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할 것 밖에 없습니다.
작성자명 [이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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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5.09.05
또 한바탕 다 토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역시 토한 것이 더럽다기 보다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힘들게 먹은 밥인데, 다시 주워 먹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좀 먹기 싫은 것 억지로 먹었지만 식사 후 가볍게 동네 한바퀴 돌고 올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어디서 잘 못 된 것일까요.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른다고 했는데, 제 인생의 말세를 혹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굳이 길게 나열한 죄목들까지 거슬러 안올라가도 이 모든 것이 제 삶의 결론인즉
제 앞에 닥친 이 고통의 모진 바람을 담담하게 받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어도 끈질기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자기애 인 것
같습니다. 나를 포기할 수도 없고 내려 놓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사랑 받고 관심 받고 싶은
마음들 말입니다.
이런 영적 암세포인 자기애, 자기 만족, 오로지 내 자신만 추구하는 것도 이생을 달리할 때야
비로소 버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니 인생 자체가 전쟁이란 말 실감합니다.
한 번 토하고 나면 다시는 주워 먹을 수 없듯이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이런 잡다한
자기 사랑에 대한 변질된 감정들도 한 번 토하는 것으로 끝장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아직도 토해 낼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는 이 길이 힘들고 아파야 하나 봅니다.
그런 제 자신을 알면서도 얼마나 경건한 척 폼만 잡고 살아가고 있는지..
속이 좀 가라앉으라고 따뜻한 매실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잠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