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제가 가긴 어딜 갑니까...
작성자명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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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7.14
어제 저녁에도 늦게까지 야근을 했습니다. 퇴근을 하기 위해 신을 갈아 신는데, 몇 년째 신은 양말에 구멍이 났더군요. 신을 갈아 신고 나와서 차를 타는데, 비가 온 탓에 10년이 넘은 차 안에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데, 흩뿌리듯 내리는 안개비가 차 안으로 들이쳐서 금새 창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차츰 무뎌지는 후각으로 냄새는 참을 만 했는데, 에어컨이 고장 나 후덥지근해진 차 안의 온도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더군요. 할 수 없이 다시 창문을 열어 내리는 안개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출출해서 요기라도 할까 하고 지갑을 열어보았는데, 천원 짜리 한 장 없는 빈 지갑을 보며 긴 한숨만 나왔습니다. 아~ 정말 구질구질한 인생이다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께서 해도 너무 하신다 라는 원망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좇아 오랜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주님, 당장 보이는 것 없어도 주님 믿고 갑니다. 3년 정도는 고생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서언 아닌 서언을 했었는데, 2년 반이 지나도록 환경은 크게 나아지는 것 없고 고단한 삶이 계속되다 보니 하나님을 위해 고생하겠다는 각오는 모두 사라지고 원망만 절로 납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서러운 마음에 소리없이 울었습니다.
오늘 QT말씀에서 나오미의 두 자부인 오르바와 룻이 비교가 됩니다. 똑같이 나오미를 선대하고 존경했지만, 오르바는 나오미에게 입맞추고 떠났고 룻은 붙좇았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오르바의 믿음없음을 손가락질 하겠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주님을 너무 사랑하지만 삶이 너무 고단하니 차라리 이쯤에서 입맞추고 떠나고픈 마음을 어제 저녁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말씀을 통해 “네가 그 동안 나를 선대한 것을 안다. 이제 너를 선대할 테니 아들아 돌이켜 너의 길로 가라”고 하십니다. 고단하고 수고로운 삶이지만 생명의 양식을 붙좇는 룻의 인생을 택할 것인지, 말씀은 없어도 세상 영화가 있는 오르바의 삶을 택할 것인지 제게 묻고 계십니다. 처음 길을 떠나면서 나오미는 두 자부와 함께 일어나 떠났습니다. 나오미는 분명 그들 모두와 함께 가기를 원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길이 고단하고 수고로운 삶일 수 밖에 없기에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따라 나서기를 바랬을 것이고, 그래서 두 번이나 돌아가라고 했을 겁니다.
오늘 아침 집사람에게 하나님을 향해 원망하고 서운해했던 저의 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자기가 할 수 있는 위로는 이것뿐이라며 집사람이 2만원을 제 손에 쥐어줍니다. 여전히 고단한 삶이지만, 저희 집사람을 통해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져서 또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아침 주님 앞에 다시 한번 서언 아닌 서언을 합니다. “주님, 3년도 참았는데 까짓 거 더 참고 가죠 뭐. 고단하고 수고스러워도 주님이 저를 이렇게 사랑하시는데 제가 어디를 갑니까? 늘 원망하고 불평하지만 이쁘게 봐주세요. 전 그래도 주님 따라 가는 이 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