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집합체
작성자명 [순정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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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4.10
십자가에 못박힌 상태속에서도
여전히 보여지는 것들(옷을 나누어 갖는 일)
여전히 들려지는 것들(온갖 소리들)이 있었습니다
못박히면
이내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줄 알고
못박히면
눈에 보이는 것들로부터
귀에 들리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줄 알았습니다
허나
오직
못박힌 특수한 상황만이
못박힌 주체에게 가져다 주는
여러가지 보고 듣고 느껴야 할 것들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못박힌 주체와
그 주변에서 생긴 일들을 보며
그 일들이 나와 별개의 것이 아닌
내가 깊이 상관된 일이라는 것을 고백해야 하는 아픔이 있습니다
떼거지 군중 심리속에 합류된 내 목소리로
그분을 못박아 놓고는 내 손에 튕겼을 그분의 살 점과
그분의 핏방울에 대해서는 무관심한채 그분의 벗겨진 옷가지를
소유하기 위해 제비뽑는 탐욕이 내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음을 고백합니다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을 때에는
아무 것도 일렁이지 않고 그저 고요하기만 하던 내 마음도
일단 그 무엇을 보면 견물생심이 작동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과
그렇게까지 내 손으로 사람을 못박아 놓고도 죽어지지 않는 탐욕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언제는
내게 강력한 왕을 주시사 나를 다스려 달라고
부르짖었던 내가 온유하지만 강력한 왕의 성품이 그대로 표출되어진
그 말씀
그 명령
그 간섭이 싫어
늘 보이지 않게 불복종한 내 죄로 인하여
그 왕이 죄패를 붙이고 형을 받는 것을 봅니다
그렇게까지
자신은 왕이요
하나님의 아들이요
심지여 하나님이라고 하면서
나에게 무한한 동경과 무한한 자원과
무한한 믿음과 무한한 소원과 무한한 꿈을 주시던 분이
그래서
그 동경과
그 믿음과
그 소원과
그 꿈을 먹고 자라게 하시던 분께서
막상
내가 그 동경과 그 믿음과 그 소원과 그 꿈이 이루어질 찰나에는
아무런 힘도 써주지 않고 되레 나로하여금 자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힐 것을 권면할 때
나는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나는 그런 주님은 안 믿겠다고
그게 무슨 하나님 아들이냐며
그게 무슨 구원자냐며
지금 당장 기적을 보여주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며
소리 소리 질려대며 믿음 없음의 부질없고 헛 된 삶의
쳇바퀴를 돌리며 살았던 불신의 세월을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차라리 성경을 모르고 당신을 못박았다면
빌라도처럼 죄라도 가벼웠을텐데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었던 이스라엘 군중의 한 사람으로 또한 성경을 그래도 안답시고
성경을 들먹이는 서기관이나 대제사장이나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과 다를바 없는
나를 일컬어 당신께서는 분명 빌라도보다 더 큰 죄를 지었다고 말씀하셨음을 기억합니다
그럼에도
온갖 탐욕과 저항과 모욕과 수치의 소리 집합체인
나를 잊지않고 그 극한의 고통속에서도 끝까지 조용히 지켜보시며
사랑하고 계셨던 당신이 점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왜일까요?
이 모습속에서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주님
이 모습속에서도
당신과 함께 광활한 이 우주를
당신의 사랑으로 채워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시는 주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