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침이구나..
작성자명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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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3.09
약간의 오렌지 빛이 환하게 퍼져나가는 눈부신 파카 유리잔을 사겠다고 선택하면서..
20 여년 장롱 운전면허증을 이젠 시내연수도 해서 운전을 해야 하는데..
몇일동안 집밥을 제대로 못먹은 아이들에게 아침에 밥을 챙겨줘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 아침이구나..
5일동안의 항암12차치료의 죽음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환희의 순간입니다.
이젠 다 끝났구나!! 하니 다른 때보다 더욱 더 기뻤습니다.
엎드려 기도합니다.
“ 주님, 항암치료 12달에 걸친 12번의 광야길을 동행하심으로..
눈동자와 같이 보호해주심으로..건너게 해주심 감사드립니다.
주님, 이제는 제 인생의 후반전..
사명 때문에 살다가게 해주시고, 이 마음 변치 않게 지켜 주세요.
그리고 항암치료로 힘들어하는 많은 주님의 자녀들은 잘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주시고,
불신자들은 구원 사건이 되게 해주세요.
치료를 마쳐도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주님 찾아가 위로해 주시고
오늘 하루를 마지막으로 여기며 주님 때문에 기뻐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리고..주님..
마지막으로 간절히 원합니다.
제 사명이 끝나 주님께서 절 데려가실 때까지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게 마시고 잠자듯이 데려가 주세요. ”
항암치료 중 제일 힘든 것은 먹지못하고 토하는 고통입니다.
먹은 것이 없기에 액체종류만 계속 토하다가 마침내 쑥 색의 신 액체까지 다 토해내며,
배가 고픈 고통은.. 차라리 이대로 천국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매번 그러면서 탈북동포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얼마나 배고픈 고통이 심하면
목숨을 걸고 탈북하겠는가..
굶어죽으나 탈북하다 잡혀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니, 탈북하면 그래도 살 수 있는 확률이라도 있으니 탈북하는 게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희도 잠시뿐 삶은 또 다시 전쟁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막내가 계속 교회가기 싫어하더니 급기야 자기는 안가겠다고 버티며
매주 토요일 밤이면 교회가기 싫어 자기를 칼로 찔러 입원하고 싶다며 차라리 예전에 다니던 가까운 교회로 가겠다고 합니다.
남편이 한참을 좋은 말로 설득하는데도 안되기에, 제가 그럼 오늘만 쉬고 다음 주부턴 잘가자고 타이르니..그렇게 쉴 틈을 주면 아주 안가게 된다고 하면서 저에게 버럭 화를 냅니다.
잠시 후 남편은 안방에서 무릎꿇고 기도하더니 둘째아이와 먼저 1부예배에 갔습니다.
속을 달래려고 끓인 누룽지를 먹는데, 순간 큰 아이 태동이가 오늘 교회에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예전에도 불현듯 들었던 생각입니다.
태동인 클래식피아노를 배운다더니 몇 번 안가고 가질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조금 쳐보고 다시 하려니까 어렵고 재미없지?” 하니 그렇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자신을 인정하는 모습입니다.
늘 할 수 있다고, 그런 게 아니라고, 엄마는 뭘 모른다고..하던 아이의 작지만 큰 변화입니다. 피아노 학원 원장선생님께 전화해서, 제가 처음부터 뭘 기대했던 것은 아니라고, 그 아이가 뭔가 헤쳐나가 보려고 몸무림치는 것을 지켜보며..그게 위험한 일만 아니면 적극 지지한다는 엄마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허락한 것이라고,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주님께서 절 위로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 감사했고 또 그동안 중보기도해줘서 고맙다고, 저도 이렇게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기까지 참~연단의 세월이 있었다고 말하며 끝맺었습니다. 그분은 알겠다고 하며 기도 많이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고 감정 낭비없이
그저 오늘 하루..주님께서 주신 위로에 기뻐하며 살 수 있도록
절 양육해주신 주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태동인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식탁으로 옵니다.
-엄마 이제 괜찮아?
-응, 태동이 일찍 일어났네..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엄마 누룽지 좀 먹고 밥줄게.
-태동아, 이리 와 봐라..여기 유부초밥 만드는 것 가르쳐줄게. 같이 해보자. 너~무 쉬워.
-사과 먼저 주지..
-그래, 사과 깍는 법도 가르쳐줄게. 그래야 엄마 없어도 네가 챙겨 먹을 수 있지.
(같이 하니 즐거워한다)
-태동아, 오늘 엄마랑 3부 청년부예배 갈래?
엄마가 너무 기운이 없어 우리 태동이가 좀 부축을 하고 갔으면 하는데..
-(픽 웃으며) 아까 아빠하고 가~지.
-시간이 너무 일러서 못갔어, 엄마가 뭐 좀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그럼 규동이하고 같이 가지.(아빠와의 실랑이를 다 들은 듯하다)
-음, 규동인 지금 삐져서 자고 있어.
-11시 반엔 출발해야 되니까 준비하고 있어~ 응?
-치~(웃는다)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모릅니다.
태동이 마음이 변치 않게 해달라고,
절호의 기회이니 엄마랑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예배드리게 해달라고..
그리곤 드디어..
같이 3부예배를 처음부터 끝까지 드렸습니다.
항암치료 12번을 끝내면서 주님이 주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위로요, 기쁨이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 설교말씀을 알아듣겠냐고 물으니 태동인 “반반 섞여있네” 합니다.
세상가치관인 태동이에겐 세상에서의 꿈(성공)을 주는 말씀과 꿈을 꺾는 말씀이 반반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즉 자기 맘에 드는 말씀 반, 안드는 말씀 반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간증은 어떠냐고 물으니 “좀 불쌍하대~,뭐~교회가 다 그런 것 아니겠어..” 합니다.
그리곤 덧붙입니다.
“엄마. 이젠 치료도 끝났으니 다시는 교회 같이 가자고 하지 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갔으니까.
그리고 앞으론 아무리 날 기다렸다가 3부예배에 간다고 해도 안갈거야. 알았지?”
아이의 말에 예스도 노도 안하고 애매한 표정으로 있자
엄마가 아무리 못알아들은 척해도, 엄마가 아파도 이젠 안간다고 강하게 다시 말합니다.
그러나 그 말에 아무런 실망도 상처도 안되는 것은,
주일 설교 말씀으로 이미..
태동이를 완전하게 만드시고, 시간이 걸리며, 확실하게 이루어질 하나님의 꿈이 진행되고 있음을 약속의 말씀으로 받았고,
예배 후 자매님의 간증이 끝난 후에 힘차게 박수치는 태동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와
“태동아, 오늘 엄마랑 같이 교회 가줘서 너무 고맙고 기뻤어..” 하니,
별 대답은 없었지만 소파에 앉아 TV를 켜는 모습에서...
아이의 텅 빈 가슴 한켠이 뿌듯함으로 채워져 오르는 모습이 보입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