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제가 성경 속에서 제일 좋아했던 인물은 요셉이었습니다. 수많은 고난들 앞에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선택을 하고 끝끝내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의 삶은 저에겐 롤모델 그 자체였습니다. 요셉의 삶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저는,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조사할 때#039국무총리#039, #039대통령#039 등의 직업을 적어내기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부모의 인정과 칭찬을 갈구하듯이, 저는 요셉이 하나님께 칭찬 받을 일을 많이 해서 총리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하나님께 칭찬 받는 일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경 속 인물들이 한 멋진 행동들을 따라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마주한 성경 속 인물들은 화를 내지 않고, 착하게 살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조금 자라 중학생이 되고, 우리들교회 청소년부에서 양육 받기 시작했을 때, 저는 하나님의 힘으로 세상을 이기는 인물들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삼손, 다윗, 엘리야, 사도 바울과 같은 사람들은 제가 너무나 좋아하고 닮고 싶은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 중학교에서 저는 온 학교의 사랑을 받을만큼 공부도 잘하고 마음도 착한 아이로 소문이 나있었습니다. 매 주 청소년부 예배를 드리며 수많은 성경 속 인물들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멋진 신앙인들의 이야기를 하루도 빠짐 없이 들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쁨과 영감으로 가득차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중학생이었을 때 저는엄마를 따라 수요예배를 가곤 했는데, 담임 목사님께서 자꾸만 #039내 죄를 보아야 합니다.#039, #039내 앞에 다가온 고난 속에서 하나님을 부르짖어야 합니다.#039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039하나님 뜻대로 살아가려 하는데, 내가 지은 죄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지금 너무 기쁜데, 고난이라고 할만한게 있나..?#039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스스로 아무리 제 마음을 들여다보아도 이 질문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039하나님, 담임 목사님을 닮게 해주세요.#039라는 무시무시한 기도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감당해오신 수많은 사역의 이야기를 들으며, #039아, 내 다음 목표는 저거다!#039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정확하게 응답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기쁘고 즐거웠던 중학교 생활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 날부터, 저는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과 환경에 숨이 턱 막혀오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쓰며 공부를 했는데, 고등학교에서의 삶은 감옥과도 같았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를 강요 받았고, 학교 수업시간에는 선행 학습으로 무장한 친구들이 선생님의 자질을 판단하며 킬킬거렸습니다. 다 아는 내용이라며 엎드려 자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배운 그대로 학교 수업에 충실하고,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모범생의 삶을 살아왔는데, 저보다 잘나고 뛰어난 친구들이 제가 지켜온 것들이 다 거짓이라며 비웃는 모습들을 보이니 당해낼 바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039담임 목사님처럼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게 해주세요#039라는 그 기도가 정확히 응답받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면 #039신은 없지 않아? 성경 그거 다 가짜 아니야?#039라며 비웃음을 당하고, #039서울대를 가지 못하면 입시의 실패자#039라는 가치관이 교장선생님 훈화 시간을 통해서도주입 되었던 그 시간들을 거치며, 힘든 일이 찾아왔을 때 가장 먼저 예배당에 달려가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오늘 말씀에 세배대의 아들들은 예수님 앞에서 #039내가 그 잔을 마실 수 있나이다#039라고 고백합니다. 말씀을 묵상하며 중학생이었던 저의 기도가 떠올랐습니다.중학생 시절의 저는 담임 목사님의 사역에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 한 분만이 나의 상급이 되시기까지 수많은 광야길을 지나고 죽을 뻔한 위기를 수도 없이 넘겨야 하는데, 잔 속에 담긴 고난과 아픔의 크기는 가늠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렸던 제가 세배대의 아들들처럼 예수님이 누구신지 잘 알지도 못한채 내뱉은 그 고백이 정확히 이루어진 것을 보면서 감사해야 하는데 아직도 해결 되지 않은 아픔으로 낙심하는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이후의 일에 대해 자세히 적진 않았지만,지난 8년간을 돌이켜볼 때 저는하나님 앞에 죄송한 것밖에 없습니다. 수없이 많이 울고 회개했는데아직도 회개할 것 투성이입니다.제가 도대체 무엇인데 하나님을 알고 싶다는 그 어린고백을 받으시고, 감당할 수 없는 잔을 마시며 괴로움에 가득 차 하나님을 원망할 때 참아내시고 사랑하셨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께 바라고, 하나님께서 그 일을 이루어가시는 은혜를 경험케 하실때 제가 했던 기도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하나님을 원망했던 자인데 말입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은혜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는 기가 막힌 일입니다.
주일날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 앞에 아픔과 죄를 쏟아놓고, 저를 살리고 회복시켜주시는 은혜를 경험하고 난 후면 항상 섬길 자를 보여주십니다. 오늘 본문에 #039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039라고 하신 것처럼, 제가 가진 것을 나눌 일이 자꾸만 생깁니다. 저는 그저 가만히 서있는데,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일이 생깁니다. 그럴 때면 전율이 흐릅니다. 제 삶이 예수님을 아주 조금씩 닮아가는 것 같아 가슴이 간질거리고 두근거립니다. 제가 예수님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 자꾸만 묻습니다. #039하나님, 정말 제가 도울 사람이 맞아요?#039라고 말입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이 모든 일이 9년 전 어느 수요예배에 드렸던 기도, #039그 잔을 마시겠나이다#039라고 고백한 아주 작은 믿음에서 출발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전율이 흐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알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사이에 엄청난 그림을 그리셨고, 저를 높이시고 내리시며 훈련해가셨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주 작은 믿음에서 출발한 기도를 합니다.
#039하나님, 저는 #039귀신들린 천재#039가 아닌 #039하나님의 천재#039가 되길 소망합니다. 세상의 악과 음란을 통해 힘을 얻지 않고, 하나님의 힘을 얻어 공부하고 연구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039
앞으로 마셔야 할 잔이 어떤 잔일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염려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잔이기에 반드시 다 마시고 살아날 줄을 믿기 때문입니다. 잔을 마시는 시간이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럽겠지만, 옆에서 같이 아파하시고 견뎌낼 힘을 주시는 주님을 의지해 조금씩 나아가려 합니다. 혹시 오늘 나눔을 보고 생각이 나신다면 가끔, 제가 쓰러지지 않도록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