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빚 (느헤미야1:1-11)
작성자명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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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12.02
2009년 12월 2일
마음의 빚 (느헤미야1:1-11)
며칠 전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모교인 K대학에서 교수채용공고가 났으니 지원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지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 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대학졸업 후 저는 M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했고, 이후 모교인 K대학에서는 학부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학과가 비인기학과였던 탓에 학부에 속해있는 다른 학과로 학생들이 몰리면서 모교학과는 점점 침체되어 갔습니다. 게다가 대학원에 진학하려던 학생들이 제 뒤를 이어 M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하면서 대학원마저 침체되어 버렸습니다. 마치 훼파되고 소화되어 버린 이스라엘성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저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 모교 학과가 침체된 것에 저는 늘 마음의 부담을 갖고 있었습니다. 모교의 교수님들이 저와 저를 받아주신 M대학 지도교수님에 대해서 원망을 많이 하셨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저의 지도교수님 역시 모교 동문이시라 저처럼 마음의 부담이 크셨을 겁니다.
저에 대한 모교 교수님들의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모교의 교수채용에 지원해야 하나 며칠 동안 고민이 되었습니다. 채용 안될 것이 뻔한데 괜히 지원해서 조롱만 당하는 것이 아닐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캠퍼스커플로 함께 M대학으로 진학했던 저희 집사람에게 의견을 물으니, 집사람은 한숨을 내쉬며 무시와 조롱을 당하더라도 지원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구해보라고 합니다.
아마 느헤미야도 사로잡힘을 면하고 남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큰 환난을 겪고, 또 예루살렘성이 훼파되고 소화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느1:3) 저처럼 마음의 부담이 컸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고는 싶지만, 지금껏 나 몰라라 하며 바벨론에서 잘 먹고 잘 살다가 갑자가 돌아간들 백성들이 반기겠는가, 오히려 무시하며 거절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환난을 당하는 백성들의 회복을 위해 눈물로 하나님 앞에 기도합니다(느1:4-7).
느헤미야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모교가 어떻게 되든 거기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나의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던 저의 모습을 보게 하셔서, 그런 저의 죄를 회개하며 모교의 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예수가 없이 세상적 성공을 쫓아 살던 그 시절, 저의 모교는 저의 야망을 채워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연구에 주력하기에는 연세가 많으신 노교수님들, 그 밑에서 연구보다는 잔심부름으로 시간을 더 보내는 대학원 선배들을 보며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모교 대학원과 함께 M대학 대학원을 함께 지원했고 두 곳 모두 합격했습니다. 제가 대학원 입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다는 교수님들과 선배들을 뒤로 하고, 저는 모교를 떠나 M대학의 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비록 모교의 교수님들과 선배들로부터 원망을 듣기는 했지만, 저는 제 선택이 옳았다고 믿었고, 제 뒤를 이어 십여 명의 후배들이 매년 M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이라도 된 듯 기뻐하였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점점 침체되어 가는 모교 학과의 모습이 저에게는 무거운 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또 학위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모교의 교수님들을 한번도 찾아 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하나님 앞에 나가서 침체된 모교를 회복시켜달라고, 그리고 모교의 회복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저를 그곳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제게 “아들아, 내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네 모교의 회복이 아니라 모교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허물어진 너의 마음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지난 10여 년 동안 담아두고 있었던 마음의 빚을 내려놓고 어색해진 교수님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눈물이 쉴새 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아시고 하나하나 회복해가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니어도 좋으니, 허물어진 모교의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으로 채워달라”는 기도를 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기도를 마치면서 교수채용에 지원하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어쩌면 서류심사에서 탈락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면접에서 더 크게 망신을 당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수로 임용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너졌던 모교 교수님들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주님께서 나를 어떻게 인도하고 계신지를 그분들 앞에 증거하기 위해서 두려움 없이 그 자리에 서겠습니다. 부디 저의 이 마음이 변치 않기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세상적인 욕심들이 끊임없이 저를 힘들게 할 텐데, 그 때마다 승리할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