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권력자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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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5.16
2009-05-16(토) 에베소서 6:10-24 ‘길거리의 권력자’
청바지 캐주얼에 운동화만 신고 다니던 딸이
졸업 사진 찍는다고 정장에 구두 신고 집을 나섰던 어제
그래서 돈이 좋은 것이구나 하는 소박한 생각을 했습니다.
돈...
벌기 싫어서 안 번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 못 번 것인데
요즘은 돈 욕심 내려놓고 사는 양
경건의 모양이라도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알량한 경건의 모양이
무참히 깨져 일그러지는 사건이 어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포장마차를 철거하려는 학교 측과 싸우느라
노점상 회원들이 설치한 캐노피 천막이 통행에 불편을 준다며
지나가다 우연히 들러 항의하는 어떤 교수에게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노점상 죽이려고 학교 안에 노점 차려 헐값으로 음식 파는 게
기독교 정신으로 가르친다는 학교에서 할 짓이냐고...
절대악에 눈감으면서 필요악에 분기탱천하는 그 모습이 가소롭다고
당신들에게는 통행권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존권이라고...
당신은 무슨 학문을 가르치는지 모르지만
당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놀란 것은 그 교수가 아니라 노점상 회원들이었습니다.
점잖기만 하던 박집사 입에서 어떻게 저런 말이 나오느냐고
저 혈기는 어디에 숨어 있었느냐고...
아내는 속이 시원하다는 눈치였습니다.
위로 차 찾아온 이웃에게, 우리 남편 해병대 출신이라고 으스대더니
이제 자기 건드릴 사람 없을 거라며 좋아했습니다.
세상의 권세에 맞서는 선한 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명분 하에
세상의 학문으로 익힌 얄팍한 지식과
악하고 음란한 세상을 뒹굴며 몸에 익힌 강퍅함에다
생존권의 샅바까지 몸에 두른 채
혈과 육을 상대하는 씨름을 벌였던 어제의 내 모습 속에서
경건의 능력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건 추악한 쩐의 전쟁이었습니다.
대기업의 할인점을 교내에 유치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학교측이나
생존권을 부르짖지만 이미 거리의 권력자 집단으로 변질된 노점상이나
양측 모두 추악한 쩐의 전쟁을 벌이면서도
겉으로는 룰을 지키는 씨름을 하는 양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성령 안에서 기도한다 하면서도
영혼 구원의 사명으로 더러운 입을 위장하고
진리와 의와 평안의 전신갑주로 몸을 위장하여 경건을 떨다가도
내 밥그릇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사단의 종이 되어
추악한 싸움에 맨 몸으로 나서는 나를 보았습니다.
이런 나에게, 하나님의 전신갑주는
개 발의 주석편자에 다름 아닐 것임에
그저 경건의 모양이라도 되찾기 원합니다.
입을 열어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알리는 일은 언감생심일 것임에
그저 조용히 입 닫고 내 죄만 보기 원합니다.
길거리의 권력자가 되려 하지 말고
길거리로 나앉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살펴
나의 부족과 무능과 불순종을 회개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