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마음이 민망하니 무슨 말을 하리요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케하여 주옵소서.
그러나 내가 이때를 위하여 왔나이다.
(요한복음12:27,28)
엄마는 나서면 정경부인이란 칭송듣고
아버지는 제자들 사이에 마론 브란도
장로님, 권사님으로
성가대에 양쪽에서 앨토와 테너로 중심잡고
모임에서는 두 분이 나란히 서서 듀엣으로 찬양하여
사람들의 시선과 부러움을 한껏 모으는 부모님
우리 부모님 모습에서 악하고 음난하다는 성경말씀 이루려고
아버지는 제자와 엄마 몰래 전화, 편지하다가 드러나
배신감에 떠는 엄마의 분노는 해를 거듭해도 녹아지지 않네요
스물을 갓 넘긴 여자 혼자의 몸으로 북어 몇 괘를 이고
장사치로 위장하여 한탄강 건너 아버지 찾아온 엄마의 억척
그 억척이 집안을 세웠지만 이제 그 억척이 치매와 만나
아버지에게 무의식적으로 복수하는
끔찍한 현장에서 자기 연민의 악을 봅니다.
남편에게 순종하여 부부간에 화목하고 자녀 잘 길렀다는
자기 의를 넘어선 자기최면에서 도저히 깨어날 수 없고,
80살에 무너진 자존심의 생채기가 얼마나 큰 지
고스란히 아버지의 얼굴에 그 생채기 그대로 남아
민망을 넘어 눈물이 흐릅니다
육신이 쇠잔하여 한 몸 가누기조차 힘든 아버지,
그 옛날의 권위 다 어디로 사라지고 가만이 있어도
아버지의 신음소리 들리는데
미움으로 소경되고 귀머거리 되어 사랑해서
생명 걸고 삼팔선을 넘어와서 평생 순종해왔다는
남편을 이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우리 엄마
맏딸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가만있을 수 없어 다가가면
무너진 자신을 차마 보지 못해 울부짖으며
자식에게 고자질했다고 더욱 아버지를 몰아세워 질식시키니
아버지여 나를 구원하여 이 때를 면케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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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고 하니 죄가 더 많다 하시며 나를 깨우셔서
상처 건드릴까 소스라치게 놀라는 엄마의 아픔이 이제야 보이니
내가 바로 귀머거리이고 내가 소경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때를 위하여 왔나이다.
아버지여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