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호랑이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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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4.15
2009-04-15(수) 요한복음 21:1-14 ‘이빨 빠진 호랑이’
부활하신 예수님이 두 번씩이나 찾아오셔서
말씀으로 양육하시고 사명을 주셨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무기력하여 나서지 못하는 제자들과
그 제자들을 또 찾아오시는 삼고초려의 예수님...
‘베드로 너 이놈’
양육을 위해 혼내실 만도 한데
꽃으로도 때릴 수 없는 제자들인지라
밥까지 차려 먹이시며 여전한 방식으로 양육하십니다.
혼내시지 않는 예수님
밥까지 차려주시는 예수님
온유와 겸손의 예수님을 또 만납니다.
나에게도 예수님은 언제나 그런 분이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한 번도 혼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육적으로 곤고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삼 세 번이 아니라 삼백 번을 부인했어도
긍휼히 여기시는 눈길을 부끄러운 내 등에서 떼지 않으셨고
부드러운 손길로 내 등을 토닥여주셨습니다.
넘어질 걸 아셨기에
언제나 내 곁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어떤 형제가 베드로 같다고 해준 말이 고마웠습니다.
내게 해준 최고의 찬사인 게
많이 넘어졌지만 결국 일어섰고
초라한 인생을 거룩한 죽음으로 마감한 사람이
바로 베드로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요즘, 물 한 바가지도 한 손으로 들기가 힘이 듭니다.
근력이야 아직 짱짱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몇 년을 반복하다보니
팔 관절에도 무리가 온 모양입니다.
무릎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이빨 빠진 호랑이 다 되었다고 안쓰러워하는 아내에게
어제 귀가 길에 진심으로 위로하며 간증했습니다.
지금,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육적으로나마 죄 지을 시간도 없이 사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고...
늦은 밤, 주말 오후에도
이 짧은 인생 빈둥거리며 살지 않게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그리고 오늘 베드로의 삶을 묵상하며
거룩한 그 끝을 소망하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직은 천방지축 호랑이로 살고 있지만
하나 둘 이가 빠져
외관부터 온유하게 바뀌더니
이내 성품까지 겸손해지고
거기에 지혜까지 더해져
주신 사명 잘 감당하는
거룩한 호랑이의 삶을 살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