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드레베도 악하지만...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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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4.30
2009-04-30(목) 요한3서 1:9-15 ‘디오드레베도 악하지만...’
어제 영업이 끝나갈 무렵 밖이 시끄러워 나가보니
어떤 차가, 길가에 세워 둔 우리 차를 받았는데
그 차의 운전자는 만취 상태였고
우리 차의 범퍼는 귀퉁이가 찌그러진 상태였지만
아주 경미한 접촉사고였음을 알 수 있었던 게
우리 차의 범퍼는 원래 찌그러져 있었고
새로 생긴 상처는 긁힌 자국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이웃 중에 말발 센 어떤 사람이
아내를 대신하여 그 운전자와 소위 협상을 하고 있었고
술에 취한 운전자는 횡설수설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그 꼴이,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꺼내주는 조건으로
보따리부터 내 놓으라고 하는 흥정으로 보여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이 오기 전에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그 사람에게 대리 운전을 부르게 한 후
절대 운전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고는 그 자리를 떴습니다.
강도를 만나 길가에 쓰러진 사람에게 베푼
내 사랑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음주운전이나 하며 밤길을 헤매던
예전의 나를 보는 게 싫었고
건 수 잡았다며 하이에나처럼 물고 늘어지는
이웃을 보는 일도 민망했지만
나로 하여금 그 사람을 끝까지 케어하지 못하게 하고
그 자리를 일찍 뜨게 만든 건 나의 지독한 이기주의였습니다.
포장마차에 남겨두고 온 손님이 더 중요했고
빨리 일마치고 집에 돌아가 쉬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 사람이 대리 운전을 불렀는지
다시 차를 몰고 갔는지, 그 후의 일이 잠시 궁금했고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지 못했던 내 행동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그게 악한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악한 것과 선한 것을 묵상하는 중에
악하지 않은 것이 선한 것은 될 수 없음이 깨달아집니다.
선하지 않은 것은 모두 악한 것이고
침묵하는 선은 더 악한 것임이 깨달아집니다.
디오드레베도 악하지만
디오드레베를 외면하고 자기 밭갈이만 하는 사람
디오드레베를 치리하지 않는 공동체도
똑같이 악한 것임이 깨달아집니다.
그래서 매를 드는 사도를 생각하며
어제 내가 행한 일을 오래도록 기억하여
초달의 훈계로 나를 다스리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