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스텝, 잔 머리
작성자명 [박종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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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9.02.21
2009-02-21(토) 전도서 9:11-18 ‘잔 스텝, 잔 머리’
돌이켜 해 아래서 보니
내 인생의 목적은 세상에서의 성공이었고
성공의 기준은 돈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돈이 우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일찍 시작했는데
사업은 돈이고, 돈이 곧 성공이라는 생각을
어릴 적, 잘 사는 외삼촌댁을 보면서 품기 시작했습니다.
철이 들면서, 공부의 목적은 좋은 대학이고
좋은 대학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가야 하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인생을 단거리 레이스로 생각하여
한 번 앞서면 끝까지 앞설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남보다 빨리 뛰어야 이길 수 있지만
더 좋은 방법은 남보다 먼저 출발해서
늘 한 발 앞서 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남보다 먼저 하려 늘 조급했습니다.
일찍 일어나야 했고 숙제도 미리 해놓아야 했습니다.
대통령이 암살당해 학교가 휴교하자
빈둥빈둥 놀기 싫어 시험까지 치러가며 공백 없이 입대했고
지지 않으려고 악바리처럼 뛰다보니 무릎 연골이 찢어졌습니다.
밥을 얼마나 빨리 먹는지
맛있게 먹는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게걸스럽게 먹는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대화를 하면서도 다음 일을 생각하여
눈동자가 너무 산만하다는 핀잔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남을 이기기 위해 불법과 합법의 담자락 위를 걸으며
잔머리를 열심히 굴렸습니다.
요즘은, 농구 선수였던 아내로부터
‘잔 스텝’ 밟지 말라는 비아냥을 종종 듣습니다.
나도 처음 들은 말인데
실속 없이 움직임만 분주한 선수에게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 좁은 포장마차에서도 어찌나 바삐 움직이는지
옆에서 일하는 아내가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스스로 내려 놓고 사는 것 같지만
그것도 내 힘으로 한 게 아님을 고백합니다.
포기케 하시니 포기한 것이고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할 수 없이 돌아온 것임을 아버지께서 아십니다.
내 기준으로 이루려 했던 성공을 포기하고
비로소 하나님의 때와 기회를 간구하는
발 빠른 변신을 하고 있는 나를 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하나님의 훈련이었음이
이제야 깨달아집니다.
잔 스텝으로는 몸만 피곤하지
성과가 없음을 알게 하시려는
잔 머리로는 남을 속일 수 있지만
남을 이길 수 없음을 알게 하시려는
우보천리(牛步千里)로 가야 하는 길이
구원의 길임을 깨닫게 하시려는...