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을래
작성자명 [순정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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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4.09
실은 나 그런게 아니였거든요
나도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아
당신께 순복하며 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껄그럽고도 불투명한 구석이라곤
한 점도 없는 당신앞에서
고도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인격이란 선한 가면을 쓰고 다녔음을 용서해주시옵소서
당신앞에서만큼은
그따위 염치와 체면을 위한 율법적인 가면쯤은
훨훨 내던지며 살았어야되는데
한번도 그리 못했거든요
그러다
나는 결국 엊그제 그걸 해냈어요
부활 주일 성가곡을 준비하고 있는 남편에게 말이예요
부활 주일 성가곡이 부활의 주님을 찬양하는게 당연한 것인데
왜 딴 곡이냐며 주님 섬기는 일에 관한 잔소리를 하게 되었거든요
너 맞을래?
나 맞아야 나오는 것이라곤 예수 밖에 없거든
이 남편
분명 마누라 하는 말이 악다구니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지요
어제 수요 예배 후
성가 연습을 하고 왔는데
찬양곡은 물론
입례송과
기도송
마지막 송까지 부활의 주님을 찬양하는 곡으로 다시 다 바꾸어 버렸더라고요
그래서그런지
이번 성 금요일은 마냥 슬프지만 않을 것 같아요
부활의 주로 충만한 찬양곡들이 입가에 머물고 있으니깐요
그간
나와 당신 사이엔 아무 것도 놓지 않았어야하는데
그 사이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고 살았음을 용서해주길 바랍니다
내게 관련된
삶의 입지나 삶의 재료
그리고 당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더 예민하였던 연약함에 휩싸여
당신을 승인하지 못했던 수많은 사건들을 용서해 주길 바랍니다
이후론
당신부터 인식하며
그 인식한바 그대로 허락하며
허락한바 그대로 고백하는 내 목소리로 인해
수건에 묶어진 나사로마냥
내 의식속에만
꽁꽁 묶여 있는 당신을
목청밖 광활한 대지위로 후련히 뛰쳐나오도록 할 것입니다
당신이
맘껏 달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살 것입니다
이제사
내가 얼마나 당신을 꽁꽁 가둔채 살았었는지
훤히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보임이 너무 늦은 것이 되지 않도록
오순절 성령님께서
날 도와 주시길 바랍니다
문득
대부분의 크리스챤들은
부활절과
오순절 사이에 낀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문귀가
새삼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수건에
꽁꽁 묶인채
부활되어 나온 나사로를
우리보고 풀어 다니게 하라고 명하셨던 주님의 목소리가
요즘 들어
부활하여 나온 당신을
풀어 훨훨 날아다니도록 하라는 말씀으로 들려 오는 것은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