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한 성전건축.
작성자명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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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11.20
올 봄.
부르심보다 자원함이 앞서서
평생의 애굽이던 카피라이터라는 직함을 버리고
동화책을 만들겠다며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
회사를 나갔다는 소문을 듣고
모 기업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여고생들을 위한 다이어리를 만들어 달라고요.
우리는 그 정도 규모의 일을 할 자금이 없습니다.
선금을 조금이라도 주시지 않으면 못합니다 등
여러 번을 거절했는데도
기업에서는 우리에게 일을 줬고
수월하게 풀려 결국 인쇄까지 왔습니다.
선입금을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대서
에셀트리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했습니다.
목사님 말씀을 듣다가
깨닫는 귀는 없고
듣는 귀는 있어서
우와~ 뜻 진짜 좋다.
동화책을 만들어서 광야로 보내야지 하면서
그 이름을 덥썩 쥐었고
내 열심과 내 방법을 가지고 일을 했습니다.
회사를 나온 뒤 10개월 동안
카피라이팅을 하고 강의를 뛰면서
차곡차곡 돈을 모았습니다.
다이어리를 제작하는데
인쇄비, 스티커비, 케이스비, 디자인비등
몇 천만원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모은 돈을 모조리 다이어리 제작에 쏟아부었습니다.
몇 개월 뒤에 돈이 회수되면
동화책을 만들 자금이 한번에 생긴다는 생각을 하자
마치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두 마음을 품은 자가 되어
가끔 그 이익금에 ‘내가 번 건데’라는 맘도 갖게 되었고
반응이 좋아서 추가주문을 한다는 소식에
‘그럼 그 수익은 제 거 해도 되죠?’라는 탐심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일을 마치자 기업에서는
디자인원본을 가져가서 거래하던 업체에서 찍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같은 신생업체에게 일을 준 것에 감사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디자인만 쏙 빼가는 나쁜 기업이라고 욕을 하며
어디 두고 보자 했습니다.
너무나도 교만한 마음으로
납품을 다 하고 손을 털었는데
문제는 오늘 뻥~~~~~ 터졌습니다.
다이어리를 넣는 케이스의 70%가 깨져버렸다고 연락이 온 것입니다.
요 며칠 날이 갑자기 추워졌잖아요.
누가 알겠습니까? 비닐도 날이 차면 깨진다는 걸. --;
납품을 다 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
납품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투자금 전액 뿐 아니라
손해보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저희에게 남겨진 시간은 단 4일!
불량 회수하고 다시 제작하고 포장하고 전국 마트에 납품하는 것은
단 4일만에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벌을 받나?
시험하시는 하나님은 아닌데…
비닐이 깨지다니…
천재지변으로 사업이 한 순간에 훅 가는구나.
그렇지만 목사님께서 떨어지면 감사하라고 하셨어.
망하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나?
금의환양도 아니고 쪽팔려서 어떻게 다시 가.
동화책은 만들지 말라는 건가.
그렇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콩뛰듯 팥뛰듯 뛰어다니는데
저희 일을 가져간 경쟁 업체로부터
저희 것까지 제작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또 불량을 회수해야 해서 창고에 전화를 했는데
그곳 실장님께서 자기 직원이 열명이나 되니
인건비만 주면 포장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결국!
추가제작껀을 다른 업체에 넘겨준 바람에
저희 회사 사고를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저희가 추가로 제작하는 일을 맡았더라면
몇 천만원의 융자를 받아야 했을 테고
이 사고가 더 크게 터졌을 테며
수습도 못하여
집을 망하게 하는 사건이 될 뻔했습니다.
바닥까지 고개를 숙이고
교만을 떨지 않으려면 더 망해야 했을텐데
수준이 낮아서 집이 망하기 전까지는 안 가게 도와주셨습니다만
이로써 제가 비젼과 현실 사이에서
두 마음을 품은 자였음이 명백해 드러났습니다.
“붙으면 회개하고 떨어지면 감사하라”라는 말씀을
우리들교회를 다닌지 4년만에
아주 조금 깨달은 지금.
고난이라고 말할 것도 아닌 일을 고백하지만
제일 큰 고난은
고난이 없는 부목자로
오픈할 꺼리들은 꽁꽁 감추고
억지로 억지로 교회만 왔다 갔다 하는 저입니다.
공동체를 열심히 섬길 수 밖에 없는
고난 많은 목자들처럼 되기도 싫어서
교회를 떠나고도 싶어했던 저입니다.
ㅠ,.ㅠ
다음 주 화요일까지 이 사태가 수습될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 때까지는 정말 하나님 도움만을 구하면서
매일매일 살얼음판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말만 ‘구원의 나무’가 되지 않기 위한 길임을 고백하며
제가 두 마음을 품은 자였음을
완전히 자복하고 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