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으로 귀 뚫을 일이 아니라...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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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5.21
2009-05-21 출애굽기 21:1-11 ‘송곳으로 귀 뚫을 일이 아니라...’
세상의 종에서 풀려나 말씀의 종으로 살기를 소망할 무렵
초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가 숙제의 종이 되었습니다.
종의 일과로 이곳에 나눔을 올리기 시작한 3 년 전
바라지도 않던 격플(결려의 리플, BWS 作)에 수시로 감동했지만
조회 수에 신경 쓰면 큰 벌 받는 줄 알았습니다.
30 년 짝퉁 크리스챤에게는 처음 접하는 본문이 대부분이었기에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일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고
단어 하나 붙들고 늘어지기에도 벅찼습니다.
일대일, 양육 교사, 예목Ⅰ,Ⅱ 의 과정을 거치며
숙제는 습관이 되었고 지식이 쌓이며 교만도 함께 자랐습니다.
습관이 일상으로 정착될 무렵
경건의 모양이나마 갖추기 시작할 무렵
경건을 유익의 재료로 삼기 시작할 무렵
슬슬 조회 수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고난의 처절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올린 어떤 자매의 나눔과
자식 고난으로 철철 흘리는 피를 흥건히 쏟아낸 어떤 형제의 나눔을 읽으며
그들의 아픔을 체휼하기에 앞서 그들의 조회 수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꿈의 네 자리 조회 수를 처음으로 기록하던 날
무슨 큰일을 해낸 양 허탈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나의 교만과
이생의 자랑에 안달하는 속물근성을 꾸짖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누군가 비슷하게 지적하신대로
댓글 하나에 일희일노(一喜一怒)하는 내 모습을 고백하며
이 고백으로 자유함을 얻기 원합니다.
자유함으로, 이곳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은혜 받고
조금이라도 은혜 끼치는, 은혜의 재료가 되는 인생 되기 원하지만
자유인이 아닌 종의 신분, 노예의 신분으로라도
그저 오래만 붙어 있기 원합니다.
종이 진정으로 원하옵기는
이곳 나눔터와
격려하고 꾸짖는 내 형제들과
나의 거듭남을 위해 수고하는, 이름 없는 내 이웃까지 사랑하게 하시어
그럴 듯하고 보암직한 세상일에 몸담게 되어도
준비해온 세상 일이 나를 더 바쁘게 하여도
이곳에 그저 종으로라도
오래오래 남아 있기 원합니다.
송곳으로 귀 뚫을 일이 아니라
코뚜레에 멍에까지 지고
아내와 그 멍에 함께 질 날을 소망하며
피 흘리는 형제들 피 닦아주며
그들과 이 땅에서 대면하는, 덤으로 주실 복까지 소망하며
땅 끝까지 종으로, 노예로라도
이곳에 붙어 있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