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고 험한 길..
작성자명 [이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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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5.09.04
아침, 저녁 7시에 두 번 먹는 진통제를 이제는 용량을 늘여야 하는지 아니면 하루
세 번으로 8시간마다 복용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통증이 악화되어 가고 있는 증거이겠지요.
진통제에 대한 부담감 혹은 거부감에서 자유하려고 애쓰는 저에게도 이런 문제가 막상
생기고 보니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 드리는 것도 어쩐지 껄끄럽고 싫어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의 현실이고 사실이며 눈가리고 아웅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마땅히 저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진통제 효과로 반짝하는 점심 반나절과 지금의 한 밤중을 제외하곤 하루의 생활이란
무거운 지게짐을 지고 가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무겁고 힘이 듭니다.
지난 저녁, 가장 몸의 컨디션이 좋이 않을 때 찾아 온 사랑하는 두 친구, 근남씨와 경자씨에게
어찌나 미안하던지, 있던지 말던지 나는 잘테니 둘이 놀아 하는 식으로 잘라 말하고 돌아 눕는
저, 그리고 오히려 미안해 하는 친구들.
이런 저의 모습 어디에서도 복음의 군사 다운 모습은 찾기도 힘이 드는데, 자기가 얼마나
큰 일하고 있는지 알어? 하는 등의 닭살 돋는 칭찬을 들으면 부끄럽기 짝이 없어집니다.
말씀 묵상은 점점 힘이 들고, 뭔가에 집중하기는 더더욱 힘이 들고, 그저 하루 밥 세끼 꼬박
잘 먹고 소화시키면 할 일 다했다고 배짱 튕기는 저의 모습이란, 마치 패잔병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암에 걸리든 그렇지 않든 여전한 방식으로 내게 주어진 생활 예배 잘 드리며 비록 몸은
그물에 걸린 생선처럼 고난 속에 매여 있더라도 주님의 살아 있는 복음의 빛은 그 어떤 것도
가둘 수 없는데 이젠 그 가두는 역할을 제가 하고 있는 것 같아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몸이 허락하는 대로 조만간 한 번 더 뵙고 싶었던 한 지체의 소천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봄이었던가, 복내에서 잠시 올라왔을 때 집사님들과 함께 문병 갔었을 때, 힘든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견뎌 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분,
고통을 참고 인내하는 모습까지도 예의 차분하고 조용한 평소때의 모습 그대로였을 것이라
여겨지던 분이셨는데..
믿음 안에 우리가 함께 있기에 언젠가 만나리란 소망으로 보내 드리니, 잠시 슬픔은 있지만
아주 잠깐 뿐인 슬픔일 뿐 다시 웃을 수 있기에 제 안에 계신 예수님은 얼마나 넉넉하고
미쁘신지요.
식욕 회복만 되면 만사 형통일 줄 알았는데 좀 넘어서서 땀좀 식히려 하니 이제 또 다른
문제들이 저의 발걸음을 깊은 골짜기로 인도합니다. 다시 한 고개 넘어가자고 자꾸만
저의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슨전한 저의 생각이지만 흡사 비슷한 복음의 길과 투병의 길.. 너무 멀고 험한 길..
지금처럼 만이라도 글을 올릴 수 없을 때가 오겠지란 생각에 급해지는 마음, 한 계절이
오고가는 길목에서 살랑 거리는 바람 따라 제 몸을 맡기는 여린 코스모스는
꼭 저의 모습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