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8천 7백 9십 2원 짜리가 되고 보니...
작성자명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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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11.29
지난 주,
대기업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안정적인 직장과 사람들의 인정, 좋은 선자리가 아른거려서
마음은 Yes를 외치고 있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간증을 보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내 인생은 광고가 목적이 아니게 되었다고요.
물론 협상은 결렬되었죠.
바로 다음 날,
납품했던 제품에 사고가 발생한 바람에
하루 아침에 몇 천만원이란 돈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들교회에 간증을 올리고
며칠동안 남의 공장에 머물면서 사고를 수습하고
저의 일을 도운 작가들과
외주업체에 돈을 다 지불하고 나니
오늘로써 통장 잔고가 48,792원이 되었습니다.
한번도 돈이 없던 적이 없었던 사람인지라
약값 1500원을 카드로 긁는 것도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에게 저녁식사를 사줄 걱정하는 것도
너무 어색하고 찌질하게 느껴졌습니다.
악하고 약해서
생각나는 것이 후회.
사고가 터진 뒤에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더라면
간증을 안 보내고 낼름 들어갔을텐데...
하는 생각이 올라오면서
이방 여인을 끊기보다는 묵상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도 그리워지고
외주업체들에게 큰소리치던 명함도 그리워지고
백화점에서의 쇼핑도 그리워지고
하나님 없이도 잘 사는 남자들과의 만남도 그리워졌습니다.
광고를 하면서 쿨하고 신나던 때를 생각하면서
하나님 없이 살았던 때가 정말 쉬웠다
하는 결론까지 가더라고요.
부끄럽게도 자꾸 생색이 올라왔습니다.
약속 찾고 명령 찾으라고 해서 가고 있는데
왜 나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건가요?
4만 8천원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하면서 나를 찾는 아비멜렉과
수산궁을 묵상했습니다.
그렇게 자꾸만 뒤를 보면서
엄마와 오빠가 하는 공장에 앉아
단순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는 아트디렉터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박양. 에셀트리 로고를 만들었어요.
로고는 선물이니까 돈 줄 생각하지 말아요.
그 의미 담느라고
자료도 엄청 찾고 공부 많이 하고 틈틈이 만든 거에요.
항상 모든 일을
내가 벌고 바득바득 모은 돈으로
처리하려고 했던 인간이었던지라
4만 8천 7백 9십 2원으로는
어떤 일도 의뢰하지 못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때에 받은
에셀트리의 로고는
나의 황무지같은 마음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따뜻하고 굳건했습니다.
목사님 말씀 듣다가
넙죽 받아들고는
위기나 유혹이 올 때마다
마음으로는 수없이 접었다 폈다 했던 이름.
에셀트리.
제 열심으로 성을 쌓다가
그 성이 무너지고
4만 8천원짜리 인생이 되고
어떤 일도 시킬 수 없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때와 방법으로 만들어진
로고를 받고
바로 자복하여
이방 여인과 애굽 땅으로 향하던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아무 것도 못할 때
일하신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래서...
이방 여인을 끊는 것도
내가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거구나.
하고 한참을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