기가 막힌 일이 제게 일어난 것입니다. 2주 뒤 진짜 마지막 날, 짐을 정리하다 군화를 보니 책 한 글자 못 보고 고생한 비참한 처지의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군화를 쓰레기통에 처박았습니다. 바로 교관님의 호출이 왔고, 저는 그 군화를 입에 물고 호되게 얼차려를 받은 후 퇴소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양육의 넉 달이었고, 두 주를 더 연장해 주셨는데, 원망과 불평, 억울함으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저는 제 생각이 진리였고 제 판단이 의였습니다. 제가 편한 게 평안이었고, 믿음의 방패와 말씀의 검이 아닌 자존심의 방패와 지식의 칼을 휘두르며 구원의 투구가 아닌 칭찬과 인정의 투구가 저의 갑옷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시간을 낭비한 채 인생의 진짜 시험장인 결혼을 시작했으니, 이혼과 자살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제가 우리들 공동체를 만나 #039더 홀 크라이스트#039의 한 부분이 되어간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각자 갑옷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갑옷으로는 사탄의 공격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입어야 할 진짜 갑옷은 선물로 주신 하나님의 전신 갑주뿐입니다. 말씀 앞에서 내 고집을 깨닫고 꺾는 순종으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에 몸을 맞춰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사탄의 모든 공격을 막아내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