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와 낙타
작성자명 [김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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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0.03.13
옛날 이야기 하나.
교회가 멀어서 차를 타고 가도 한시간이 걸렸다.
주일아침에는 비상이 된다.
한시간 전에는 나가야 하는데 꾸물거리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차에서 연신 클락션을 울려대며,
휴대폰으로 재촉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내려오면 뭐하고 있었느냐고 인상을 쓰기도 했다.
그 난리를 피웠다.
주일아침에 그러고나면 깨어지고 만다.
하나님의 나라 유리그릇은 박살이 된다.
이미 깨어진 그릇으로 교회에 가서 아무리 경건한 폼으로 예배드려봤자 은혜가 담길 리 없다.
유리그릇이다.
깨어진 유리그릇이다.
그렇게 무식하고 어리석게 유리그릇을 많이도 깨어먹었다.
오늘 마태복음 23장 23-28절을 보며 깨닫는다.
주일날 교회에 시간맞춰 가는 것보다 아내 기분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켜댔구나.
그렇게 바보처럼 어리석은 외식을 하고 말았었구나.
가정예배를 드리려치면 강아지 시츄가 깨깽거리며 유난히 방해를 한다.
찬송이라도 한장 부르려면 그노무 강아지가 번잡스레 뛰어다녀서 혼쭐을 빼놓는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쓰여진다.
아빠의 험악한 인상에 가족이 주눅이 든다.
강아지,
그노무 강아지 한마리때문에 예배가 죽을 쑨다.
그래서 눈에 쌍심지를 켠다.
그 자리에서 사랑의 하나님,거룩하신 하나님을 아무리 외쳐대어도 헛일이다.
가족들 모두 마음이 굳어있고 하나님마저 외면하실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한 김장로, 계속 말씀을 읽고 침을 튀기며 강론한다.
웃긴다.
그 정도 되면 정말 웃기는 코미디가 되고만다.
하루살이와 낙타다.
차라리 예배를 안드려도 험상궂게 인상쓰지 않아야 하는데,
차라리 말씀을 전하지 않아도 가족들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키는 우매의 극치다.
내가 그랬다.
불과 몇년전 내모습이 그랬다.
(하지만.. 요샌 그러지 않는다. ㅋ)
오늘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소경이라고, 외식하는 자라고, 어리석은 자라고,
겉과 속이 다른 자,
하루살이 정도는 삼켜도 되고, 정작 낙타는 걸러내야 하는데,
하루살이는 열심히 걸러내고 정작 걸러내야 할 낙타는 삼키는 멍청한 짓이라고 말이다.
오늘도 하루가 밝았다.
열심의 폼은 갖추고 있지만 지혜가 없으면 그렇게 된다는 걸 깨닫는다.
정작 용납할 수 있는 건 까칠하게 굴고,
결코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에 이상하게 관대해지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다.
우맹이고 싶지 않다.
야만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또 아버지를 부른다.
지혜를 주소서,
분별력을 주소서,
겉보다는 속이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멋쟁이가 되게 하소서.
이런 기도로 새하루의 아침을 또 힘차게 연다.
아, 벌써 토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