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속았습니다.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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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3.27
2009-03-27(금) 요한복음 15:1-8 ‘나도 속았습니다.’
나는 당연히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새 가지라 생각했습니다.
열매도 내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열매로 하나님의 영광이 되기를 원했지만
세상에 내 자랑을 하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농부의 보살핌 없이도 스스로 많은 열매 맺는
포도나무 가지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농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열매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열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했습니다.
과실을 맺지 아니하는 가지를 농부가 그대로 둘 리 없는데
이러다 나도 가지치기 당하여 밖에 버리워져 말리진 끝에
아궁이로 들어가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바람에 부대끼다 상처를 좀 입기도 하고
잎이 거의 다 떨어져 앙상한 몸이 되기는 했지만
멀쩡히 살아 숨 쉬며
세상을 향한 내 열심으로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았습니다.
열매 없는 한 해가 지나면
풍성한 내년이 오겠지, 좋은 날 있겠지...
매년 새 순이 나오고
그 순이 자라 새가지가 되었지만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풍성한 잎을 더 많이 냈지만
혹시나 했던 열매는 역시나 없었습니다.
내 열심에 지쳐 가지의 껍질이 벗겨지고
비바람에 지쳐 스스로 버틸 힘마저 다 빠져나갔을 때
내가 붙어 있는 곳이
포도나무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포도나무에 섞여 살다보니
나도 포도나무 가지인 줄 알았습니다.
세상도 속고
나도 속았습니다.
가시나무에 빌붙어 포도 열매 맺기 원한
정체성 없는 나뭇가지...
내가 나를 알기까지
농부는 묵묵히 지켜봐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앙상히 말라
도저히 열매 맺을 것 같지 않은 나를
원 가지에 접붙여 주셨습니다.
이제 정체성을 회복하고
새 잎을 내고 첫 열매를 맺기 원합니다.
그 오랜 세월 기다려준
농부를 기쁘게 해주는
열매 맺는 나무 가지 되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