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기도회를 가려고 하는데 누가 내차 뒤에 차를 한대 세워놨다.
보통 그렇게 하면 연락처를 남겨두기 마련인데,
이 차는 연락처도 없었다.
차 번호를 보니 전에도 그런 적이 있는 차였다.
그래서 차주를 찾느라 애를 쓰곤 했었던 기억이 있다.

- 시원한 폭포, 사진 : 원강 님 -
우리 아파트는 동별 경비가 없이 통합관리실에서 관리한다.
그래서 통합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차주에게 연락하려고..
그런데 새벽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거기도 전화를 안받았다.
아무리 신호가 가도 음악만 흐를뿐 도무지 받질 않았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이거 뭐야, 도대체 뭣들 하고있는게야..
새벽에 일찍 가야되는데..
새벽기도회에 피아노 반주를 맡고있어서 늦으면 안되는데..
마음이 급했다.
다시 집에까지 올라가서 지갑을 가져오면서 택시를 불렀다.
달려온 택시를 타고 가까스로 도착했다.
혼자서 가만 생각해보았다.
아까 왜 화가 났을까, 왜 내마음이 슬슬 끓어올랐을까.
답은 기본이었다.
기본이 안됐기 때문이다.
기본이 안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남의 차 뒤에 주차해놓았으면,
적어도 연락처 정도는 남겨두는건 기본이 아니던가.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통합관리실은 24시간 가동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공동주택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말이다.
내가 뭐 대단한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인데,
기본만 요구하는데,
기본만 되어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문득 나의 뇌리를 치는 음성이 있었다.
너는 기본이 되어있느냐.
네가 기본이 되어있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기본이 되어있어서 하나님이 너를 용납하신다고 생각하느냐.
기본이 안된 사람, 따지고 나무라고 비난하고 싫어하는 일은 아무나 한다.
그건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훈련받지 않아도 누구나 할 줄 아는 일이다..
갑자기 아찔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 역시 기본이 안된 녀석입니다.
기본이 안된 저를 용납해주셨는데 제가 딴소리해서 죄송합니다.
그렇다. 그게 어렵다.
기본이 안된 사람을 용납하는 것, 그게 어렵다.
기본이 된 사람을 용납하는건 천하 쉽다.
그건 정말 일도 아니다, 아무나 한다.
그런 일에는 굳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들먹일 이유도,필요도 없다.
기본이 안됐기 때문에 아무도 용납할 수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거리낌이 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이해하고 용납해주는 사랑..
오늘 새벽, 하나님은 나에게 그것을 훈련시키심을 깨달았다.
오늘 시편 72편 12-20절을 보며 기본을 묵상한다.
궁핍한 자, 가난한 자, 낮고 작고 힘없는 자.. 그런 하비루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
그들의 모습만 보면 도무지 사랑이 가지 않는, 기본이 안된 사람,
기본 3점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
그래서
부르짖을 때에 건져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하나님..
그 하나님을 본다.
그 하나님이시기에 나 역시 도움을 받고있음을 깨닫는다.
나 역시 그렇게 하라는 말씀을 받는다.
그래서 또 아버지를 부른다.
오늘 하루도 기본이 안된 사람을 용납하겠습니다.
기본 3점이 되지도 못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훈련을 하겠습니다.
그때, 하나님 역시 나를 불쌍히 여겨주실 것을 믿습니다.
내힘으론 할 수 없아오니 성령님 도와주소서..
이렇게 두손을 모우며 수욜의 아침을 또 힘차게 연다.
오늘도 때를 따라 내리시는 복된 장마비의 은총을 기대하며 또 아버지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