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뇌수술 받는 것 같읍니다 -김세규가 센프란 시스코에서
작성자명 [김지일]
댓글 0
날짜 2005.11.24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에게 ,
세규입니다.
원래 목요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지만, 수요 일에 수업이 없는 저는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학교 도서관입니다.
휑하게 느껴집니다.
추석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편하게 쉬며 조용히 저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
그렇게 작정을 하고 나왔습니다.
성경책과, 성경암송카드, 영어 단어장, ‘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 ’ 그리고 노트북만 챙겨 왔습니다.
사도행전을 읽었고, 그간 밀린 단어들을 정리 했습니다.
(미국에 올 때, 두란노 출판사 에서 나온 ‘우리말성경’ 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릅니다. 아버지 , 어머니도 한 권 꼭 장만하시기 바랍니다 .)
‘ 꿈꾸는 자가 오는도다 ’를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읽었습니다.
읽으며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좋은 구절들을 따로 옮겨 적었고 , 제 생각 역시 짧게 기록해 두었습 니다.
또, 그간 틈틈이 암송해온 성경구절들 도 노트에 다시 한 번 옮겨 적으며 마음에 새겨 보았습니다.
정성을 다해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고, 또 외우는 일이 저에게 쉼이 되고, 휴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가장 큰 변화입니다.
특히 말씀을 암송하거나 영어단어를 외울 때 오히려 머리가 단순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전에 도서관에서 간만에 특별한 목적없이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
이건희 회장 딸이 교통사고로 죽은 소식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 씨네21’(영화전문주간지)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소식, 그리고 곧 개봉될 영화들의 포스터를 보 았습니다.
작년과 또 다르게 변하고 있는 한국 영화를 느낍니다.
훨씬 더 다양한 소재들의 영화가 나오는 것 같고, 새롭고 신선한 기획력을 가진 영화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전과 같았으면 조바심이 났을 겁니다.
하지만 마음이 참으로 편했습니다.
저에게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저는 지금 매우 정교한 눈 수술을, 뇌 수술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수술의 목표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 엄청난 수술이 언제부터 진행되었고, 또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셨고 , 성령님께서 직접 집도 하시는 이 수술을 받고 있다는 사 실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 쓰임과 당신의 도구로서의 가치를 판단하시기 전에 이 수술 결과를 먼저 주목하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두 분 역시 이 수술 결과에 따라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자식을 보는 심정으로 저를 지켜보셔야 합니다.
이것은 더 중요한 영적인 생명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할 찌니라’는 말씀이 있지만, 오늘은 두 분께 살짝 자랑하고 싶 은 것이 있습니다.
English Composition(영작수업) 과 Art History에 제출한 레포트에서 모두 ‘A-’라는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교수님들도 은근히 놀라시는 눈치입니다.
제 듣기와 말하기 실력에 비춰 봤을 때, 이 정도로 수업을 따라 오고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얘기하면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저는 그것이 제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님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
바로 하나님의, 성령님의 함께 하심 입니다 .
참,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막힐 때 길을 보여 주셨고, 더 나아가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까지 모두 허락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큐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닌가, 교과서를 외워도 모자를 판에 성경 암송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가, 시간이 나면 신문이라고 읽어야 영어 실력이 늘텐데 자 꾸 성경책을 집는 것이 말이 되는가, 라는 유혹이 늘 제 마 음에 있었음에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좀 더 욕심을 내어 하나님과 가까이 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모든 유혹을 이기고 여전한 방식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 주신 성령님 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놀라운 경험을 하며, 감동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나님 께서 필요한 그릇이 되기 위해 준비되는 시간입니다 .
지금까지 이 학교에 다니며, 왜 저를 이 학교로 인도하셨는지 그 의미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상업영화, 대중영화 그리고 영화를 통한 감동 과 변화를 지향하는 저에게, 실험영화, 순수영화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시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러한 제 원칙과 중심을 잡고, 실험영화의 순수영화의 장점을 취하여 제 원칙과 중심이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실험영화와 순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컨셉이요, 둘째도 컨셉입니다 . 이 것은, 깊은 생각 속에서 아주 엄선된 어떤 것을 하나 택하는 과정입니다.
고도의 사고 훈련입니다.
그 훈련을 받게 하십니다.
그것을 알기에 저와 너무도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가르치는 학교이지만 ,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것들을 들어 보여주시면서 제 중심과 원칙을 더욱 견고히 하고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시고 장점과 단점을 보게 하시고 , 스스로 준비하게 하십니다 .
그렇기에 처음과 달리 심적인 어려움과 거부반응은 없습니다 .
왜냐하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저와 관 계를 맺어야 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이 학교에서 영어실력을 단련시키기 위함입니다 .
순수 예술대학 임에도 끊임없이 글을 쓰게 하는 이 학교만의 독특한 커리 큘럼은 저에게 큰 영어로 글쓰기에 있어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었습니다 .
솔직히 다음 단계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방안을 마 련하였습니다. 종강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내년의 계획을 말씀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교수님 , 또 정확한 조언을 줄 수 있는 right person과 계속 접촉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전처럼 남들이 볼 때 좋아 보이 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저 자 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제 꿈을 위해 저를 구비시켜 줄 수 있는 것을 선택할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 오히려, 이 학교에서 그것을 다시 한 번 발견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저에게 보여주시고 허락해 주시는 것 만큼만 확신을 갖고 순종하며 나갈 것 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과 여호수와가 함께 한 구체적인 관계이고 방법입니다 .
저는 그 관계를 벤치마킹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여호수와에게 허락하셨던 사 자의 야성을 저에게도 분명 허락하시리라 믿습니다 .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도서관에서, 늦은 오후의 햇빛을 가득 먹은 금문교를 바라보며 두 분에게 글을 쓰는 지금,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저를 위해 늘 기도해 주시는 두 분을 기억합니다.
사랑하고, 늘 감사 드립니다 .
2005.11.23. 오후 4시
세규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