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번만 관찰자가 되기로...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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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5.11
2009-05-11(월) 에베소서 5:1-7 ‘딱 한번만 관찰자가 되기로...’
졸업사진을 찍어야 하는 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철 이른 요 며칠의 무더위를 쫓아준
이 아침의 비가, 내겐 고맙기만 합니다.
어제 목자 회의를 끝으로 교회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모처럼 한가한 저녁 시간을 갖던 중
좁은 집에 날씨까지 후텁지근하니 괜히 짜증이 나서
TV를 보며 일주일에 한 번 뿐인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아내에게
누추하고도 어리석은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인생이 왜 이리 시시껍적하냐?’
교회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애들도 없는데 밥이나 먹고 들어가자는 아내의 말을 거절한 건
목자 회의 하면서 잔뜩 먹은 빵이며 과자 때문이었는데
아내는 돈이 아까워 그러는 줄 알았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밥을 차리더니 시위하듯 혼자 먹었습니다.
댓 발 나온 입으로 내게 눈길도 주지 않는 아내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들이 운전해주던 새벽시장을
면허도 없이 혼자 갈 생각을 하니 그때부터 짜증이 났던 겁니다.
떡볶이 만들 소스 재료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떨어져
시장에 가야 하는데, 아내는 일찍 재워야 하기에
택시를 이용하던지 무면허 운전을 하던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습니다.
설교 말씀을 리뷰하며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내 힘으로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때 관찰자가 되라는
목사님이 설교에서 인용하신 말씀을 적용하여
나 혼자 다 하려는 구조대원의 열심을 버리고
딱 한번만 관찰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운전대를 하나님께 맡기고 나는 관찰자가 되자’
헛된 말로 나를 속이며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잔뜩 긴장하며 새벽길을 달려 시장에 갈 때는 몰랐는데
짐을 가득 싣고, 절반 남은 길을 돌아올 때는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대모산 자락의 아카시아 향기가
그렇게 진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택시비 2 만원을 벌면서
천연 아카시아 향 20 만 원어치까지 덤으로 얻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참람한 적용과 헛된 말로
나를 속인 죄를 회개합니다.
불순종의 아들에게 내릴 진노를 유예하신 하나님께
두려운 마음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